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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호 변호사] 의료인의 정보 누설 금지 의무와 법 해석 원칙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8.10.05 14:34 조회수 : 6122

의료인의 정보 누설 금지 의무와 법 해석 원칙

 

법무법인 세승 최민호 변호사

 

환자의 진료내용 등 건강에 관한 정보는 일반적인 개인정보에 비교해 더욱 민감하고, 외부에 누설될 경우 막대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의료법과 형법은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가 환자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누설하는 등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의료법 제19조 제1항과 제21조 제2, 형법 제317조 제1).

 

의료인이 이를 위반하는 경우 의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고(의료법 제88조 제1),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이 정지될 수 있다(같은 법 제66조 제1항 제10). 한편, 의료법 제88조 제1호 단서는 다만, 19, 21조 제2항 또는 제69조 제3항을 위반한 자에 대한 공소는 고소가 있어야 한다.”라고 하여 환자 정보 누설을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고등법원은 최근 환자 정보 누설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A의사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의사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하였다.

 

A의사는 의원을 개설 운영하면서, 타인에게 의원의 환자 관리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병원 광고 효과 분석 등 업무를 하도록 하였는데, 위 시스템에는 환자의 이름과 내원 경위, 수술 일자, 수술 부위 등의 정보가 저장되어 있었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A의사가 구 의료법 제21조 제1(현행 의료법 제21조 제2)을 위반하였다고 보아 15일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환자 정보 누설을 친고죄로 규정한 입법 취지는 위 위반죄가 기소되어 사회에 알려지면 그 과정에서 오히려 피해자가 비밀로 유지하고자 하는 은밀한 정보가 누설되어 수치심을 일으키거나 명예를 손상케 할 염려가 있어 이를 피해자의 의사나 감정 또는 명예를 존중하기 위함인 점, 행정처분 역시 고소가 없음에도 제재를 강행하는 경우 오히려 피해자의 비밀이 널리 누설될 우려가 있는 점,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 취지에도 불구하고 행정처분을 하고자 했다면 부령에 불과한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을 개정하여 그에 따른 처분을 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위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제정 후 20여 년간 피해자의 고소 없이 환자 정보를 누설한 의료인에게 행정처분을 한 사실이 없는 점(자기구속의 원칙 위반) 등을 이유로, 보건복지부 장관의 A의사에 대한 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처럼 법 해석은 법적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 타당성을 찾는 데 있고, 그 과정에서 가능한 한 법에 사용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그 제·개정 연혁, 법질서 전체와의 조화, 다른 법령과의 관계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특히, 의료영역에서의 법적 분쟁은 민·형사와 행정법령이 동시에 문제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를 다루는데 있어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겠다.

 

<출처 : 보네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