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소개

기고문/칼럼

[현두륜 변호사] 소위 ‘신해철법’ 국회 통과의 의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6.05.30 11:44 조회수 : 4118


소위 신해철법국회 통과의 의미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

 

2016. 5. 19.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쓴 19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의료분쟁조정절차 직권 진행에 관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이 개정법률안은 소위 신해철법이라고 불린다. 신해철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피신청인의 동의를 얻어야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진행되도록 한 의료분쟁조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었고, 이에 대해서 많은 찬반 논쟁이 전개되었다.

 

의료소비자단체에서는 소비자원에 의한 분쟁조정절차와 같이 신청인이 분쟁조정신청을 하면 피신청인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절차가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분쟁조정절차의 자동진행은 의료분쟁의 수를 증가시켜 의료기관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의료인의 방어진료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서 개정에 반대해 왔다. 그러자, 양자의 입장을 절충하여 사망이나 중상해의 경우에만 직권으로 진행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는데, 이번에 통과된 법률안은 바로 이러한 절충적인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개정법률안은 국회내에서도 많은 논쟁을 거쳐 통과된 만큼, 그대로 공포·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남은 문제는 대통령령에 중상해의 범위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중상해의 범위와 그 기준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직권 진행되는 의료분쟁 건수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는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중상해의 범위와 기준을 대통령령에 규정하더라도 분쟁조정신청 접수 단계에서 중상해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데, 그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앞으로 중상해의 범위 설정과 관련한 논쟁이 뜨겁게 전개될 수도 있다.

 

한편, 개정 법률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의료기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법률 시행 이후에 발생한 의료사고로 인한 사망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상해의 경우 신청인이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하면 피신청인의 동의 여하에 상관없이 분쟁조정절차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이러한 경우, 의료기관으로서는 분쟁조정절차에 참여하여 적극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분쟁조정결과에 대해서 이의가 있으면, 조정을 거부하면 된다.

 

또한,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의료기관은 직권 진행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 1) 신청인이 조정신청 이전에 의료사고를 이유로 의료기관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 2) 명백히 거짓된 사실관계로 조정신청을 한 경우, 3)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원장에게 직권 진행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이 이유가 있는 경우, 분쟁조정 신청은 각하된다. 또한, 조정절차 진행 중에 신청인이 해당 의료기관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동일한 사안에 대해서 법원에 소송이 제기된 경우에도, 분쟁조정신청은 각하된다. 따라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위와 같은 사유를 이유로 직권 진행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거나 법원에 적극적으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대처할 수도 있다.

 

이번 개정의 목적은 조정개시율을 높여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는데 있다. 사망과 중상해의 경우 의료분쟁조정절차를 직권으로 진행하면, 분명 조정개시율은 높아진다. 문제는 조정성립률이다. 사망이나 중상해 사건은 다른 사건에 비해 그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쟁점이 많을 수 있는데, 그러한 사건을 법정 기한(90) 내에 정확하게 감정하고 공정하게 조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부실한 감정 및 조정은 조정성립률을 떨어뜨리고, 오히려 분쟁을 복잡하게 만들고 장기화시킬 수도 있다. 그동안 의료기관이 사망이나 중상해 사건에 대해서 분쟁조정절차에 쉽게 동의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부실한 감정 및 조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개정법률안에서는 조정개시율을 높이는데만 중점을 두고, 공정하고 정확한 분쟁 조정을 위해 고민한 흔적은 그다지 찾기 어렵다. 조정개시율이 높아진 만큼 조정성립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같이 마련될 때, 법이 추구하는 진정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출처 : 병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