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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생활 속의 헌법 - 공중보건의 복무경력을 사학연금 재직기간에 산입시킨 헌법재판소 결정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01.19 15:21 조회수 : 5164


생활 속의 헌법

- 공중보건의 복무경력을 사학연금 재직기간에 산입시킨 헌법재판소 결정

 

법무법인 세승

정혜승 변호사

 

최근 헌법과 헌법재판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요즘의 사건이 아니더라도 헌법은 늘 우리의 생활 속에 영향을 끼쳐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헌법재판소의 2016년 결정에 따라 1991년 이전 공중보건의사 복무 경력도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상 재직기간에 산입되게 된 것이다.

 

현행 농어촌등보건의료를위한특별조치법은 공중보건의사에게 국가공무원의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한 사람이 사립학교 교원이 되는 경우, 복무기간을 사학연금 재직기간에 산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처음부터 공중보건의사가 국가공무원이었던 것은 아니다. 1991년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공중보건의사는 국가에 의하여 징집되어 병역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자신의 거주지와는 동떨어진 의료 낙후지역에서 근무하였음에도 군인도, 공무원도 아닌 지위에 있었다. 이에 따라 1991년 이전의 공중보건의사 복무 경력은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에 따라 교직원 재직기간에 산입될 수 없었다. 반면, 군의관으로 복무한 자는 위 법에 따라 복무기간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병역의무를 진 의사가 군의관 또는 공중보건의사 중 어떠한 형태로 복무할 것인지는 본인의 의사가 아니라 국방부장관에 의하여 결정된다. 자신이 결정하지 않은 진로에 따라 재직기간의 산입 또는 불산입이 결정된다는 것은 불평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반발한 한 교수가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헌법재판소는 1991년 이전의 공중보건의사 경력을 사립학교법상 재직기간에 산정하지 않는 것은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군의관이나 공중보건의사나 이들이 수행한 역무는 전문적 분야인 의료였고, 특히 병역의무의 일환으로 이러한 복무를 하였다는 점에서 두 직역은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중보건의사도 현역 중위 및 대위에 상응하는 보수를 받은 점을 지적했다. 또한, 공중보건의사들도 군의관이나 현역 군인 못지않게 자신의 거주지를 떠나 낙후된 지역에서 공중보건을 위하여 기여한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공중보건의사가 1991년 이전에는 법률상 군인도, 공무원도 아니었을지라도 이들에게는 근무지 인근에 거주할 의무가 있었으며, 복무환경이 병영생활에 못지않게 열악한 경우도 있고, 복무지역을 이탈한 때에는 복무기간이 연장되며, 복무기간 중 각종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의료인 면허자격을 정지당하기도 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면 군인 또는 공무원 못지않게 국가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결국 위와 같은 사정에도 불구하고 1991년 이전의 공중보건의사 복무자들은 자신의 경력을 사립학교 교원 재직기간에 산입할 방법이 없는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 조항은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헌법재판소는 위 조항에 당장 위헌결정을 할 경우 위 조항 자체의 적용이 어려워 사립학교 교원 재직년수에 산입되어야 할 경력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여 2017630일까지 잠정적으로 위 법조항을 적용하도록 하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헌법불합치 결정이란 해당 법률조항이 위헌이기는 하나, 당장 적용을 못하는 경우 혼란이 발생할 것이 우려되는 경우 일정 기한까지 해당 조항을 적용하되, 그 기한까지 합헌적인 취지로 법률을 개정하도록 하는 결정이다. 이 결정 유형은 해당 법률이 위헌임을 확인하여 당사자의 권리는 구제하되, 당장 일어날 혼란을 막으며, 합헌적 방향의 법률 개정에 대하여 법제개정권자인 국회의 의견을 존중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국회는 위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따라 2016. 12. 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을 개정하였고, 1991년 이전에 공중보건의사로 복무한 사람들도 복무기간을 사립학교 교직원 연금법상 재직기간에 산입할 수 있게 되었다. 헌법은 멀리 있지 않다. ‘공중보건의사로 병역의무를 이행한 사람과 군의관 출신이 왜 다르게 취급되는 것인가?’ 라는 매우 합리적인 의문 뒤에 헌법이 있다.

 

(출처 : 데일리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