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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변호사] 식도에 생선 가시가 걸린 환자에 대한 의사의 주의의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29 18:33 조회수 : 5391
 

식도에 생선 가시가 걸린 환자에 대한 의사의 주의의무


현두륜 변호사


 2008. 8.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은 생선 가시가 식도에 걸려 식도천공으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환자를 치료했던 병원과 의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병원과 의사들의 책임을 일부 인정한 판결을 선고하였다. 먼저 사건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40대의 중년 남성은 2006. 11. 18. 식당에서 우럭머리매운탕을 먹은 후 가슴이 답답하여 11. 20. 집 근처에 있는 의원에 찾아갔다. 의사 A는 혈액검사와 가슴 X선 촬영 결과, 식도에 생선가시가 걸린 것으로 판단하고 내시경 검사를 실시하였다. 내시경 검사에서 생선가시가 식도와 위 연접부에 걸쳐 있는 것을 확인하였지만, 내시경 시야 확보를 위하여 뿜어낸 물로 가시가 위장으로 내려갔다. 의사 A는 가시가 위장으로 내려가는 것을 모니터로 확인하고, 별다른 처방 없이 환자를 귀가시켰다.


2) 그러나 환자는 계속하여 가슴통증이 사라지지 않자, 11. 21. 그 지방에 있는 B의료원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의료원 응급실 의사는 혈액검사와 가슴 X선 촬영을 실시한 결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자, 진통제만 투여한 상태에서 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기 위하여 다음날 아침까지 경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11. 22.) 의료원에서 내시경을 담당하는 의사가 학회 참석 관계로 내시경 검사가 불가능하게 되자, 바로 환자를 내시경이 가능한 다른 병원 의사 C에게 전원시켰다.


3) 의사 C는 환자로부터 그동안의 진료과정을 듣고 내시경 검사를 실시하였는데, 생선가시가 박혔던 곳으로 추정되는 식도의 중간부위에 부종과 궤양을 의심하는 병변을 발견하고, 환자에게 이를 설명하고 식도궤양 약을 처방하였다. 의사 C는 식도천공을 의심할 만한 소견은 발견하지 못하였으나, 환자에게 식도천공 가능성에 관해서도 설명한 후 통증이 사라지지 않거나 열이 나거나 오한 등이 있을 때에는 큰 병원 응급실로 바로 가도록 설명하였다.


4) 그 후 환자는 여전히 흉통이 사라지지 않자, 다시 11. 22. 밤에 B 의료원 응급실을 방문하였다. B의료원 의사는 가슴 X선 촬영 결과, 별다른 이상은 없었으나 발열증상이 있고, 혈액검사 결과 백혈구 수치가 상승된 것으로 나오자, 식도천공으로 인한 종격동염을 의심하고 정밀검사를 위해 대학병원으로 전원시켰다. 대학병원 의사는 CT 촬영, 가슴 X선 촬영, 혈액검사 결과 식도천공에 의한 종격동염으로 진단하고, 식도천공 부위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하여 내시경 검사를 실시하였다. 검사 결과, 앞니로부터 24cm 되는 지점에 3-4mm 정도 되는 구멍이 뚫려 있고, 염증으로 흐물흐물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천공된 위치가 대동맥이 지나가는 부위이고, 염증이 검은 빛을 띠고 있음을 확인하고 대동맥이 파열된 것으로 의심하였다. 그에 따라 담당 의사는 손상된 대동맥 부위를 봉합하는 수술을 실시하고, 괴사된 주변 조직을 제거하는 수술 등을 실시하였으나, 그 후 12. 1. 환자는 대동맥이 파열되어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면서 결국 사망하였다.


4) 이에 대해서 환자의 가족들은 의사 A, B의료원, 의사 C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위 사건에 대하여 법원은 ‘피고들은 환자가 2일전에 먹은 생선가시가 목에 걸려 병원을 방문하게 되었고, 지속적으로 흉통을 호소하고 있었으므로, 식도천공 가능성을 의심하고 생선가시가 박혔던 자리에 식도천공이 생겼는지 세심히 관찰·진단하여야 하고, 내시경과 흉부방사선, 혈액검사 결과 식도천공을 위심할만한 별다른 소견이 없었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검사들만으로는 식도천공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식도천공은 조기에 진단하여 응급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주위 종격동으로 염증이 파급되어 치명적인 상태로 진행될 수 있는 위중한 질환이므로, 환자에 대해서 식도 천공 여부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하여 식도조영술, CT 촬영 등의 검사를 시행하거나 이러한 진단 설비를 갖추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위 검사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으로 전원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1) 의사 A에게는 환자가 생선가시가 목에 걸려 흉통을 호소하였음에도 식도천공 가능성을 의심하지 못한 채 혈액검사와 가슴X선 촬영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고 내시경 검사를 하던 중 생선가시가 식도와 위 연접부에 걸쳐 있다가 내시경 시야 확보를 위하여 뿜어낸 물로 가시가 위장으로 내려가자 아무런 처방없이 귀가시킨 잘못을, 2) B의료원에게는 가시가 위로 내려간 이후에도 여전히 환자가 흉통이 사라지지 않아 응급실을 방문하였음에도 혈액검사와 가슴 X선 검사 결과 다른 이상 소견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식도천공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채 내시경검사를 검사를 위하여 경과를 지켜보다가 내시경 검사가 불가능하게 되자 아무런 처방이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돌려보낸 잘못을, 3) 의사 C에게는 환자로부터 그동안의 진료과정을 듣고 내시경 검사 결과 식도에 부종과 궤양을 의심할 수 있는 병변을 관찰하였음에도 만연히 식도천공이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판단하고 식도 궤양 약만을 처방하고 귀가시킨 잘못을 인정하였다. 특히, 의사 C는 식도천공의 가능성을 환자에게 설명하고 통증이 계속되고, 열이 나거나 오한 등이 있을 경우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도록 말한 사실은 있으나, 식도천공은 조기 진단이 늦어질 경우 주위 종격동으로 염증이 파급되어 치명적인 상태로 진행될 수 있는 매우 위중한 질병이므로, 의사 C로서는 식도천공의 가능성을 의심하였다면 1차적인 응급처치를 끝내고 바로 정밀진단이 가능한 종합병원으로 후송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법원은 식도천공은 진단이 어려워 진단 지연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점, 식도천공은 24시간이 지나면 사망률이 50%에 이르는 등 조기에 발견하여 응급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환자는 생선가시가 목에 걸린 뒤 2-3일이 지나서 내원한 점, 식도천공을 제대로 진단하였거나 정밀진단이 가능한 종합병원으로 전원시켰다고 하더라도 당시 종격동염과 대동맥 손상이 진행된 상태였다면 사망을 막을 수 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30%로 제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