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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가톨릭의료협회지 Health & Mission_auturm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9.11 12:54 조회수 : 2604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지혜

 

법무법인 세승

신태섭 변호사

 

급속히 다변하는 의료환경에 대한 여러 평가들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 중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또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평가가 혼재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환경 속에서 의료인을 위협하는 것으로 의료분쟁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필자가 의료전문변호사로서 의료인 입장에서 바라본 현 의료여건을 평가하자면 그리 긍정적인 환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먼저 의료인의 고객이라 할 수 있는 환자 측면을 살펴보면, 환자들의 권리의식은 나날이 높아져만 가고 있고, 그릇된 광범위한 정보들은 이러한 권리의식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으며, 불법브로커들은 그러한 권리의식을 다른 목적으로 철저히 악용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의료인들은 제대로 된 의료분쟁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행정처분, 형사처벌, 손해배상 등이라는 도처의 덫들 앞에 마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국회와 정부가 계속 쏟아내는 의료관련 법과 제도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의료인들에게 더 많은 의무와 책임만을 가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의료인이 의료분쟁을 대비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있을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가 감명 깊게 읽었었던 인생수업이라는 책의 한 구절이 그 해답을 제시할 수도 있겠다. “신이시여, 제게 바꿀 수 없는 일을 받아들이는 평화를, 바꿀 수 있는 일을 바꾸는 용기를, 그리고 그 둘을 구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의료분쟁을 대비하기 위해서 과연 의료인이 바꿀 수 없는 것과 바꿀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위에서 언급한 나날이 증대되는 환자들의 권리의식과 그 환자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의료인이 바꿀 수 없는 것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결국 의료인 스스로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내어 이를 바꾸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필자는 적지 않은 강의를 통해서 여러 의료분쟁 사안들에 대한 법적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지만, 의료인들이 실무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분쟁상황들을 빠짐없이 모두 설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필자는 매 강의마다 다음 두 가지만큼은 힘주어서 여러 번 강조하게 된다. 이는 이 두 가지가 의료인이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먼저 차팅의 중요성이다. 흔히 의료인들은 자신이 의학적으로 적정한 의료행위를 수행한 경우 혹시 차후에 법적분쟁이 발생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그러한 판단은 일면 타당하지만, 그러한 확신에는 중요한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즉 그러한 의료행위가 진료기록부에 상세히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진료기록부에 기재되지 않은 의료행위는 하지 않은 것과 같다.

 

따라서 의료인들은 다른 의사(전원 받은 의사)가 해당 환자를 치료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른 의사(법원 감정의 또는 전문위원)가 재판에서 당신을 방어해줄 수 있도록 자신이 수행한 의료행위를 진료기록부에 충실히 기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 다음으로 이 시대의 화두 소통의 중요성이다. 의료인들은 환자 또는 보호자들과 좋은 관계 형성 즉 소통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통한다는 것은 곧 그들을 존중하는 것으로써 이러한 소통 과정은 혹시 모를 의료분쟁 발생 시 너무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수술결과가 매우 안 좋고 그러한 악결과에 의료인의 의료과실이 충분히 예상되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해당 의료인의 따뜻한 말 한마디 또는 따스한 손길을 기억하는 환자나 유족들은 법률상담만 받을 뿐 소송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누군가가 필자에게 의료분쟁을 대비하는 의료인의 올바른 자세를 질문한다면 필자는 서슴없이 한 손은 차트 위에 다른 한 손은 환자 이마 위에라고 답하겠다. 이것이 바로 의료인이 바꿀 수 있는 것들이고, 이를 스스로 바꾸어나가는 용기와 지혜가 지금 의료인에게 요구되고 있다.

 

혹시 최근 진료과정에서 환자 또는 보호자들의 항의가 제기되거나 증가된다면, 지금 자신의 한 손은 차트 위에 있는지 다른 한 손은 환자 이마 위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료분쟁의 예방은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