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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변호사] 의료소송과 노동능력상실률, 위자료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29 13:47 조회수 : 4498
 

의료소송과 노동능력상실률, 위자료


대외법률사무소 최재혁 변호사


 얼마 전 TV에서 ‘가슴의 값어치’라는 제목으로 의료재판의 문제점을 지적한 프로그램이 방송되었다. 프로그램 내용은, 병원의 실수로 조직검사 결과가 잘못 전달되었고 이를 믿고 유방암으로 오진하고 유방을 절제한 사건에서 향후치료비 1450만원, 위자료 2500만원의 판결이 있었는데, 그렇다면 법에 의한 가슴의 값어치는 4000만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위 프로그램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의료소송의 손해배상액 중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일실이익이고, 이러한 일실이익은 맥브라이드평가표에 의한 노동능력상실률로 산정하는 것인데 맥브라이드평가표에는 가슴 상실에 대한 노동능력상실률이 규정되지 않아서 결국 일실이익을 산정할 수 없고, 4억까지 나온다는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사망한 경우 최대 5000만원까지 밖에 인정되지 않는 의료소송 위자료 한계액 때문에 의료사고로 고통 받는 피해자들이 현실적인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 프로그램에서 지적한 의료재판의 문제점은 적절하였다고 본다. 맥브라이드평가표라는 것 자체가 육체노동자를 대상으로 1960년대에 작성된 것이고, 위자료 기준이라는 것도 사회적·경제적 변화와 상관없이 법원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은 것인데, 이러한 기준에 근거해서 손해배상액이 결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료재판의 문제점과 관련하여 본 변호사가 진행하였던 사건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위 방송에서의 사건과 상당히 유사한 사건으로, 대학병원에서 유방암으로 진단되어 유방절제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 암이 아님이 밝혀진 사건이다. 법원은 유방암이라고 확진하기에는 부족하거나 의견대립이 있음에도 유방암을 단정한 진단상의 과실 및 설명의무 위반을 들어 병원의 과실을 인정하였으나,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비록 본 건에서는 추상장애로 인한 노동능력상실률이 인정되어 일실이익이 일부 인정되기는 하였으나, 위자료에서는 환자의 나이 및 가족관계, 직업, 사건경위 등을 참작하였다고는 하나 2100만원 밖에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둘은, 치과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치과의사가 치료 중 핸드피스(치과치료 기구) 조작을 실수하여 환자의 입술 아래쪽으로 상처를 남긴 사건이다. 치과의사가 과실을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건의 쟁점은 손해배상액 산정에 집중되었다.


그런데 본 건에서 특기할만한 점은 신체감정 결과, 향후치료를 받는다면 반흔(상처)은 일부 남겠지만 맥브라이드평가표에 의한 노동능력상실률은 없다는 회신이 나왔음에도 법원은 이에 구속되지 않고 노동능력상실률을 일부 인정하여 일실이익은 산정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추상장애에 대한 것이었기 때문에 법원이 신체감정 결과와 다른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결코 일반적인 판결은 아니었다.


셋은, 전자궁적출술을 시행하면서 수혈을 위하여 대퇴정맥에 중심정맥관을 삽입하면서 사용한 가이드 와이어를 수술을 마친 후에도 그대로 대퇴정맥에 남겨 둔 결과 가이드 와이어가 몸 속으로 들어가 두 부분으로 부러져서 혈관 속을 돌아다니거나 유착된 사건이다. 본 건에서도 병원측에서 과실을 인정하여 사건의 쟁점은 손해액 산정에 집중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리 신체감정을 받아도 와이어를 제거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불가능하고, 몸속의 와이어는 혈전을 발생시키고 혈관 파열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며, 당시에도 여러 가지 고통을 받고 있었음에도 노동능력상실률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맥프라이드평가표에는 이러한 경우를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본 건에서도 일실이익은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본 건에서 주목할 점은, 맥브라이드 기준으로는 농동능력상실률을 산출할 수 없어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수는 없지만, 환자의 통증, 예상할 수 없는 행동상의 장애 등의 피해를 위자료의 산정에 참작하였다는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비록 노동능력상실률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장애율을 인정한 판례도 있고, 노동능력상실률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환자의 장애를 위자료에서 참작한 판례도 있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판례가 보편적이지는 않은 상황에서 위에서 살펴본 의료재판에서의 손해배상액 산정의 문제점은 결코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의학서적을 뒤적이며 어렵게 어렵게 의료과오를 입증했다 하더라도 결국 인정되는 손해배상액이 소송비용에도 미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의료사고를 소송으로 해결하려 들 것이며, 결국 이러한 모순은 현실적으로 환자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디, 보다 현실적인 노동능력상실률 기준과 위자료 산정의 기준이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본 변호사도 이러한 부분에 있어 노력할 것을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