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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설명의무 법제화와 위반시 형사처벌을 위한 시도 바람직한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6.11.21 09:32 조회수 : 4070


설명의무 법제화와 위반시 형사처벌을 위한 시도 바람직한가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의 설명의무를 법제화하는 한편, 중요사항 변경 시 그 역시 고지하도록 하고 이에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 및 자격정지처분을 부과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도 제출되었으나 최근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를 통과시키지 않았다. 의사 등 의료인의 설명의무를 법제화하고 이에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까지 하고자 하는 입법의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의료현장에서 환자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충분한 설명을 하여야 환자의 자기결정권이 보장될 뿐 아니라, 환자와 의료인이 진솔하게 소통함으로서 분쟁을 예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법제화와 관계 없이 이미 우리나라 대법원은 수술 및 침습을 과하는 과정 및 그 후에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의사가 환자에게 이러한 것을 설명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설명이 충분히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환자가 아닌 의사 측에 그 증명책임을 부담시키고 있다. 또한, 설명이 필요한 범위도 상당히 넓게 설정하여, 위험발생 가능성이 아무리 희소하다 할지라도 그 설명의무를 면제하고 있지 않으며, 환자가 설명을 이해할 능력이 없을 때에만 가족 등 보호자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설명의무 위반과 환자의 나쁜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위자료 뿐 아니라 환자의 전체 손해에 대한 책임까지 지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일선 의료기관에서도 환자에게 최대한 자세히 설명을 하도록 진료체계를 정비해왔다.

 

위와 같이 확립된 판례가 있음에도 설명의무를 법제화 하고 이에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까지 하고자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몇 가지 문제가 있다. 개정안과 같이 설명의무가 법제화되는 순간 환자에 대한 나쁜 결과가 없더라도 설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자체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형사처벌에 이를 수 있는 법률은 그 자체로 의미가 명확해야 하고 적용과정에 혼란이 없도록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누구에 대해서 설명을 하면 그 의무를 다하는 것인지 불분명한 상황이 발생한다. 환자에게 설명을 할 수만 있다면야 다행이다. 그러나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누구에게 설명을 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일까. 의료법 개정안은 환자의 법정대리인에게 설명을 하면 된다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법정대리인이란 민법에 따른 친권자, 후견인, 재산관리인 등을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바와 같이 한 집에 거주하는 가족이라 할지라도 위 법정대리인이 아니다. 또한 설명의 상대를 가족이라고 규정해도 적용범위가 명확해지지 않는다. 가족 역시 민법상 개념으로서 일정 범위의 혈연 또는 법률상 배우자를 의미하기 때문에 사실상 동거하는 먼 친척, 친구, 사실혼 배우자는 여기에 속할 수 없다. 환자에게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환자와 동반하여 의료기관에 방문하는 사람이 반드시 위 범위 내에 속한다는 보장이 없다. 따라서 환자에게 설명이 어려운 경우 누구에게 설명을 하고 동의를 구하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을지 그 범위를 법에 규정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한, 설명의무가 면제되는 상황인 환자의 의사결정능력이 없거나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게 되는 등의 상황은 환자별, 상황별로 다양하게 펼쳐지게 되며 어느 정도는 의료인의 재량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는데 면제 상황인지 아닌지를 수사기관의 판단에 맡긴다면 판단 자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수사기관에 불필요한 업무부담까지 지우게 될 수 있다. 그리고 설명의무 위반에 대해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만 지우게 될 때와는 달리, ‘의무자에게 형사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누가 의무자인지도 명확히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현실에서, 특히 여러 명의 의사가 협업하는 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설명은 여러 의사들에 의하여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의료행위 중간 단계에서 미처 설명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그 의사들 중 누구를 처벌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설명의무를 법제화하지 않은 지금도 판례는 의사의 설명의무 위반 내지 승낙취득 과정의 잘못과 환자의 상해의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경우 해당 의사를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형사처벌하고 있다. 위와 같이 적용 과정에서 논란이 발생할 것이 명약관화함에도 설명의무를 법제화하고 단지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 및 자격정지처분까지 부과할 현실적인 필요가 있는지 숙고가 필요하다.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