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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선 변호사] [시론] 보존의무 있는 진료기록 확대 환영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01.16 16:43 조회수 : 4342

[시론] 보존의무 있는 진료기록 확대 환영

 

최근 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 제1항 제5호가 개정, 보존의무 있는 진료기록에 검사소견기록 뿐 아니라 검사내용이 포함되게 됐다. 이에 따라 2017130일 이후 최초로 검사되는 경우 검사소견기록 뿐 아니라 검사내용까지 5년간 보존해야 하며, 이를 위반한 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 및 1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해지게 된다.

 

 

필자는 주로 의료소송과정에서 환자 혹은 의료진을 대리하여 소송을 수행한다. 분만사고 여부가 문제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입증자료 중 하나는 태동검사기록지이다. 태동검사기록지를 통해서 당시의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이에 비추어 의료진의 처치가 시의적절하였는지를 거슬러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검사기록지가 없다면 간호기록지나 경과기록지만으로 당시의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입증하기는 상당히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태동검사기록지는 보존의무가 있는 진료기록부 등으로 해석되지 않았다.

 

이는 의료법이 규정하고 있는 보존의무 있는 진료기록에 대한 해석태도 때문이다. 의료법과 시행규칙은 환자명부, 진료기록부, 처방전, 수술기록, 검사소견기록, 방사선 사진 및 그 소견서, 간호기록부, 조산기록부, 진단서 등의 부본의 보존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는 경우 자격정지 뿐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 및 법원은 보존의무가 있는 대상을 한정적, 열거적으로 이해했고, 보존의무가 있는 것으로 명시적으로 열거되지 않는 기록에 대해서는 의료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산부인과 의료진이 산모의 초음파사진을 보관하지 않아 진료기록부보존의무 위반이 문제된 사안에서 법원은 의료법과 시행규칙이 방사선사진의 보존의무는 규정하고 있으나 초음파사진은 이에 포함되지 않고, 초음파사진은 방사선검사와 기능, 원리 및 작용방식이 서로 다르므로 초음파사진의 보존 필요성이 매우 크다는 사정만으로 초음파검사 사진을 방사선사진에 준용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지금까지의 의료법 시행규칙은 검사소견기록을 보존하라고만 하였기 때문에 수사기관이나 법원은 검사결과지에 의학적인 판단이 별도로 작성되는 경우는 이는 검사소견기록이나, 의학적인 판단을 별도로 기재하지 않는 이상 이는 보존의무 있는 검사소견기록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태동검사기록지 역시 이 기록지에 의료진이 의학적인 소견을 별도로 기재하지 않는 이상 보존의무가 있는 진료기록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의료법이 진료기록부 등의 보존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 자신으로 하여금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경과에 관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 보존하여 이를 그 이후 계속되는 환자치료에 이용하도록 함과 아울러 다른 의료관련 종사자들에게도 그 정보를 제공하여 환자로 하여금 적정한 의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함에 있다. 만약 중요한 검사결과기록지에 대한 보존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면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게 보존되기 어려우며 사후적으로 진료과정에서의 처치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진다. 결국 의료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입증의 부족은 환자에게 불이익한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피해자가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여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낮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개정된 의료법 시행규칙이 보존의무가 있는 대상을 검사내용에까지 확대한 것은 환영할만하다. 의료법 시행규칙의 개정에 따라서 앞으로는 검사지에 의학적인 판단을 별도로 작성하는 경우는 검사소견기록으로서, 검사내용결과지 자체는 검사내용으로서 보존의무가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행 1달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범자인 의료인들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하여 검사내용이라는 문구에 대한 정확한 의미에 대한 안내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청년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