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 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에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현지조사를 나왔다. 그리고 올해 2월 A원장은 2,800만원이 넘는 과징금을 내라는 행정처분서를 받았다.

단골 환자들 중 의원을 찾기 힘든 경우 전화상담 후 의약품을 처방해서 보내준 게 문제가 됐다.

A원장은 내원하기 힘들다는 환자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어 병세를 잘 아는 재진 이상 만성질환자에 한해서 전화상담을 진행하고 의약품을 배송해 줬다.

약사법 제23조 4항 3호에 따라 정신과는 의원 내에서 직접 조제가 가능하다.

전화상담, 의사, 진찰, 진료

복지부는 전화상담 후 의약품을 처방한 환자 34명에 대해 A원장이 청구한 요양급여비 5,700여만원을 부당이득금으로 봤고 과징금 부과 기준에 따라 2,800여만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A원장은 억울했지만 법적 다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어렵게 돈을 마련해서 과징금을 납부했다.

A원장은 과징금만 납부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지난 5월 A원장에게 ‘자격정지 3개월’이라는 행정처분사전통지서가 날아왔다. 통지서에는 수사기관에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A원장은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환자의 요청이 있었고 재진 환자에 한해 전화상담을 진행했으며 의약품을 배송한 후에도 수령 여부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A원장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세승 측은 전화로 진료한 뒤 의약품을 처방했다면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례(2013년 4월 11일, 선고2010도1388 판결)도 제시했다.

검찰은 “환자들은 진료 당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거나 A원장에게 먼저 요청해서 조제된 약을 송부 받았을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다”며 “달리 A원장이 의료기관 외에서 의료행위를 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결국 A원장은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아 자격정지 처분은 면하게 됐다.

하지만 이미 납부한 과징금 2,800여만원은 돌려받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행정소송 제소 기간이 지났고 복지부는 수사기관의 ‘혐의 없음’ 처분만으로는 납부한 과징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A원장은 국민권익위원회에 납부한 과징금을 돌려달라는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한진 변호사 “복지부, 신중히 고민한 후 행정처분 내려야”

법무법인 세승 한진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한진 변호사

법무법인 세승 한진 변호사는 “A원장은 재진 환자 중에서도 내원이 어려운 환자에 한해서만 전화상담을 하고 필요하면 의약품을 처방해서 우편으로 보냈다”며 “의료법 제33조 2호는 ‘환자나 환자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진료하는 경우’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예외사유로 허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또 “지난 2013년 나온 대법원 판례만 보더라도 전화상담 후 의약품 처방은 의료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의료기관 안에서 전화로 상담한 것이기 때문에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하지 않았다는 복지부 주장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복지부가 행정처분을 내리기 전에 신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A원장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이미 납부한 과징금 2,800만원은 돌려받기 힘들다. 의원들이 처음부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한편, 법무법인 세승은 지난 2013년 한 시민단체에서 의사가 직접 조제하지 않는다며 정신과의원을 무더기로 고발한 사건도 검찰 수사 단계에서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다.

세승은 처방한 약을 봉투에 넣는 기계적인 일을 조제로 볼 수 없다며 관련 유사 판결문 등을 검찰에 제출했으며 검찰은 의사 15명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 기사출처(원문보기): http://www.docdocdoc.co.kr/230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