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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변호사] 태아 성감별 금지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30 10:25 조회수 : 4156
 

태아 성감별 금지에 관한 헌법재판소 결정의 의미


현두륜 변호사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8년 7월 31일 재판관 8 : 1의 의견으로 태아성별에 대한 고지를 금지하고 있는 구 의료법 제19조의2에 대하여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였다. 구 의료법 제19조의2 제2항의 태아성별고지 금지는 성별을 이유로 한 낙태를 방지함으로써 성비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입법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낙태가 불가능한 임신 후반기에 이르러서도 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태아 부모의 태아성별 정보에 대한 접근을 방해받지 않을 권리를 제한하여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태아 성감별을 전면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 규정을 개정하자는 의견이 의료계뿐만 아니라 사회 각층으로부터 제시되었으나, 결국 개정에는 이르지 못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위 구 의료법 규정은 내용에는 변함이 없이 그 조문의 위치만 의료법 제20조 제2항으로 옮겨왔다. 현행 의료법 제20조 제2항은 “의료인은 태아나 임부를 진찰하거나 검사하면서 알게 된 태아의 성(성)을 임부, 임부의 가족, 그 밖의 다른 사람이 알게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런데, 태아 성감별을 한 의료인에게는 형사 처벌 여하를 불문하고 그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어서, 의료인들에게는 매우 위협적인 규정이었다. 실제로 위 규정 때문에 의료인들이 환자들로부터 부당한 협박에 시달리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제 위 의료법 규정이 위헌 결정을 얻은 것은 의료계로서는 매우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위 의료법 규정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단순위헌이 아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 이유는, 단순위헌결정을 할 경우 태아의 성별 고지 금지에 대한 근거 규정이 사라져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법 제20조 제2항은 입법자가 2009. 12. 31.을 기한으로 새 입법을 마련할 때까지 잠정 적용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위 의료법 규정 위반에 대해서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하기가 사실상 곤란할 것으로 예상된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미,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은 얼마 전 의료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위 법안에 따르면 태아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임신 28주 이전에는 현행대로 태아의 성 감별 및 고지가 금지되고, 그 이후에는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회는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여 태아 성감별과 관련한 제도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정부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출산장려 정책과 함께 원하지 않는 임신이라도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 의료제도 보완을 약속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우리나라 임신 및 출산과 관련된 의료제도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