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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변호사] 의료분쟁 관련 입법론에 대하여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29 18:46 조회수 : 3785
 

의료분쟁 관련 입법론에 대하여


변호사 김선욱


해묵은 논쟁이지만, 18대 국회에서도 다시 의료분쟁에 대한 입법론이 제기 되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기 의료분쟁을 처리하는 특별법을 제안해 놓고 있다. 매회 국회가 바뀔 때 마다 의료분쟁의 해결에 대한 법률이 발의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민사 분쟁을 관리하는 법제도는 이미 헌법의 재판청구권, 법원제도, 민법 및 민사소송법으로 정비가 되어있다. 이렇게 일반적인 분쟁해결 방법이 만들어져 있고, 이를 통하여 수십년간 의료분쟁이 해결되어 왔는데 일반 법제도와 다른 특수한 법률을 만들어 의료분쟁에 대하여 규율하려고 하는 이유는 아마 의료분쟁이 일반분쟁과 다른 특수한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어떠한 특수한 면이 있을까? 논리적인 면과 감정(정서)적인 면이 있다고 본다. 논리적인 면은 의료분쟁 또는 의료사고가 전문적인 의료영역에서 발생된 것이므로 환자의 입장에서 전문적인 영역에 대한 과실입증이 쉽지 않다는 것이 우선적으로 드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의료사고만이 과실입증이 쉽지 않을까? 세상은 날로 전문화되고 고도의 기술적 영역이 증가되고 있다. 회계업무, 건축업무, 설계업무, 인테리어 업무, 펀드 등 자산관리업무, 증권업무, 컴퓨터 프로그래밍, 통신업무, 법률업무 등등에 대해서도 또한 분쟁이 발생되면 전문가의 과실을 잡아내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러한 영역에 대하여 각각 분쟁해결을 위한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실무적으로 의료분쟁을 환자가 스스로 처리하는 것 보다는 전문가인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의료전문변호사의 경우 환자의 입증곤란을 충분히 해결해 줄 수 있는 전문능력을 가지고 있고, 소송현실로 들어가면 결국 과실입증은 의료인이나 전문 의료인 단체의 진료기록감정이나 사실조회 의견에 의존하고 있음에 따라 입증곤란 문제도 사실은 의미가 없다.


다음으로 정서적인 면이다. 의료인이 환자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하다는 편협한 정서적인 공감대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정서는 의료인이 존중받고 존경받아야 그 혜택이 국민들에게 돌아간다는 거시적인 면을 도외시한 바람직하지 못한 정서이다. 의료인도 이에 대하여 일부 책임이 있겠지만, 근원적으로 정부의 정책이나 입법의 방향이 이러한 편협한 정책이나 입법을 조장하여서는 안된다고 본다.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돌리게 되면 이로 인하여 방어진료나 책임회피성 진료가 조장될 것이 뻔하고 그 피해는 국민이나 국민건강보험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소송이 선진화 되어있는 미국을 보더라도 입증책임을 의사에게 돌리는 입법조치는 없다. 


논리적인면이나 정서적인 면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의료분쟁 해결을 위한 입법조치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교통사고에 대하여 형사적 면책을 해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이 최근에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을 받았다. 의료분쟁 해결 입법에서도 형사면책 규정을 넣는다고 하는데 이 또한 위헌시비가 걸릴 소지가 있다. 원칙을 무시하고 편법이나 특별법을 만드는 것은 입법정책적인 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