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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혁 변호사] 나이롱 환자(?) + 나이롱 수사(?) = 무죄(!)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1.30 10:59 조회수 : 4087
 

나이롱 환자(?) + 나이롱 수사(?) = 무죄(!)


 최재혁 변호사


잊을만하면 TV에서 한 번씩 나오는 뉴스가, 자동차사고 환자 병원에서 의사가 나이롱 환자를 입원시키고 허위로 보험금을 청구한다는 자동차보험 사기사건이다. 그리고 이러한 뉴스는 대부분 의사들을 돈에 눈이 멀어 의사로서의 양심마저 버린 파렴치한 자들로 묘사한다.


물론 윤리적으로도 법률적으로도 비난받아 마땅한 병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동차보험 사기 사건으로 수사를 받는 상당수의 병원을 보면, 이러한 사건이 왜 형사사건으로 문제가 된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보험회사에 청구를 하면 보험회사 자체적으로 심사를 해서 임의삭감을 하고, 설령 삭감 후에도 일부 과다청구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민사채무에 불과한 것이지 결코 형사사건으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험회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의 급등과 손해보험사들의 난립으로 적자에 시달리자, 수사기관의 도움으로 손쉽게 적자를 매우고자 보험사기사건으로 경찰에 고발을 한다. 이렇게 보험회사는 전직형사를 고용하여 자체 수사 후 경찰에 고발하면 경찰에서는 병원에서 의무기록을 압수해서 한국의료분석원 등에 분석을 의뢰하고 이를 근거로 기소를 하게 된다.


경찰에서의 수사가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인신구속과 편취금액의 범위를 가지고 협상을 하면서 의사의 자백을 강요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보험회사는 인신구속의 위협을 받고 있는 의사와 손쉽게 합의를 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동차보험 사기사건은 단순히 벌금 얼마를 낸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보다 더한 행정처분, 즉 자격정지와 업무정지 처분이 뒤따르게 되고, 이러한 사실을 알고 소신껏 다툰다 하더라도 법원에서는 ‘어쨌든 과다청구된 사실이 있고, 그렇게 해서 받은 돈은 결국 의사의 주머니로 들어갔다면 사기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형식적인 판단이 나오기 일쑤이다.


그런데 최근 본 변호사가 진행했던 자동차보험 사기사건 중에 무죄판결을 받은 사건이 있어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사건의 내용은 일반적인 자동차보험 사기사건의 경우와 대동소이하다. 치료를 하지 않고 마치 치료한 것처럼 방사선료, 검사료, 이학요법료, 주사료, 식대료, 입원료, 처치수술료 등을 허위로 청구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 병원에서 진료기록부대로 청구하면 보험회사는 자체적으로 심사하여 초과청구된 금액을 삭감하는 점 • 단지 방사선 판독지나 검사결과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방사선 필름을 판독하지 않았거나, 혈액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 객관적인 자료 없이 일부 환자와 물리치료사 및 간호조무사의 불분명한 진술만을 근거로 물리치료비와 주사료를 허위청구한 것으로 볼 수 없는 점 • 식대료, 입원료, 처치수술료 등의 각 산출근거가 불분명한 점 • 의사로서 투약 및 물리치료 등을 지시하고 식사를 준비하였음에도 환자가 이를 임의로 이행하지 않거나 먹지 않는 부분까지 확인하기 쉽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단지 진료기록부와 간호기록부 등이 서로 일치하지 않거나 일부 내용이 누락되어 근거자료가 부족하다는 사정만으로 허위청구라고 단정할 수 없고, 일부 과다청구된 금액이 있더라도 사기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부 몰지각한 자동차보험 사기사건까지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동차보험 사기사건으로 형사처벌을 받고 자격정지 및 업무정지 처분까지 당하여 결국 병원 문을 닫는 경우를 보면, 그 상당수는 일부 과다청구된 부분에 대하여 민사채무를 부담하는 것은 몰라도 결코 형사처벌을 받거나 자격정지처분을 받아서는 안 될 사건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