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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변호사] 산재사고와 의료사고의 경합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30 10:34 조회수 : 4284
 

산재사고와 의료사고의 경합

김선욱 변호사


산재사고를 당한 피해자가 수술을 받는 도중 의료사고로 인해 그 피해가 확대된 사안에서 산재와 의료사고의 법적책임은 어떠한지 관련판례를 분석하여 알아보기로 하자.


A는 회사내 작업장에서 프레스 기계를 이용하여 작업을 하던 중 양손이 위 기계에 압착되어 좌, 우측 각 제1, 2 수지가 절단되는 산재사고를 당하였다. 환자는 병원으로 후송되어 병원 소속 의사들로부터 수지절단 및 접합수술을 받았고, 병원의 의료진은 수술을 전후하여 전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적정수액량을 훨씬 초과하여 수액을 과다투여 했다. 그런데 병원 의사들은 환자의 소변배출 여부와 소변량 등 환자의 동태를 제대로 살피지 아니하였고, 환자는 수술 이후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심낭에 400㏄ 가량의 삼출물이 차서 심장을 압박하는 바람에 심폐기능에 갑작스런 장애를 일으켜 심장 탐포나데로 사망에 이르게 되는 의료사고를 당하게 되었다. 과연 이런 경우처럼 산재사고와 의료사고가 동시에 발생한 경우 그 책임의 귀속주체와 범위는 어떠할까?


우선 법원에서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절차를 종합하여 확정한 본 사안에 대하여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였는데 그 내용 및 근거는 다음과 같다. 


환자는 병원에 내원하기 전부터 경미하나마 만성 심낭염 증세가 있었으나 심장질환 등으로 치료받은 적은 없고, 병원에 내원할 무렵에도 호흡곤란이나 흉통 등의 증상이 없었으며, 수술 전 병원에서 행한 각종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데 의사는 전신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게 수액을 투여함에 있어 그 용량을 철저히 지키고 투여 후에도 환자의 소변배출 여부와 배출량 등을 제대로 관찰하며 신체 상태를 세심하게 살펴보아 수액 투여로 인한 부작용의 기미가 보이면 즉시 이를 중단하거나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아니한 채 수액을 계속 투여하고 망인의 신체 상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아니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있다.


일반적으로 의료진의 과실 및 그로 인한 책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요건이 성립하여야 한다.


즉 의료행위에 있어서 주의의무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책임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의료행위상 주의의무의 위반, 손해의 발생 및 주의의무의 위반과 손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의료행위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이고 그 의료의 과정은 대개의 경우 환자 본인이 그 일부를 알 수 있는 외에 의사만이 알 수 있을 뿐이며, 치료의 결과를 달성하기 위한 의료기법은 의사의 재량에 달려 있기 때문에, 손해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인지 여부는 즉 인과관계는 환자측이 의사의 의료행위상의 주의의무위반과 손해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으로 완벽하게 입증한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감안하여 법원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이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을 입증하면 되도록 환자측의 입증책임을 상당히 많이 완화시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쟁점인 산재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피해자가 치료를 받던 중 치료를 하던 의사의 과실 등으로 인한 의료사고로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운 증상이 생겨 손해가 확대된 경우에는, 어떠할까.

법원은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의료사고와 산재사고 사이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산재사고와 의료사고가 각기 독립하여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객관적으로 관련되고 공동하여 위법하게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되어 공동불법행위자들이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즉 법원은 이 사건 1차 산재사고와 2차 의료사고는 공동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수 있고, 작업장내에서 발생한 사고와 적절한 대응조치를 취하여야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환자의 신체 상태를 제대로 살펴보지 아니하여 발생한 의료사고인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환자의 회사와 병원은 연대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각각 독립하여 일어난 사건이지만 책임은 공동으로 지워진다는 것을 참고해야할 사례이다.


이 뿐만 아니라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가 의료사고로 인해 사망을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교통사고와 의료사고가 각기 독립하여 불법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으면서 객관적으로 관련되고 공동하여 위법하게 피해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으로 인정된다면, 공동불법행위가 성립되어 공동불법행위자들이 연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