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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재 변호사] 의료사건에 있어서 입증책임의 문제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29 13:26 조회수 : 3915
 

의료사건에 있어서 입증책임의 문제


대외법률사무소 류경재 변호사

사례) 산모는 경산부로서 임신 3개월 경 소변검사결과 요당에서 약양성의 반응이 보였다. 그 후 정기적인 산전진찰에서 혈압, 산모의 체중증가, 태아심박, 태아성장도 및 태위는 모두 정상이었으나 병원측에서 임신성 당뇨에 대한 검사를 하거나 기왕력 또는 가족력을 조사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분만 당시 태아의 어깨가 산모의 골반 내에 걸려 더 이상 분만이 진행되지 않는 견갑난산에 처하게 되자 병원측은 산모의 회음부의 가운데 부분을 절개한 후 산모의 치골 상부를 압박하면서 후방어깨분만법으로 4.45kg의 태아를 만출시켰다.

그런데 태아는 출산 당시 신경마비로 인한 우측상지의 근력 약화 등의 증세가 나타나 분만 직후부터 오른쪽 팔의 운동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아 영구적인 장애가 남게 되었다. 한편, 산모는 출산 후 실시한 혈액 및 소변검사에서 당뇨증세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경우 산모는 병원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설) 불법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가해행위와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그러한 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은 원고(피해자)에게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피해자의 증명곤란을 구제하기 위하여 일정한 경우에는 입증책임이 완화되기도 하며, 특히 의료사건에 있어서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가 추정(사실상 추정)되는 사례가 많은데, 위 사례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위 사례에 있어서 대법원은 ‘당뇨가 있는 임산부의 경우에는 거대아를 임신할 가능성이 높아 견갑난산이 발생할 가능성이 일반적인 경우보다 높으므로, 병원은 산전에 산모에게 당뇨증세가 있는지 여부를 확진하기 위하여 기왕력이나 가족력을 조사하고 임신성 당뇨검사를 실시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라고 판시하여 병원측의 과실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환자측이 의사의 의료행위상 주의의무 위반과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므로,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측에서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증명한 경우에는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라고 판시하여, 위와 같은 병원의 의료상 과실과 태아의 신체상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를 사실상 추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위 사례의 경우 병원측이 태아의 신체상 손해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는 추정되어 병원측은 산모에게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