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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실손의료보험 심사조정 위탁에 관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12.17 14:51 조회수 : 4213


실손의료보험 심사조정을 전문기관에 위탁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 무엇이 문제인가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실손의료보험 의료비 심사를 전문 심사기관에 위탁하도록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이 2015. 11. 16. 발의되었다. 이 법안은 발의 다음 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매우 신속하게 상정되었다. 이 법률안은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요양급여 대상인 진료행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그 적정성 등을 심사하여 의료기관이 이를 적정하게 유지하도록 견제하지만, 실손의료보험의 대상인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해서는 그 적정성을 심사·판단하는 체계가 없이 각 보험회사가 자체적으로 심사판단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의료기관이 시행한 비급여 의료비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과잉 의료행위 등으로 인한 실손의료보험의 손해율 급등 및 이를 만회하기 위한 보험료 인상 등의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보험업계, 의료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협의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다는 명목 하에 실손의료보험의 심사업무도 전문심사기관(결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의미할 것임)에 위탁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에서는 과잉 진료비의 남발을 억제한다는 명목으로 자동차보험진료수가의 심사 및 조정업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위탁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사기업의 보험금 심사조정을 위탁하는 것은 다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로, 사기업 스스로 해결하여야 하는 업무를 공공기관에 떠넘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손의료보험도, 자동차보험도 모두 사()보험이다. ,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 보험회사가 소비자들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물론 보험이란 보험 가입자들의 기여로 조성되는 금액에서 보험금을 지급하게 되므로 일부 보험 가입자가 도덕적 해이를 통하여 과도한 보험금을 지급받는 경우, 다른 보험가입자들이 손해를 입게 된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하여 계속적으로 보완을 해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제도적 보완 역시 사기업인 보험회사가 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며, 보험 소비자들은 기업이 이러한 감시업무를 잘 하고 있는지 감독하여야 한다. 보험회사가 소비자들로부터 지급받는 비용들에는 이러한 업무를 하기 위한 비용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자동차보험의 경우에도 보험회사들이 갹출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업무 관련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조직의 본래 성격이 공공기관이며, 사기업이 공공기관의 인프라를 이용하여야 하는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

 

둘째로,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용을 심사·조정하는 것과, 사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용의 심사·조정에 대한 기준은 명백히 달라야 함에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사조정업무를 담당하는 경우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는 비용이 중요한 고려요소이기 때문에 최대한의 진료보다는 적정한 진료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심사기준도 이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사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자신이 보험금을 부담하더라도 아플 때 최선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는 자동차사고의 피해자, 즉 범죄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지급받아야 하는 진료비를 보험사가 부담하는 것이므로 사고 피해자는 설사 비용 대비 효과가 낮다 하더라도 최고의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자동차보험의 심사 및 조정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업무가 된 후, 각 병원들은 자동차사고 피해자들에 대한 진료에 있어 삭감을 두려워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띨 수밖에 없다. 실손보험 가입자들도 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는 질병에 충분히 보장받고자 하는 마음에 고액의 보험금을 기꺼이 지급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회사들이 도덕적 해이에 따른 보험금 청구는 차단하는 한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보장을 해줄 수 있는 심사·조정체계를 구축하여야 함에도 이를 간편하게 전문심사기관, 그것도 국민건강보험을 심사조정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심사조정을 위임하는 것은 보험회사들의 소비자에 대한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손보험은 보험회사가 소비자들에게 판매한 보험상품이다. 보험업계 및 국회는 실손보험과 국민건강보험이 마치 동일한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할 것이 아니라 보험 소비자들을 실질적으로 가장 잘 보호해줄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