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소개

기고문/칼럼

[최재혁 변호사] 산부인과 소송의 새로운 기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29 18:31 조회수 : 4137
 

산부인과 소송의 새로운 기준


 최재혁 변호사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산부인과 소송에서 4억원 가량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이 판결에는 4억원이라는 판결금액보다 더욱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그것은 대부분의 산부인과 소송에서 문제되는 쟁점으로, 신생아의 현재 뇌성마비가 과연 분만시의 저산소증으로 인한 것인지 여부에 대한 기준에 관한 것이다. 아래에서는 간단한 사건의 경위와 문제된 의료과오를 살펴본 후 위 새로운 기준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산모는 임신 39주 3일째 되던 이 사건 당일 11:30 출산을 위해 병원에 입원하였고, 21:00경 산모에게 지속성 태아심박동감소 소견이 있다는 이유로 제왕절개술을 시행하여 22:00경 신생아를 분만하였는데, 신생아는 진한 태변 착색이 있었으며, 1분 아프가 점수는 5점, 5분 아프가 점수는 6점으로 측정되어 대형병원으로 전원하였으나, 신생아는 저산소성 뇌손상, 신생아 경련, 신생아 가사 등을 진단받아 치료 중에 있으며, 현재 이로 인한 뇌성마비로 혼자서 앉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경직성 사지마비 및 인지기능과 발달기능 장애 등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에서는 병원 의료진의 태아관찰상의 과실을 인정하였다. 즉, 미국 소아과학회 및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 2002)에서는 정상임산부에서 분만(진통) 1기에서 최소한 30분 간격으로 자궁수축 직후에 태아심박동을 확인할 것을 권유하고 있는데, 병원 의료진은 이 사건 당일 13:00경부터 21:00경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태아의 심장박동수를 확인하다가 21:00경 비수축검사를 시행하면서 태아의 심장박동수가 21:20경까지 심한 태아서맥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였는바, 병원 의료진에게는 태아심박동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여 태아곤란증을 뒤늦게 발견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신생아에게 나타난 뇌성마비가 병원 의료진이 태아심장박동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여 태아곤란증을 뒤늦게 발견한 과실로 인한 것인가에 관하여,

기존의 기준인 1991년 미국 산부인과학회 기준 「① 제대혈동맥혈내 ph <7.00의 대사성 또는 호흡-대사 혼합성 산혈증, ② 출생 후 5분 이상 아프가 점수가 0 내지 3점일 것, ③ 경련, 혼수상태 또는 저긴장도의 신생아 신경학적 후유증 동반, ④ 다장기장해 즉, 심혈관계, 소화기계, 혈액, 폐, 콩팥 등의 기능장애」은 다분히 정치적 색채를 띤 것이므로 이를 적용하지 않고,

새로운 기준인 2003년 미국 산부인과학회 및 미국 소아과학회 기준 「① 대사산증(제대동맥) • ph <7.00 & 염기부족도 ≥12mmol/L, ② 신생아뇌병증 • 출생초기 발생 • 중등도 이상 • 34주 또는 그 이후 출생아, ③ 강직성 사지마비 또는 운동이상성 뇌성미비, ④ 다른 원인 배제 • 외상, 혈액응고장애, 감염, 유전요인」을 적용하여, 인과관계를 인정한 것이다.


위 기준들이 다소 전문적인 것이라 이해하기 쉽지는 않겠으나 의료소송을 진행함에 있어서 원칙적인 입증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환자측 입장에서는 상당부분 입증책임의 부담을 덜 수 있는 기준인 것이다.


물론 기존 법원에서도 위 새로운 기준으로 판단한 경우가 없지 않으나 이처럼 판결문에서 명시적으로 새로운 기준을 적용한 것은 의미있다 생각되며, 점진적으로라도 입증책임 분야에서 보다 현실적인 기준의 정립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