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소개

기고문/칼럼

[정혜승 변호사] 과도한 현지조사·방문확인도 불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6.01.06 13:34 조회수 : 4092


과도한 현지조사·방문확인도 불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의 부당청구 등을 확인하기 위하여 진행하는 현지조사, 방문확인 과정은 거의 모든 의료기관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여러 지적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기관 방문확인 표준운영 지침(SOP)’을 개정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하지만 일부의 경우 자료의 조작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의료기관에 대한 불시 방문 등이 불가피하고, 강압적인 조사는 극히 일부 사안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각 의료기관은 의료기관 개설자 및 근무자들의 사적인 공간이고 의료기관이 보유한 자료 역시 사적 자료이며 심지어 환자의 개인정보이기도 하다. 따라서 공간의 주체들이 원하지 않음에도 행정청이 이 공간에 출입하고 자료 제공을 요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법률에 근거가 있는 경우 행정청은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이러한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행정청의 업무 수행을 위하여 불가피하게 이러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조사활동의 원칙을 세우기 위하여 행정조사기본법을 두고 있다.

   

이 법률에 의하면 행정조사란 행정기관이 정책을 결정하거나 직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현장조사, 문서열람, 시료채취 등을 하거나 조사대상자에게 보고요구, 자료제출요구 및 출석, 진술요구를 행하는 활동을 의미한다(행정조사기본법 제2조 제1). 행정조사를 하는 경우에는 조사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안에서 실시하여야 하고, 다른 목적 등을 위하여 조사권을 남용하면 안 된다. 또한, 행정조사는 법령등의 위반에 대한 처벌보다는 법령 등을 준수하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동법 제4). 조사는 원칙적으로 사전에 서면으로 통지한 후에 실시되어야 하며 예외적으로 증거인멸 등이 우려되는 경우에만 행정조사의 개시와 동시에 구두로 통지할 수 있을 뿐이다(동법 제17조 제1). 그리고 행정조사 대상자가 질병이나 장기출장 등으로 조사가 곤란한 경우 연기의 신청도 가능하다(동법 제18).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현지조사나 방문확인 시에도 위와 같은 원칙이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현지조사, 방문확인 시 직접적인 강제력의 행사는 없을지라도 간접적으로 의료기관은 사실상 큰 압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간혹 행정청의 무리한 요구가 있을 때에도 적절히 대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조사행위는 의료계 뿐 아니라 금융계에서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에 대하여 무리한 현장검사를 강행한 것에 대하여 금융회사가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앞서 해당 직원에게 가압류를 신청한 사건에서 법원이 가압류결정을 한 일도 있다. 비록 이 회사가 투자금 사기 의혹을 받고 있다 하더라도 수사기관의 영장집행 등에 의한 것이 아닌 한, 금융감독원 직원이라도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조사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건은 손해배상청구에 대한 본 소송에 앞서 진행된 가압류 사건이고 가압류사건의 결정에 따라 본 소송에서의 불법행위성 여부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비록 행정청의 행정행위를 위한 조사라 하더라도 과도한 업무집행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한 것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모든 국민의 보험금 납부로 지탱되는 국민건강보험이 건전하게 유지되어야 하며 그를 위한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러나 현지조사, 방문확인은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것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해당 의료기관과 조화롭게 절차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