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소개

세승소식

[기사] 한국가톨릭의료협회지 Health & Mission_spring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3.17 09:29 조회수 : 2596





 

 

 

의료사건에 있어서 감정(鑑定)의 의미 및 한계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김선욱

 

법률용어로서 감정이란 법원의 재판에 도움을 주기 위하여, 재판에 관련된 특정한 사항에 대하여 그 분야의 전문가가 의견과 지식을 보고하는 일을 말한다. 글자 위조여부에 관한 필적 감정이나 몸의 상태에 관한 신체감정 등이 그 예이다.

 

고 신해철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중재원)에 진료기록부 등을 보내서 의료의 적정성 등에 관한 감정을 요청하였다. 의협과 중재원은 각 감정결과에 대한 회신을 보냈고 그 내용이 언론에 일부 공개 되었다. 대체적으로 의협의 감정결과는 "심낭 천공과 소장 천공은 수술행위 중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므로 천공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만으로 의료과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복막염 진단을 위해 최소한의 진찰과 검사는 시행됐으나 입원을 유지해 지속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환자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은 것과도 일정 부분 관계가 있다고 판단한다."고 보도 되었다. 의협의 감정결과는 병원의 의료과실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처럼 보인다. 한편, 중재원의 감정결과의 주요 내용은 수술 후 장천공으로 발생할 수 있는 증세를 관찰해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은 명백한 의료 과실이 있다는 것이다.

 

의협이나 중재원이나 모두 의학 전문가가 연구하고 의논하여 감정결과를 경찰에 회신하였다. 그런데 감정결과가 서로 다른 것으로 보여 오해를 나게 하고 있다. 역시 의협은 의사편이다라든지 중재원은 환자편이다 라는 식의 관전평이 그 주된 내용이다. 이렇게 된 원인이 무엇일까? 감정처가 감정의 역할과 의미를 넘어서 너무 대중 편향적 결과를 보도 자료로 발표한 것이 아닌가 한다.

 

현재 이 사건은 형사절차를 통하여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고인의 사망의 원인에 있어서 해당 의사에게 형사적인 의료과실이 있었는가가 주요 쟁점이다. 의사에게 의료과실이 있다면 그 결과는 무엇인가? 형사적으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 벌은 누가 내리는가? 법원의 판사가 결정을 한다. 결국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는 것이다. 의협이나 중재원이 수사기관의 의뢰로서 감정처가 되는 것은 재판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전문적인 감정결과만 주면 되는 것이다. 질문의 범위를 넘어서서 의료과실이 있다 없다고 판정을 하는 것은 감정처의 본분을 넘어서는 일이다. 의협이나 중재원이 의료과실 여부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 보다는 감정결과 의학적으로 적절하였는지 여부만을 확인하는 것에 그쳤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설사 수사기관이 감정의 의미를 잘 모르고 감정처에 의료과실이 있는가 여부를 직접 물어 보았다고 하더라도 단지 진료기록부 등 제한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감정을 하는 입장에서 전문가로서의 의견 이외에 의료과실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규범적 판단까지 한 것은 적절치 않다.

 

의료재판은 문제가 된 사건에 있어 의학적 사실에 대한 조회결과와 감정처의 의학적 평가를 가지고 당해 행위에 대하여 의료과실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정하는 절차이다. 판정은 의학적 판정이 아닌 규범적 판정이다. 따라서 의학적으로 적절치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규범적으로는 비난할 수 없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결과도 간혹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요사이 국민적 관심이 많고 여론도 들끓고 있는 사건이 많다. 그런데 이럴수록 여론재판이나 인민재판으로 흘러가는 것은 경개해야한다. 수사기관, 감정기관 및 법원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며 기본을 지키면서 냉정함을 유지하여야 한다. 이래야 헌법상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며 성숙한 법치주의 사회가 되는 것이다.

 

[출처 : 한국가톨릭의료협회지 Health & 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