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소개

기고문/칼럼

[최재혁 변호사] 코피 치료 없이 퇴원 후 사망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29 14:51 조회수 : 4562
 

코피 치료 없이 퇴원 후 사망


대외법률사무소 최재혁 변호사


(질문)

교통사고를 당한 A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두부 손상과 안면부 손상에 대하여 성형외과에서 각종 골절에 대한 개방정복과 내부고정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 후 입원 중 화장실에서 대변을 보다가 갑자기 코피를 쏟기 시작하였고, 출혈은 30분가량 지속되었으며 헤모글로빈 수치가 떨어져 수혈까지 받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코피는 몇 차례 반복되었다. 그러자 병원에서는 이비인후과에 협진을 의뢰하여 출혈의 원인을 찾으려 했으나 결국 찾지 못하였고, 코피 증상이 완화되자 퇴원을 지시하였다.


그런데 퇴원 후 집에서 다시 코피가 터졌고 A는 의식을 잃었다. 119구급차를 불렀을 때는 이미 심정지, 호흡정지, 의식소실 상태였으며,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옮겼으나 도착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로 진단되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결과 사인은 혈액 흡인에 의한 기도폐쇄성 질식으로 추정되었다.


병원으로서는 교통사고에 대한 성형외과에서의 수술 당시 혈관이 손상되었다든지 등의 어떠한 문제도 없었고, 코피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이비인후과에 협진도 의뢰하였으나 비내시경 등을 하였지만 그 원인을 찾을 수 없었으며, A의 코피 증상이 완화되어 퇴원시켰던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병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있을까, 어떠한 주의의무 위반을 물을 수 있을까, 문제된다. 의료소송이란 단순히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당시 임상의학에서 일반적으로 실천되고 있는 규범적 의료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답변)

A와 같이 대량 또는 반복적인 비출혈이 있는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에게는 어떠한 주의의무가 있을 것인가.


A의 진료를 담당한 병원 의료진으로서는 대량 비출혈이 여러 차례 반복되었으므로 그 출혈의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를 시행하여야 하고 특히 A의 외상 병력과 출혈 양상에 비추어 큰 혈관 손상을 의심한 다음 우선은 출혈 부위를 찾기 위하여 비내시경 외에 CT나 혈관조영술 등의 검사를 실시하여 그에 따른 적절한 지혈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


뿐만 아니라, 만일 그러한 검사를 다하였음에도 출혈 부위나 그 원인을 찾지 못한 채로 A를 퇴원시키게 되었다면 재차 대량의 비출혈이 발생할 때를 대비하여 A 및 그 보호자에게 대량의 비출혈이 발생하였을 경우 혈액 흡인에 의한 기도폐쇄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요령을 설명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대학병원은 비내시경 외에 CT나 혈관조영술 등 추가적인 검사를 하지 아니하였을 뿐안 아니라 대량 비출혈 발생시의 대처요령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없이 A를 퇴원시킨 잘못이 있다 할 것이다.


다만, CT나 혈관조영술 검사를 시행했더라도 출혈의 원인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충분한 설명을 했더라도 적절한 응급처치를 못했을 가능성 역시 없다고 할 수 없어 이러한 사정은 병원의 책임제한 요소로 감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