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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변호사] 한약 복용후 혈액암으로 사망, 한의사의 과실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29 13:04 조회수 : 4453
 

한약 복용후 혈액암으로 사망, 한의사의 과실은?


대외법률사무소 최재혁 변호사


A씨는 2살 난 딸아이의 식욕부진 때문에 한의원을 찾아갔고, B한의사는 진맥한 후 체한 것이 주증상이라며 한약을 처방하였다. 그런데 한약을 복용한지 일주일이 지나 딸아이가 복통을 호소하고 검고 풀어지는 변을 보자 A씨는 B한의사에게 이러한 증상을 설명하였다. 그러나 B한의사는 장의 나쁜 기운이 빠져나올 때 생기는 현상이라며 한약을 추가로 처방하였으나, 이후에도 이전과 동일한 증상은 계속되어 A씨는 같은 증상을 계속 호소하였지만 B한의사는 오히려 더 강한 한약을 처방하였다.


결국 한약을 복용한지 2달 정도가 지나서도 동일한 증상이 계속되어 소아과를 찾아갔고, 딸아이의 증상을 진료후 혈액질환이 의심된다는 소아과의사의 말에 대학병원을 찾았으나 딸아이는 이미 ‘중증의 재생불량성 빈혈(이하 ’혈액암‘이라고 함)’로 진단받았고, 골수이식 수술을 기다리다 8개월 후 사망하였다.


이 사건에서 B한의사는 과실은 무엇일까. B한의사가 처방한 한약 때문에 혈액암이 발병하였을까. 만일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B한의사의 과실은 없는 것일까. 경과관찰주의의무위반의 과실은 어떨까. 설명의무위반의 과실은 물을 수 없을까.


이 사건은 본 변호사가 진행한 실제 사건으로 아래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문제된 쟁점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하나, 이 사건 한약 때문에 혈액암이 발병하였을까. 이 부분은 인정되지 못했다. 이 사건 한약의 성분검사 결과 혈액암을 일으킬 톨루엔 등 유독성 물질이 나오지 않았지 때문이다.


둘, 경과관찰의무 내지 전원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닐까. 이 부분은 인정되었다. 한의사로서는 환자가 한약 복용후 계속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 자신의 진단과 처방이 잘못되었거나, 자신이 처방한 한약이 환자의 체질에 맞지 않을 가능성 또는 환자에게 다른 질병이 있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한약의 복용을 중단시키던지 용량을 줄이면서 예후를 살펴야 하고, 복통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하여 양방병원과의 협진 또는 추가적인 검진 등을 권유하였어야 함에도, 그러한 환자의 경과에 관한 주의관찰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채 오히려 동일하거나 약효가 더 강한 한약을 추가로 처방하여 투약케 한 잘못이 있기 때문이다.


셋,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닐까. 이 부분 역시 인정되었다. 한의사의 설명의무는 최초 진단과 한약처방시에만 한하지 않으며 경과의 변화에 따른 추가 진단과 한약처방 등 진료의 모든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이고, 추가적인 검진이나 한약처방을 실시하는 경우에 한의사로서는 자신이 행한 최초 한약처방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환자가 보이는 증상을 토대로하여 의심해볼 수 있는 병증, 추가로 하는 한약처방의 의미와 필요성 및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나 위험성 등에 대하여 처음보다 더 자세하고 충분한 설명을 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추가 처방을 받을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의무가 있는데 B한의사는 이러한 설명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록 이 사건 한약으로 인해 혈액암이 발병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경과관찰의무 내지 전원의무위반 및 설명의무위반의 과실이 인정되었으며, 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즉 진료과정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대권이 침해되었다는 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된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