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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왜곡된 한국의료가 메르스 불러왔다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6.25 09:07 조회수 : 2503
 
 
[창간특집 좌담회]왜곡된 한국의료가 메르스 불러왔다
 
"응급실 과밀화, 3분 진료 등 총체적 난국상이 메르스에서 터졌다"
 
 

[청년의사 신문 송수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이 대한민국을 뒤흔든 지 한 달이 다 돼 간다. 메르스는 우리 사회의 많은 부분을 바꿔 놓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곪아 왔던 부위가 터졌으면 이제 수술을 하면 된다. 이에 청년의사라디오 <나는의사다>와 <히포구라테스> 에서 전문가들과 함께 메르스를 통해 드러난 한국의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재영 : 메르스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만해도 메르스라는 단어를 들어본 국민보다 들어보지 못한 국민이 더 많았지만 이제 메르스를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메르스 전문가가 돼 가고 있다.

 

김선욱 :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신종플루처럼 메르스도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종감염병은 언제든 또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메르스 사태를 교훈으로 삼아 의료제도를 재정비를 했으면 한다.

 

박재영 : 메르스 사태, 언제 진정될 것 같은가.

 

송형곤 : 처음부터 낙관적으로 보지 않고 보수적으로 봤다. 만약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 시절 이런 일이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답이 없다(송 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을 지냈다). 하루에도 응급실에 환자가 150~200명 정도 오는데 함께 오는 보호자들을 통제하기 힘들다. 심지어 응급실 앞에서 구역예배를 보는 사람들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를 맡으면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과밀화 문제 해결이지만 별별 짓을 다해도 결국 안 된다. 제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응급실로 들어오는 환자들은 많은데 이들이 입원할 병상이 없기 때문에 3~4일 동안 응급실에서 치료하게 된다. 그래서 병실처럼 응급실로 병문안을 오는 것이다. 막으면 민원 들어가고 난리난다. 역학조사를 한다고 해도 CCTV 보고 해서 문병객까지 합쳐 800명이 넘는데 그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며, 그 사람들이 통제에 잘 따를지 의문이었다.

송형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응급의료센터장, 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
송형곤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응급의료센터장, 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 김형진 기자

이재갑 : 제일 당황스러웠던 사건이 평택성모병원에서 병실 중심으로 메르스 노출자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삼성서울병원에 14번 환자가 갔는데 3일 동안 응급실에 머물렀다는 얘기를 듣고 뜨악했다. 응급실에 환자가 3일 동안 체류하면 안 된다. 응급실로 온 환자가 바로 입원이 안 되면 전원하도록 돼 있지만 삼성서울병원에서는 그게 안 된 것이다.

 

박재영 : 예전에도 병실이 없어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2~3일 머무는 경우가 있었나.

 

송형곤 : 그렇다. 늘 있는 일이다. 일주일 동안 응급실에서 항생제 맞고 치료 받다가 퇴원한 환자도 있었다. 6시간 이내에 입원장을 발부하고 12시간 내에 병실로 올리라는 내부규정이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입원할 병상이 없다고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말을 따르는 보호자와 환자가 얼마나 되겠나. 또 다른 문제는 환자가 6인실만 가겠다고 하면 방법이 없다. 보통 병실이 특실과 2인실이 먼저 빠지고 그 환자들이 6인실로 가기 때문에 6인실이 바로 빠지는 경우가 없다. 원칙적으로 몇 시간, 며칠이라는 규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가 매우 힘들다. 특히 환자나 보호자가 싫다고 하면 답이 없다. 더구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3일 동안 있었던) 14번 환자 같은 경우 젊은 남자이고 폐렴이면 항생제 치료로 좋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증도 순위에서 떨어진다.

 

김선욱 : 규정이 있는데도 지켜지지 않고 이를 강제할 방법도 없고, 전원을 권유하면 항의하는 환자들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제도적인 문제라기보다 문화적인 문제일 수도 있지 않나. 응급실이 입원을 위한 도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 사실을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것 아닌가.

 

송형곤 : 제도적인 문제라고 지적하는 이유는,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에서 다른 곳에 보낼 수 있도록 조정되지 않는다. 삼성서울병원에서 오래 치료한 환자라면 갈 수도 없다. 누가 그 환자를 받겠다고 하겠는가. 시스템적으로 안 돼 있다. 그런 분들은 대부분 장기적으로 만성질환 2~3개 갖고 있으면서 감염성 질환까지 가진 분들이 많다. 그렇다면 삼성서울병원과 비슷한 수준인 병원으로 전원하는 게 자유로워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그게 안 된다. 빅5병원은 상황이 다 똑같기 때문이다.

 

김선욱 : 빅5병원이 아닌 이대목동병원 응급실 사정은 어떤가.

 

주웅 : 응급실로 들어왔는데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하거나 입원이 안 된다고 하면 5명 중 1명은 민원을 넣고 화를 낸다. 그런 상황은 어디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박재영 청년의사 신문 편집주간
박재영 청년의사 신문 편집주간 김은영 기자

박재영 : 메르스 유전자(PCR) 검사를 해달라고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또 메르스 검사를 두고 보건소와 일선 의료기관들이 부딪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송형곤 : 3차 의료기관은 자체적으로 PCR검사를 할 수 있지만 이천병원처럼 규모가 작은 중소병원들은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메르스 검사를 해 달라고 환자들이 오면 검체를 수거해서 보건소를 통해 검사 기관에 보낸다. 환자들은 의심이 된다면서 검사를 해달라고 하지만 그걸 다 해줄 순 없다. 또 젊고 건강에 문제가 없는데도 2~3일 만에 가슴 엑스레이 촬영 결과 상태가 나빠졌다고 하면 보건소에서는 일단 입원시켜서 경과를 지켜본 후에 상태가 더 안 좋아지면 검사를 하라고 한다. 국민안심병원이 실제로 안심할 수 있는 병원인지 의심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선욱 : 메르스 유전자 검사를 해달라고 하는 환자들은 얼마나 되나.

 

송형곤 : 하루에 1명 정도는 있는 것 같다. 메르스 사태 이후 응급실과 외래 진료 합쳐서 환자수가 20%로 줄었다. 그런 상황에서 하루 1~2명 정도가 검사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이재갑

: 메르스 노출력이 명확하고 증상이 있으면 의심환자 범주에 들어가니까 반드시 검사해야 한다. 그러나 노출력이 명확하지 않고 메르스 관련 병원에 간 적도 없는데 열이 난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병원에 한 번도 안 갔었는데 열이 나면 그 환자는 일단 메르스 의심 환자는 아니다. 문제는 그냥 불안해서 오는 분들이다. 안 해주면 병원을 뒤집으려 하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 상대하느라 응급실이 아수라장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전혀 노출력이 없는 사람들은 검사를 하면 안 된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는 게 아니라 관련 비용을 국가 재정으로 다 대주고 있는 방식이다. 행여 기준에 안 맞는 환자가 나오게 되면 병원 입장에서는 검사 다 해놓고 돈을 한 푼도 못 받게 되는 구조다.

본인부담으로 검사를 하는 코드도 마련돼 있지 않다. 원한다고 검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신종플루 때는 본인이 원하면 검사를 할 수 있도록 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건 정말 의심되는 환자들에 대한 진단이 빨리 이뤄져서 치료를 받거나 격리를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김형진 기자

주웅 : 일단 의사를 믿어줘야 한다. 규제로 묶인 부분은 의사가 할 수 없다. 규제에 묶여 있는 게 의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니까 오해가 생기는 거다.

 

박재영 : 메르스 관련 정부 가이드라인에서 잘못된 것은 없나.

 

이재갑 : 국민안심병원 기준 중 페렴 환자가 중환자실 가기 전에 메르스가 아닌 걸 확인하고 입원시키라는 게 있다. 웬만한 메이저 병원도 응급실에서 환자가 기다릴 수 있는 시설이 없다. 중환자실 갈 정도면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하는 상황인데 이걸 달고 병원 응급실 외부 특정 공간에 환자를 12시간 대기하도록 하겠다는 건 탁상공론에서 나온 얘기다. 이런 시설이 있는 응급실에 전국에 몇 개 되지도 않는다. 이 기준은 아직까지 고쳐지지 않고 있다.

 

박재영 : 삼성서울병원에 제대로 된 음압격리병실이 하나도 없는 얘기도 있었다. 음압병실과 음압격리병실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뭐가 다른 것인가.

 

이재갑 : 음압병실은 음압이 걸리는 병실이다. 음압병실이 더 큰 범위다. 메르스 환자가 있는 곳에서 보호복을 입고 벗을 수가 없지 않나. 따라서 보호복을 입고 벗을 수 있는 전실(前室)이 필요하다. 옷을 입고 들어가고 나올 때는 마스크와 장갑 정도만 남겨놓고 오염된 보호복은 벗어야 한다.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는 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전실이 없는 음압격리실은 엄밀히 말하면 메르스 환자를 돌보기에는 부적합하다. 중간방에도 음압이 걸려 있어야 한다. 국가지정격리병상의 음압격리실은 환자가 있는 음압실이 있고 의료진이 거주하는 전실에도 음압이 걸려있어서 전실에서도 바이러스가 한 번 더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해놨다. 이처럼 보호복을 벗고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구조를 갖춘 방이 삼성서울병원에는 몇 개 없었다는 얘기다.

 

김선욱 : 그런 구조를 갖춘 격리병실이 얼마나 되나.

 

이재갑 : 메르스 환자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곳은 국가지정병상으로 총 105병상인데 병실 숫자는 70개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일부는 2~3명이 함께 쓰는 다인실로 만들어놨다. 또 지역거점병원이라고 일부 시도에서 돈을 들여서 만든 병상이 있는데 정확한 숫자 파악은 안되고 있다. 이들까지 합치면 150~200병상 정도는 될 것이다. 일부 대학병원들이 리모델링하거나 새로 지으면서 국제 표준에 맞춰야겠다고 생각해서 전실이 있는 음압병실을 만든 곳도 있다.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 변호사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 변호사 김형진 기자

박재영 : 일부는 국가에서 비용을 지원하지 않았나

 

이재갑 : 국가지정격리병상은 지원해준다. 한 병동 전체를 일반격리실, 음압격리실, 전실이 있는 음압격리실로 만들었는데 30억원 정도 든다. 메르스처럼 중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병실은 국가지정격리병상 중에서도 6~10개 밖에 안된다.

 

김선욱 : 그 정도면 충분한건가.

 

이재갑 : 그건 따질 수 없는 게 유행의 정도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진다. 메르스 환자가 170명을 넘었고 치료받고 있는 사람도 100명을 넘었다. 그렇다면 이미 국가지정격리병상에서 수용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환자는 지역거점병원으로 갔고 그것도 부족해서 일부 대학병원에도 환자들이 가고 있다.

 

박재영 : 그렇다고 그 비싼 병상을 수천개씩 준비해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재갑 : 그게 생각의 차이다. 만약 200~3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는데도 지금 우리나라에는 음압격리병상이 100개밖에 없다고 생각해봐라.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홍콩이 벤치마킹 대상이다. 홍콩의 경우 2002년과 2003년 사스 때 초토화됐다. 그래서 아예 격리병실로만 구성된 병원을 하나 설립했다. 그리고 모든 병원마다 적어도 음압병상을 20~30개씩은 만들어놨다.

 

김선욱 : 평소에는 일반 병상으로도 쓸 수 있나.

 

이재갑 : 그렇다. 그런 격리병상을 만들어 놓으면 호흡기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들이 쓸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그런데 유지비가 엄청나게 들기 때문에 그 비용은 정부에서 지원해줘야 한다.

 

주웅 :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려면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부처마다 최고 우선순위를 국민의 생명에 두고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생명을 지키는 보건의료인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박재영 : 이제 이번 메르스 사태가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줄지,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이야기 나눠보자.

주웅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주웅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형진 기자

주웅 : 3분 진료가 아니었다면 메르스 사태는 다른 국면을 맞았을 것이다. 의대에서 학생들이 실기시험을 볼 때 병력 청취를 하는 시험을 본다. 모의 환자에게 병력 청취를 하는 것을 보고 점수를 주는 데 문항을 하나라도 빼면 안된다. 특히 “최근에 해외여행을 다녀오신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은 꼭 물어보게 돼 있다. 메르스 전에도 에볼라 바이러스도 있었고 사스, 신종플루, 말라리아, 뎅기열, 황열 등 다른 나라에서 온 전염병이 많기 때문에 꼭 물어보게 돼 있다. 배울 때 그렇게 배우지만, 실제 진료실에서는 그걸 물어볼 시간이 없다. 3분 진료이다 보니 어디가 언제부터 아팠나. 검사는 이거 하면 된다는 정도만 이야기해도 3분이 금방 지나간다. 3분 진료가 아닌 15분, 30분 진료가 됐더라면 좀더 빨리 메르스를 걸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송형곤 : 결국에는 돈 문제다. 대한민국 질병관리본부가 무늬만 갖췄을 뿐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등에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보건복지부도 미국처럼 하고 싶지만 관련 예산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제는 돈을 써야 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메르스 사태와 같은 일이 계속되면 메디컬 코리아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되고 실추된 이미지가 언제 다시 회복될지 모르는 일이다. 소탐대실하지 말고 좀 더 크게 보고 투자해야 한다. 안전이라는 것은 결국 돈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정부가 움직였으면 한다. 사회적인 문제가 일어났을 때 공론화하고 비용 문제 등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뤄내는 게 필요하다.

 

박재영 : 원인이 어찌됐든 누가 잘못을 했든 안했든, 다 같이 힘을 모아 극복을 해야 할 때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식상하지만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 많은 소를 잃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고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김선욱 : 위기는 기회 앞에 있는 오는 일이다. 메르스를 통해 한국 의료제도에 대해 좀더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있다. 막연히 불안하고 비관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출처] 청년의사

 

[링크] http://www.docdocdoc.co.kr/news/newsview.php?newscd=2015062400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