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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변호사] 보험사의 채권자대위소송에 관하여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2.12 15:57 조회수 : 4405

보험사의 채권자대위소송에 관하여

 

법무법인 세승

정재훈 변호사

 

최근 보험사가 의사 및 의료기관을 상대로 채권자대위소송을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보험사의 주장에 따르면, 특정 진료에 대해서 이른바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임의비급여에 해당하여 피보험자(환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이 약관에 반하는 것으로서 무효이고, 또한 임의비급여 진료계약은 위법한 것이므로 환자(피보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한다.

 

보험사는 위와 같은 논리로서 수많은 채권자대위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채권자대위권 행사와 관련된 법리는 공통으로 적용되는 것이므로 먼저 진행되는 사건의 판결의 결과에 많은 이들이 주목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 몇몇 판결 결과들이 나오고 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험사의 채권자대위소송을 허용하지 않는 각하판결이 나오고 있다.

 

먼저 보험사가 주장하는 채권자대위소송의 구조에 관하여 살펴보면, 보험사와 피보험자 사이의 관계가 무효이기 때문에 보험사는 피보험자에 대해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지고, 피보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이 무효이기 때문에 피보험자는 의료기관에 대해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3자 관계(의료기관 - 피보험자 - 보험사)에서 피보험자의 채권자인 보험사가 피보험자에 대한 채무자, 즉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제3채무자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을 상대로 피보험자의 의료기관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을 대위하여 행사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구조의 채권자대위권 행사가 인정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 중 하나가 보전의 필요성이다. 구체적으로는 채권자가 보전하려는 권리와 대위하여 행사하려는 채무자의 권리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고 채권자가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않으면 자기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이 있어 채무자의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는 것이 자기 채권의 현실적 이행을 유효·적절하게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채권자대위권의 행사가 채무자의 자유로운 재산관리행위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 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피보험자와 의료기관 사이의 진료계약의 무효 여부 즉, 임의비급여 여부를 불문하고 보험사가 제기한 소는 각하된다.

 

최근의 각하판결 사례를 살펴보면, 법원은 피보험자들 개개인을 기준으로 보면 진료비 금액이 다액이 아니고 집행곤란의 개연성이 높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피보험자들이 다수이고 소송비용 등이 많이 소요된다고 하여 채권의 완전한 만족을 얻을 수 없게 될 위험성이 높다고 보긴 어렵고 단지 보험사의 편의를 위하여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닌 점, 보험사가 금융당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상대로 채권자대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피보험자들이 의료기관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할 것인지 여부는 환자들의 입장과도 관련된 것인데, 임의비급여 진료행위에 해당하여 보험금 지급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피보험자들이 당연히 부당이득반환채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하여 채권자대위권 소송의 보전의 필요성을 부정하여 각하 판결을 하였다.

 

이러한 판결은 보험사의 의료기관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채권자대위소송에 대하여 제동을 건 판결이라고 할 수 있는바, 이후 유사사건의 판결에 대해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출처 : 보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