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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변호사] 수두 환아의 폐렴 사망과 손해배상책임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29 14:15 조회수 : 3921
 

수두 환아의 폐렴 사망과 손해배상책임


대외법률사무소 김선욱 변호사



만 4세인 A는 과거 폐렴과 천식으로 1주일 간 입원한 병력이 있는 여아로서, 갑작스런 감기 증상이 있어 2~3일 간격으로 5차례나 B병원을 방문하였고, A의 계속되는 증상은 기침과 임파절 부종이었으며, 열은 없었다. 그러다 A는 약 10일간 증세가 호전되어 B병원에 내원하는 일이 뜸 해졌으나, 10일 정도 후 기침, 콧물이 심해지고 40°C가 넘는 발열, 피부 발진,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 다시 B병원에 내원했다. 의사는 A의 증상을 새롭게 수두로 의심하고 경구약 처방을 하였다.


그러나 A는 귀가 후 증상이 더욱 심해져 B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했고, 당시 A의 상태는 체온 38.5°C에 등과 배에서 발진현상이 관찰되었으나, 흉부 청진 결과 호흡음은 깨끗했다. 이에 의사는 A의 병명을 바이러스성 수두로 확진하고 해열제 주사를 처방한 후 퇴원조치 했다. A는 그 다음 날에도 열이 나고 배가 아프다며 보챘고, A의 어머니는 다시 A를 데리고 B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했다. 의사는 A를 진찰한 결과 A가 복통, 구토, 고열(39.8°C), 활동성 저하 증세를 보이고 있었는바 방사선 촬영을 지시했고, 그 결과 A는 바이러스성 폐렴 및 수두로 진단되어 격리 입원 되었다. 입원 당시 A는 발열, 오한, 기침, 가래, 콧물, 인후통, 식용감퇴, 소변량 및 활동성 감소, 피부 발진, 복부 압통 등의 증상을 보였고, 다시 촬영한 흉부방사선 및 동맥혈 가스검사 결과 심각한 폐렴 상태로 발전하고 있었다.


A가 입원하자 의사는 A에 대한 여러 가지 검사를 시행한 후 간호사들에게 8시간마다 생체징후를 측정할 것과 만약 생체 징후에 이상이 발견되면 의사에게 알리도록 지시했다. 의사는 A의 질병이 수두와 같은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이차적인 폐렴이었으므로, 다시 바이러스에 의한 전격성 폐렴이나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진행할 수도 있다고 판단하여 A의 보호자에게 당시의 심각한 폐렴상태를 설명하면서 치료를 잘못 받으면 큰 일 날 수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의사는 A의 입원 당일이 일요일인 관계로 저녁 회진을 하지 않았고, 전화로 간호사에게 죽에 준하는 식사 섭취 유도만을 지시했으며, A의 보호자가 의사의 면담을 요청했음에도 간호사에게 전화상으로만 경구약 투약 및 찜질을 지시했을 뿐 A의 병실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또한 같은 날 야간 당직근무를 하던 간호사는 A의 병명을 수두로만 알고 있었을 뿐 심각한 폐렴 상황임을 전달받지는 못했다.


A는 입원 다음 날인 새벽 1:30경 체온 38°C로, 눈을 못 뜨고 아프다며 중얼거리고 있었고, 호흡수도 분당 38회로서 호흡곤란이 관찰되었다. 이에 간호사가 전화로 이를 의사에게 알렸지만, 의사는 발열 때문에 나타나는 증상으로 판단한 후 해열제 주사 처방, 흉부 방사선 촬영, 이상 발견 시 보고하라는 지시만 하였을 뿐 병실을 방문하지는 않았다. 간호사는 A의 흉부 방사선 촬영을 실시한 후 이를 판독하면서, 전 폐에 걸쳐 혼탁함이 관찰되어 A의 폐렴 증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만연히 A의 열이 조금 내려가자 상태가 나아졌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불과 2시간 후 A는 호흡곤란 등 이상증상을 보이더니 심정지와 호흡마비로 사망하였다.


같은 사안에서 법원은 어떠한 판결을 내렸을까.


법원은 먼저 A가 초반의 단순 감기가 아닌, 차후에 감염된 수두에 의한 합병증으로 인해 폐렴에 걸렸고, 이미 폐렴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 상태에서 입원하였으며, 의사도 A의 상태가 심각했음을 인식하였던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는 A의 생체징후를 통상의 다른 환자들과 같이 8시간마다 측정할 것을 지시하였고, 간호사로부터 2차례나 A의 증상이 좋지 않음을 보고 받았음에도 간호사의 보고에만 의존한 채 A를 총 9시간가량이나 직접 진찰하지 아니한 사실, 그리고 A의 증상에 대한 관찰과 보고를 책임지던 간호사에게 A의 병명 및 상태의 심각성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아 간호사는 A를 단순히 수두로만 알고 있었고, 때문에 해열제 처방으로 A의 열이 약간 내리자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판단하였으나, 사실은 폐렴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었던 사실을 확정하였다.


그리고 A의 급속한 폐렴과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던 B병원의 의료진으로서는, A에게 호흡곤란 등의 징후가 있는지 여부를 보다 잦은 직접적인 진찰로 확인했어야 하거나, 그렇게 하지 않고 A의 증상에 대한 1차적 관찰을 간호사에게 맡긴 경우라면 그 담당 간호사에게 A의 병명 및 상태를 정확히 고지하고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통상의 환자보다 자주 생체징후의 측정 및 점검을 지시해야 하는 등 세심한 진단 및 경과관찰이 필요하였다고 하면서, B병원 의료진은 결국 이를 소홀히 하여 A의 급속한 폐렴 진행에 필요한 응급처치의 시기를 놓친 과실이 있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A처럼 급속한 폐렴의 진행 상황을 참작하건대, 만약 B병원 의료진들이 조기에 최선의 처치를 다하였다고 하더라도 치명적인 결과가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아, 이러한 결과는 기왕병력 등 A의 체질적 소인도 일부 사망 결과에 기여하였다고 판단함으로써, B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60% 정도에서 인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