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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변호사] 의료사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29 13:55 조회수 : 4473
 

의료사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현두륜 변호사


1. 서설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매우 다양하다. 이를 유형화하면, 1) 의료사고로 인한 민·형사적인 분쟁, 2) 진료비(건강보험 및 자동차보험 진료비 포함) 부당청구로 인한 민사·형사·행정적 분쟁, 3) 의료관련 법령 위반으로 인한 형사 고발 또는 행정처분, 4) 기타 노무, 임대차, 광고, 의료장비 구입 및 리스 등과 관련된 분쟁 등이 있다. 그 중에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이 가장 대표적인 분쟁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의료사고와 의료과오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 ‘의료사고’란 의료행위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이에 비해 ‘의료과오’란 의료사고 가운데 의료상의 과오로 인하여 나쁜 결과가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의료분쟁은 의료인의 과실이나 결과를 불문하고, 의료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분쟁을 통칭한다. 따라서, 의료행위 과정에서 과실이 있는 경우뿐만 아니라, 과실이 없이 의료행위 자체에 수반하는 불가피한 부작용이나 환자의 기왕증으로 악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도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성형이나 피부미용 등과 같이 질병 치료가 근본적인 목적이 아닌 외모 개선을 목적으로 한 시술이 성행하면서, 그 결과에 대한 주관적 불만족이나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으로 인한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환자의 권리의식이나 기대 수준은 높아지는 반면 의료기관의 현실은 이에 따라가지 못함으로 인하여 사소한 분쟁이 생기고, 결국 이로 인하여 의료사고에 대한 분쟁으로 확대되는 경우도 많다.


 굳이 통계자료를 인용할 필요도 없이, 의료분쟁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의료분쟁이 증가하는 원인으로 의료공급자 측면과 의료수요자 측면으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공급자측 요인으로는 1) 의술의 발전으로 인한 의료행위의 복잡화와 의료발전에 뒤쳐진 의료기관의 현실, 2) 의료기관의 지나친 영리 추구 및 그에 대한 위험관리대책 부재, 3) 의료 종사원들의 지식과 정보 부족, 4) 인턴 및 레지던트에 대한 업무 편중, 5) 규격화된 진료로 의사·환자간 신뢰관계 약화 등을 들 수 있다. 수요자측 요인으로는 1) 의료행위의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과 경제적 보상 심리 증가, 2)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성 확대, 3) 각종 의료시민단체, 의료소송 전문가, 의무기록 번역원의 등장, 4) 판례의 경향(법원의 과실 추정 이론, 설명의무의 확대) 5) 권리의식의 신장과 의료인에 대한 인식 변화 등을 들 수 있다.


2. 의료분쟁이 전개되는 과정


 의료사고로 인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대부분은 당사자 간의 합의로 해결된다. 그러나, 합의가 성립되지 않거나 피해가 중대한 경우 또는 의료사고 이외에도 다른 의료법 위반 문제가 개재된 경우에는 분쟁의 양상이 복잡해진다. 이러한 경우에는, 1) 의료사고 발생(또는 결과 불만족), 2) 항의 및 내용증명 발송, 3) 합의 시도, 4) 관련 행정기관에 민원 또는 진정 제기1), 5) 소비자보호원에 구제 신청, 6)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로 형사 고발, 7) 민사소송 제기 등의 모든 절차를 거칠 수도 있다.


 대표적인 분쟁 사례 두 가지만 소개하겠다. 먼저, 정형외과 병원에서 발생한 사례이다. 무릎 십자인대 재건수술과 연골재생 시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후 5개월 이상 지나서, 수술이 잘못되어 무릎이 수술전 보다 더 나빠졌으니, 손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서 병원은 수술에는 문제가 없었고, 환자가 그동안 물리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부주의해서 결과가 나빠진 것 같다고 하면서 합의를 거부하였다. 그러자, 환자와 그 가족은 병원을 찾아와 집회 및 시위를 하기 시작하였다. 병원과 시술 의사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명예훼손까지 하였다. 그리고, 건강보험공단과 심평원에 진료비 부당청구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였고, 보건소와 경찰에는 업무상 과실치상과 진료기록부 허위 기재 혐의로 고소하였다. 병원은 집회 및 시위 등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를 하고, 법원에 업무방해 및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여 집회 및 시위 금지 판결을 받았다. 그 후에도 환자는 의료사고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은 제기하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병원을 귀찮게 하여, 결국 병원이 먼저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다. 위 사례는 환자가 부당한 요구를 하여 합의가 성립하지 않게 됨에 따라, 서로 극한적인 대립을 한 경우이다. 그 과정에서 병원도 힘들었지만, 환자는 아무것도 얻은 게 없고, 오히려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음은 비뇨기과 병원에서 발생한 사례이다. 병원은 공중보건의사를 아르바이트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원장 부재시에 요로 결석 환자가 내원하였고, 공중보건의사가 방광 부위에 ESWL(체외충격파쇄석술) 시술을 하였다. 시술 후 며칠 지나서 환자는 신장 부위에 출혈이 발생하여 응급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러자, 환자는 ESWL 시술로 인하여 출혈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면서,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장은 공중보건의사가 진료하였다는 것을 숨기기 위하여 자신이 진료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수정하였는데, 공교롭게 수정 전후 진료기록부가 전부 환자측에 제공되었다. 서로 다른 진료기록부를 갖게 된 환자측은 병원이 의료과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허위의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였다고 판단하고, 이를 보건소와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아울러 언론에도 제보하겠다고 협박하였다. 결국, 병원은 환자의 요구에 따라 거액을 주고 합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3. 의료분쟁의 사전 예방


 모든 분쟁은 사전 예방이 최고다. 의료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을 주의하고 실천해야 한다.


 (1) 의료진은 끊임없이 의료자질을 함양하여야 한다. 이는 의료인의 당연한 의무이고, 의료사고 예방을 위한 가장 기본이다.


 (2) 환자와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상세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해야 한다. 잘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비록 시술상의 과실이 없어도 손해(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 판례 중에는 전립선 조직생검 후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위 소송에서 환자측은 먼저, 전립선조직생검시 과도한 힘을 주지 않고 정확한 부위에서 생검을 하여 직장전립선에 손상을 가하지 않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술의사는 직장전립선을 천공시킴으로써 패혈증 및 요도직장루가 발생하게 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서 법원은, ‘전립선 조직생검의 경우 생검침이 직장 조직을 통과한 다음 전립선조직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손상이 가해지게 되고, 매우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손상에 의하여 감염이 발생할 수는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예방적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는바, 시술의사는 전립선조직생검시 항생제 주사를 투여하였고, 그 후 복용할 경구용 항생제의 처방을 내렸으므로 이로써 진료 당시의 의료수준에 따른 필요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다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감염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시술 의사는 조직생검을 하기 전에 위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설명의무 위반으로 인한 위자료 배상을 명하였다. 시술 전 병원은 환자에게 시술안내서를 교부하였으나, 부동문자로 기재된 위 안내서에는 전립선조직생검 후 일시적으로 혈변, 혈뇨, 혈정액증, 감염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시간이 지나면 점차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내용만 있고 원고에게 나타난 것과 같은 패혈증이나 요도직장루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서울지방법원 1998. 11.  4. 선고 98가합951).


 (3) 진료기록부를 상세하게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검사를 실시한 경우에는 그 검사 결과를 반드시 기재하고, 검사결과지도 첨부해야 한다. 검사 결과 이상이 없더라도 기본적인 활력징후는 반드시 기재하고, 적어도 ‘이상 없다’라는 기재는 있어야 한다. 진료 후 진료기록부를 수정·추가 기재하는 것은 가능하나, 이 경우 허위 작성으로 인한 오해가 없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특히, 수정할 때에는 수정액 등으로 깨끗하게 지우지 말고, 수정 전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줄을 긋는 게 좋다. 그리고, 허위 작성은 없어야 한다. 또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였으면, 반드시 이를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만약, 이를 분실하거나 정당한 이유없이 제출하지 아니하면, 재판 과정에서 ‘입증방해’에 해당되어 불리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4) 무자격자의 진료행위 또는 진료보조 행위를 금지시켜야 한다. 간혹,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그 범위를 벗어난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무자격자에게 진료보조를 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경우, 그 자체가 과실로 인정받을 수 있고, 나중에 형사처벌과 자격정지처분을 받을 수 있다.


(5) 시술 후 지속적으로 관찰을 하고, 이상 징후가 있으면 반드시 전원시켜야 한다. 스스로 치료하려고 노력하다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의사로서는 응급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서 진료하였다고 주장해도, 결과적으로 전원 의무 위반으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 오진에 대한 주의는 말할 것도 없다.


(6) 진료과정을 투명화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료분쟁은 의료과오와 무관한 사소한 분쟁이나 오해로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예를 들어, 여성 환자를 진료하는 남자 의사가 진료실에서 혼자 진료할 경우, 그 과정에서 성추행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형사증거법상으로 환자의 진술만으로도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에, 수치감을 유발할 수 있는 진료의 경우에는 여성 진료보조원이 입회할 필요가 있다. 나중에 설명의무 이행 여부가 문제되었을 경우에도, 유력한 증거자료가 될 수 있다.


(7) 마지막으로는 의료소송에 관한 기본적인 법리나 의료법이 정한 의료인의 의무사항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4. 의료분쟁 발생 시 대응방안


 의료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는 우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사소한 사건이라도, 의료법 위반과 관련되어 있는 경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모든 분쟁은 가급적 초기에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해서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합의를 할 때, 조심해야 할 점을 몇 가지 소개한다. 1) 합의서를 반드시 작성한다. 2) 합의서에는 합의의 대상(의료사고 발생일, 장애의 내용과 그 정도)과 합의의 당사자, 합의의 내용 등을 정확하게 기재한다. 이 부분은 특히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3) 합의서에 의료과실을 섣불리 인정해서는 안된다. 이를 환자측에서 악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합의서 내용이 건강보험공단에 알려질 경우, 공단에서는 의사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합의에 대한 비밀유지 약정을 추가하여야 한다. 4) 합의서 작성 후에 꼭 공증을 받을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합의서 작성 당사자가 정확하게 서명 또는 날인하는 것이다. 사망 사고의 경우에는 망인의 상속인이 합의의 당사자가 되는데, 대부분은 상속인이 다수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합의 당사자가 다른 상속인 전부를 대리해서 합의를 한다는 보장을 받아 두어야 한다. 5) 합의를 해 놓고 합의사항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벌칙(위약벌) 규정을 두고 합의 내용을 무효화한다는 내용도 추가하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