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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변호사] 입증책임 전환??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2.01 10:30 조회수 : 4334
 

입증책임 전환??


김선욱 변호사


의료분쟁조정법안 등 의료분쟁 해결 구조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찾으려는 제도 마련 노력이 20년 가깝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기우 국회의원이 마련한 법안에서는 입증책임을 전환시키는 법 규정이 소개되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입증책임의 전환’이 무엇인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 알아보자.


분쟁의 해결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코에는 코, 귀에는 귀’라는 보복의 원칙도 과거에 있었다. 그런데 문명시대에 접어들어 공정한 분쟁해결 절차를 통한 금전 배상 방법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는데 그 손해에 대하여 손해를 일으킨 상대방(가해자)의 잘못이 있고 따라서 가해자가 돈이나 사과를 하는 것으로 피해자에게 배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분쟁해결 방식이다. 이 때 가해자의 행위가 잘못이라는 것을 누가 주장하고 입증하여야 하는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륙법 체계를 따라간 우리 법은 ‘내 탓이요’원칙을 따르고 있고 선진화된 대부분의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내 탓이요’원칙이란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는 원칙적으로는 자신의 책임(잘못)이나, 예외적으로 그 손해의 원인을 남(가해자)에게 돌릴 수 있을 때만 상대방(가해자)에게 손해를 전가할 수 있다는 법 원칙이다. ‘피해를 남에게 돌릴 수 있다’는 의미는 피해자가 상대방(가해자)의 잘못을 누가 보아도 이해될 수 있도록 입증하여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우리 민법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배상 구조는 원고(피해자)가 피고(가해자)의 과실이나 고의를 입증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민사법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손해배상 책임 구조론에서 양보될 수 없는 핵심 법 원리이자 법 원칙인 것이다.


최근 분쟁조정법안은 이러한 민법상 대원칙인 과실 원고 입증 구조를 피고가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라는 내용이어서 ‘입증책임을 원고에게서 피고’에게 ‘전환’시켰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의료라는 매우 전문적인 영역에서의 과실입증을 원고가 한다는 것이 무리라고 보아 입증책임 전환도 의미가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정법이나 판례의 해석상 입증책임이 전환되어 있는 구조는 매우 희소하고 엄격한 예외적 현상에서만 적용된다. 예를 들면 공해소송과 같은 경우 공해를 분출하는 공장과 인근 농민과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공장에서 자신들의 무과실을 입증토록하는 경우가 그 예일 것이다. 피해를 입은 농민은 공장 시설에 가 볼 수도 없고 공장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에 관한 자료도 확보할 수 없다. 이런 점이 감안이 된 것이다. 의료현장은 어떠한가? 입증 책임은 증거를 찾아내는 것을 누가하는 가이다. 의료현장에서의 증거는 진료기록부이다. 진료기록부는 의료법에 의하여 환자가 쉽게 입수할 수 있다. 증거가 일방에게 비밀리에 감춰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의료사고는 환자의 임의적인 도움이 없으면 의사가 과실이 없음을 밝혀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하다. 환자가 자신에게 장해가 있어 1억원의 손해가 있다면서 신체감정을 스스로 하지 않는 경우 의사가 어떠한 방식으로 환자에게 장해(손해)가 없음을 밝힐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 비록 조정을 위한 입증책임전환에 불과하므로 불만이 있으면 소송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조정에서 무과실을 입증하지 못하여 손해액이 결정된 조정결과를 가지고 법원에 가면 의사의 무과실을 밝히기는 더욱 불가능할 것이다. 원칙은 원칙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법원도 이러한 사정을 감안하여 수십년간 입증책임의 완화 또는 부담 경감으로 원고의 입증을 수월하게 하는 판례를 내놓고 있다. 법원에서도 의료분쟁에 대해 나름대로 오랜 기간 동안 고민을 해오고 있고 그 결과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실제 의료소송의 “과실의 입증”은 사실의 입증이 아니라 사실관계를 둘러싼 의료행위의 의학적 타당성에 대한 “감정”이나 “사실조회”의 문제가 더 중요한 것이라고 본다.(02-3477-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