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소개

기고문/칼럼

[김선욱 변호사] 의료과실로 태아가 사망했을 때 산모에 대한 상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29 15:00 조회수 : 4288
 

의료과실로 태아가 사망했을 때 산모에 대한 상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대외법률사무소 변호사 김선욱


A(여 29살)씨는 임신 32주의 산모였다. 아이를 낳고 기를 생각에 출산을 기다리고 있던 중 갑자기 밤에 배가 아파 남편 B씨와 인근 병원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응급실에는 여러 환자가 있어 병원 의사가 제대로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고, A씨는 응급실에 방치된 상태에서 배가 아파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B씨가 응급실 의사에게 찾아가 우리 처를 보아달라고 호소하였지만 병원은 일반적인 진찰만 할 뿐 배가 아픈 이유에 대하여 별다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다음날 새벽에 아이를 출산하게 되었는데 태반이 너무 일찍 떨어져 나가는 태반조기박리 때문에 태아가 사망하게 되었다. 너무도 억울함을 느낀 B씨는 병원과 병원의 의사C씨를 형사고발하게 되었다. 이유는 의료사고를 내어 태아가 사망하였고 이에 따라 A씨도 신체의 상해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C씨는 형사적으로 처벌받게 될까?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일반 국민이나 환자는 담당 의료진을 형사적으로 처벌하여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실무에서 보면 의사가 형사적으로 처벌받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민사 소송을 통하여 금전적 배상을 받기 전에 형사고발을 섣불리 하였으나 형사적으로 무혐의 결정(검찰)이나 무죄(법원)판결이 나오는 경우 민사소송도 패소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다. 형사재판은 엄격한 죄형법정주의의 적용을 받게 된다. 쉽게 이야기 하자면, 명백한 증거가 없을 때에는 무죄가 된다는 것이다. 상해죄로 고발하여 유죄를 받게 하려면, 우선 상해가 성립이 되어야 한다. 우리 대법원 판례는 상해가 신체의 외관이나 생리적인 기능이 훼손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고통은 없지만 가령 여성의 모발을 강제로 깎은 경우 신체의 외관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상해죄가 성립한다. 단순히 시간이 경과됨에 따라 낫는 멍을 낸 경우는 생리적 기능훼손이 없기 때문에 상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위 사안에서 법원은 담당의사에게 업무상과실치상으로 1심에서 벌금을 선고하였고 2심에서는  “의사로서의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지만 태반조기박리가 경증일 경우 진단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이 참작된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태아의 사망으로 인해 임산부에 대한 신체·생리적 기능훼손이 있다면 산모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 태아는 임산부의 신체일부가 아니고, 태아의 사망을 임산부의 신체훼손으로 볼 수 없으므로 산모에 대한 과실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하게 되었다. “형법은 태아를 임산부 신체의 일부로 보거나 낙태행위가 임산부의 낙태죄와는 별개로 임산부에 대한 상해죄를 구성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따라서 태아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행위가 임산부 신체의 일부를 훼손하는 것이라거나 태아의 사망으로 인해 임산부의 생리적 기능이 침해돼 임산부에 대한 상해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한편 담당 의사가 진료과실로 인하여 태아가 낙태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담당의사 C씨를 낙태죄로 처벌할 수는 없을까? 형법은 제269조 및 제270조에서 고의에 의한 낙태죄에 대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만 과실에 의한 낙태죄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벌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C씨에 대하여 낙태죄로 처벌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위 사안은 형사적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병원과 담당의사의 주의 의무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본다. 민사적으로 태아의 사망으로 인하여 태아와 부모가 겪을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청구소송이 가능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