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분변경과 재소금지 원칙 위반
[대법원 2022두58599 과징금부과처분취소]
1. 사건의 경위
피고는, 원고들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약사가 미리 조제한 약을 비치하고 간호사가 약을 추가 조제한 후 환자에게 투여하여 약사법 제23조 제1항 본문, 제24조 제4항을 위반하였음에도 그 약제비 등을 요양급여비용으로 청구함으로써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자 등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하였다는 이유로, 2018. 6. 27. 원고들에 대하여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40일의 요양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하였다.
원고들은 2018. 9. 20. 피고를 상대로 위 업무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
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9. 12. 12.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으며, 원고들은 이 사건 선행판결에 불복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다.
한편, 피고는 원고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위 항소심 계속 중인 2020. 1. 10.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 제1항에 따라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 496,574,000원의 부과처분으로 직권 변경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2020. 3. 6. 대전지방법원에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2021. 11. 3. 이 사건 전소를 취하하였으며, 같은 날 피고가 원고들의 소 취하에 동의하여 이 사건 전소는 소 취하로 종결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원심은 이 사건 소와 이 사건 전소의 당사자가 동일하고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전소의 소송물을 선결적 법률관계 내지 전제로 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소는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되어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였다.
2. 대법원 2022두58599 사건 판결 요지
○ 이 사건 전소는 처분의 변경으로 인해 그 효력이 소멸한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고, 이 사건 소는 후행처분인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것이므로 이 사건 전소와 이 사건 소의 소송물이 같다고 볼 수 없다.
○ 이 사건 전소의 소송물인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의 위법성이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의 위법성을 소송물로 하는 이 사건 소와의 관계에 있어서 항상 선결적 법률관계 또는 전제에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과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의 기초가 되는 위반 행위는 동일하지만 처분의 근거법령이나 요건과 효과는 동일하지 않다.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은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에 근거한 것이고,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은 같은 법 제99조에 근거한 것으로 그 처분기준이나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대한 고려사항이 같지 않다.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이 적법하더라도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은 위법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 제1항에 따르면,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하여 부과되는 과징금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부담하게 한 금액의 5배 이하의 금액’만 부과될 수 있으므로, 업무정지 처분에는 위법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에 갈음하여 부과된 과징금의 액수가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부담하게 한 금액의 5배’를 초과함으로써 과징금 부과처분이 위법한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사건 업무정지 처분이 위법하더라도 이 사건 과징금 부과처분은 적법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업무정지 처분이 지나치게 과중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그 업무정지 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부과처분은 재량범위 내에 있어 적법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원고들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 이 사건 전소의 소송절차를 통한 국가나 법원의 노력을 헛수고로 돌아가게 한다거나 소송제도를 남용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 그렇다면 이 사건 소의 제기가 민사소송법 제267조 제2항의 취지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오히려 소제기를 필요로 하는 정당한 사정이 있으므로 재소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