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림마당

기고문/칼럼

[박재홍 변호사] 부인이 사망한 남편의 정자로 인공수정한 것은 과연 범죄인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6.04.20 10:42 조회수 : 398

부인이 사망한 남편의 정자로 인공수정한 것은 과연 범죄인가.

 

법무법인 세승

박재홍 변호사

 

최근에 상담받았던 일이다. 부부는 오랫동안 불임치료를 받다가, 인공수정을 하기 위하여 모 병원 산부인과를 방문하였다. 당시 병원에서는 부부와 인공수정에 관한 상담을 거친 후 부부의 동의하에, 우선 남편의 정자를 채취하여 냉동보관하였다. 이어서 인공수정의 진행을 위해 부인의 상태를 검사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부인에게 복합형 자궁 내막 증식증이 발견되었다.

 

당시 병원은 부인의 질환 양상을 볼 때, 위 자궁 내막 증식증을 그대로 두면 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고, 부인의 상태도 임신에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부인에게 복합형 자궁 내막 증식증에 대한 치료 및 추적관찰을 먼저 시행하였다. 그리고 약 1년 후 부인의 상태가 개선되어 임신이 가능하다고 진단되자, 원래 계획대로 냉동보관하고 있던 남편의 정자를 사용하여 인공수정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부인이 병원에서 복합형 자궁 내막 증식증에 대한 치료를 받던 중에 남편도 다른 병원에서 암으로 진단되었고, 병원이 부인에게 인공수정을 시행한 때 남편의 암이 급격히 진행하여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는 점에 있었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하 생명윤리법’) 23조 제2항은 사망한 사람의 난자 또는 정자로 수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사망한 남편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하게 한 부인 및 의사는 형사상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법 제67조 제1항 제1), 해당 병원은 행정상 보건복지부장관의 배아생성의료기관 지정이 취소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법 제56조 제1항 제1).

 

원래 생명윤리법 제23조 제2항 제2호는 부모가 없는 아이가 탄생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사회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는데, 이러한 입법취지는 편부모 가정에는 법적, 사회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편부모 가정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사망한 사람의 난자 또는 정자로 수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입법취지에 대해서는 수긍하더라도, 모든 사례에 있어서 이를 일의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여부에 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든다. 특히 위 사례와 같이 법률혼 관계에 있는 부부가 생존한 상태에서 산부인과 의료진과의 상담을 거쳐서 인공수정을 하기로 명시적으로 결정하였으나, 불의의 사고로 인하여 남편이 사망하게 된 경우, 남편의 생전 동의 하에 부인이 사망한 남편의 정자로 수정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위 부부의 의사에 반함은 물론, 부부의 자연적 권리이자 행복인 아기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현저히 침해하며, 공익적 차원에서도 출산을 장려하는 사회적 흐름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외에도 남편이 무정자증이라 정자기증을 받아 비배우자 인공수정을 하는데, 인공수정 후 정자기증자가 사망했던 것으로 밝혀지는 경우, 정자기증자의 인적사항이 비밀로 관리되는 사정 등을 고려할 때, 사망한 정자기증자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하게 된 부부나 병원 측에게 형사처벌, 행정처분 등 법적 제재를 가하는 것은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소견으로는 생명윤리법 제23조 제2항 제2호에 있어서 예외사유를 인정하는 입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예로 들어 생명윤리법 제23조 제2항 제3호는 혼인한 미성년자가 그 자녀를 얻기 위하여 수정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예외적으로 미성년자의 난자 또는 정자로 수정하는 행위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와 마찬가지로 생명윤리법 제23조 제2항 제2호에 있어서도 생전에 체외수정에 동의하여 난자 또는 정자를 채취한 부부가 부부의 일방이 사망한 후 그 자녀를 얻기 위하여 수정하는 경우’, ‘남편이 불임인 부부가 정자 기증을 받아 그 자녀를 얻기 위하여 수정하는 경우등과 같은 예외 사유를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위와 같은 입법론적 해결이 이루어지기 전까지, 생명윤리법 제23조 제2항 제2호에 있어서 사망한 사람의 난자 또는 정자로 수정하는 행위의 의미를 사망한 사람으로부터 채취한 난자 또는 정자로 수정하는 행위로 제한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생전에 체외수정에 동의한 남편으로부터 채취한 정자, 정자기증자로부터 채취한 정자 등에 의하여 수정하는 경우까지 형사처벌 등 가혹한 법적 제재의 대상으로 삼지 않으며, 이를 통해 불임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부부들이 의료현장에서 인공수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받을 수도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


출처 : 월간안과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