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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변호사] 조기양막파수와 산부인과 사고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29 17:46 조회수 : 4385
 

조기양막파수와 산부인과 사고


 최재혁 변호사


조기양막파수라 함은 분만 진통이 있기 전에 양수와 태아를 감싸고 있는 양막이 파열되어 양수가 누락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진통이 오기 전에 양수가 터지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조기양막파수가 발생하면 양수가 소실됨에 따라 제대(탯줄)가 압박되거나, 태아가 출산되기 직전에 탯줄이 먼저 자궁입구에 끼이게 되는 제대탈출, 모체발열과 융모양막염 등에 의한 이차적 태아손상 등의 위험이 발생한다. 그리고 조기양막파수 후 24시간 이상 경과하면 태아의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산모가 조기양막파수로 내원하게 되면 태아의 심박동을 꼼꼼히 체크하는 등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조기양막파수의 산모에게 발생한 사고에 대한 판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산모는 임신 37주 3일째이던 어느 날 21:30경 양막파수로 산부인과에 내원하였고, 의사로부터 조기양막파수를 진단받고 입원하여 항생제를 처방 받은 후 21:39경부터 다음 날 16:03경까지 전자태아심음감시장치로 태아 심박동을 체크하였고 특이사항은 없었다.


그러나 산모가 16:55경 신생아를 분만하였는데, 신생아에게 태아호흡이 없고 창백하자 의사는 즉시 심박동을 확인하고 기관삽관 후 앰부 주머니를 이용하여 산소를 공급하였으나 자발호흡이 없자 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켰다. 당시 아프가 점수는 1분 4점, 5분 5점이었다.


신생아는 17:40경 대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 도착하여 곧바로 기관삽관을 교체하였고, 당시 아프가 점수는 4점이었고, 경련증상을 보였으며, 이후 실시한 MRI에서 저산소혈증으로 인한 뇌조직 괴사 및 뇌하수체출혈이 진단되었다.


이후 신생아는 뇌병변 1급 1호 장애인으로 등록되었고, 현재까지 사지마비 경직성 뇌성마비, 위조루술 상태로 독립적인 거동이 불가능하며 일상생활에 타인의 도움이 전적으로 필요한 상태에 있다.


이러한 사안에서 과연 병원은 무엇을 잘못했을까.


병원은 신생아를 출산하기 직전 약 50여분 동안 태아심박동을 관찰하지 않았다. 이로써 제대탈출 또는 제대압박으로 태아에게 저산소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조기양막파수의 산모에게 20여시간 동안 자연분만만을 고집하는 한편, 출산 직전 필요한 경과관찰을 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


또한 병원은 기관삽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학병원에서 기관삽관 재설치 후 신생아의 활동성이 회복되었고, 동맥혈가스분석검사 결과 상태가 호전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신생아에 대한 기관삽관시 사용되는 튜브 설치상의 곤란함, 뇌성마비의 원인불명의 가능성 등이 감안되어 병원의 책임이 일부 감액되었지만, 결과적으로 3억이 넘는 손해배상액이 인정되었다.


본 건은 무엇보다도 조기양막파수 산모에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한 병원의 특별한 주의의무에 대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해 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