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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석 변호사] 줄기세포 치료 한의원 사건을 통해 본 ‘치료적 시도’와 ‘치료를 빙자한 사기’에 관하여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01.23 17:25 조회수 : 4831

줄기세포 치료 한의원 사건을 통해 본

치료적 시도치료를 빙자한 사기에 관하여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의사 조진석

jscho@sslaw.kr

 

줄기세포(Stem cell)란 하나의 세포가 여러 종류의 다른 세포를 생산할 수 있는 다중분화능을 가진 세포로, 줄기세포 치료 또는 줄기세포 시술(이하에서는 줄기세포 치료라고 통칭함)은 여러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의학적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지만 줄기세포 치료의 경우 백혈병과 같은 혈액질환에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어 표준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되고 있으나 대다수의 고형암이나 퇴행성 질환 등의 질환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아니한 연구단계 혹은 치료적 시도에 해당한다.

 

최근 모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암 환자를 상대로 줄기세포 치료를 하여 사회적으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이하 줄기세포 한의원 사건이라 함). 해당 한의원의 한의사는 환자들에게 줄기세포 치료를 권하면서 암 치료, 수명 연장, 치료효과 100% 보장 등의 단어를 사용하여 환자가 줄기세포 치료를 받게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다수의 질환에 대한 줄기세포 치료는 아직까지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지 않은 연구단계 혹은 치료적 시도에 해당한다. 또한 상당수의 질환에 대한 줄기세포치료는 신의료기술평가의 대상으로, 신의료기술 평가를 받지 않았거나 평가중이라면 환자에게 실시하더라도 비용을 받아서는 안 되고 의료광고도 할 수 없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치료법 또는 치료제에 관하여 환자에게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아니한 점을 설명하고 표준적 치료법과 비교하여 설명한 후 환자의 동의를 받아 임상시험또는 치료적 시도로써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그렇지만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치료법 또는 치료제임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현혹하기 위하여 해당 치료법 또는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지 않았음을 소극적으로 설명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환자로부터 시술대가로 거액의 금전을 받기 위하여 환자에게 해당 치료법 또는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었고 표준적인 치료보다 우수하다고 적극적으로 속이는 것은 기망 행위, 치료를 빙자한 사기에 해당할 수 있다.

 

환자들은 자신에게 적용되는 의료기술이 새롭고 특별하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자의 경우 생존을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자신이 진료를 받을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을 선택할 때 새로운 의료기술 사용에 관한 사항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절박한 환자들은 새로운 의료기술에 관한 홍보물이나 치료자의 설명 등을 신뢰하여 치료 결정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모 병원에서의 줄기세포 이식술 사건이나 눈미백수술 사건에서 치료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지 않았음에도 이 같은 사항을 환자에게 적절하게 설명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어 치료자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사례가 있다. 다만 이들 사례에서 법원은 일반적인 의료과오소송에서의 책임제한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여 치료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상당부분 제한하였다.

 

한편 미국에서도 최근 줄기세포 치료와 관련한 소송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데, 미국의 경우 소극적 설명의무 불이행을 넘어 적극적으로 정보를 왜곡하여 제공하는 방식으로 환자를 속였다면 악의적, 기망적 은폐 또는 왜곡행위가 있다고 하여 징벌적 손해배상도 가능하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관련 판례에서는 치료자의 손해배상책임에 대하여 일반적인 의료과오소송의 책임제한법리를 적용하여 상당부분 제한하였는데, 이는 피해자 보호의 측면에서 부당하여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예를 볼 때 적극적으로 정보를 왜곡하여 제공하는 방식으로 환자를 속였다면 악의적, 기망적 은폐 또는 왜곡행위가 있다고 하여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게 하여 피해자의 보호를 도모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식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법리를 통해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책임제한이나 과실상계가 허용되지 않는데, 이러한 법리를 적용하여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어 인정되지 아니한 치료법이나 치료제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정보를 왜곡하는 등 환자를 속이는 기망적 은폐 또는 왜곡행위가 있는 경우,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아 책임제한 내지 과실상계를 하여 손해배상액을 감액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번 줄기세포 치료 한의원 사건을 통하여 유효성과 안전성이 인정되지 아니한 치료법 또는 치료제와 관련하여 합법적 임상시험이나 건전한 치료적 시도치료를 빙자한 사기를 명확히 구분하여 임상시험이나 치료적 시도는 보호받되, 거액의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목적의 치료를 빙자한 사기는 제한 없는 손해배상책임 부담 등의 민사 책임 뿐만 아니라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 등의 응분의 법적 책임을 모두 부담하도록 하여 환자들의 권리보호와 의학의 발전을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출처: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