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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재 변호사] 환자가 의사의 진료에 비협조한 경우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는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2.18 20:43 조회수 : 4328
 

환자가 의사의 진료에 비협조한 경우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는지...

법무법인 세승 류경재 변호사

사례) 산모는 임신 약 29주째에 5일 전부터 생긴 호흡 곤란, 빠른 호흡, 기침 및 콧물 증상 등으로 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당시 활력징후는 체온이 36.8℃, 맥박 72회/분, 호흡 20회/분, 혈압 130/80으로 측정되었다.

이에 병원은 산모에 대하여 천식의증, 폐렴의증 및 제한성질환에 의한 저산소증으로 추정 진단한 후 동맥혈가스분석검사를 실시하였다. 또한 흉부방사선 촬영을 하려 했으나 산모가 거부함에 따라 실시하지 못하였고, 결국 3시간 후에 흉부방사선 촬영을 실시하였고, 심전도 모니터링과 복부 초음파검사도 실시하였다.

그 후 병원은 산모에 대하여 관련 조치를 취하면서 응급제왕절개술을 시행하였으나, 태아는 신생아가사로 인한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의 증상 중 하나인 경련으로 피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약 1년 6개월 후에 사망하였다.


이 경우 산모는 병원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설) 의료사고에 있어서 환자 본인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민법 일반 이론에 따라 당연히 과실상계가 가능하다. 위 사례에 있어서 주목할 점은 병원이 산모에 대하여 흉부방사선 촬영을 실시하려 했으나 산모가 이를 거부함에 따라 방사선 촬영이 지체되었고, 그에 따라 산모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지연되었다는 점이다.


환자가 진료협력의무를 위반한 경우, 법원은 이를 환자측의 과실로 보아 의사의 책임을 제한하거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한 경우가 많으며,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환자측은 의사에게 자기의 질병, 증세, 병력, 체질 등 당해 진료에 필요한 사항을 숨김없이 사실대로 알려야 하는 고지의무와 함께 전문가인 의사의 의견을 존중하여 정밀검사의 실시, 약제의 복용 등과 같이 의사가 진료상 행하는 지시를 충실히 따라야 하는 협력의무를 진다 할 것인바, 환자측이 이러한 고지의무와 협력의무를 위반하여 질병의 치료라는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의료인이 진료의무를 태만히 하였다거나 환자에 대한 진료과정상의 부주의로 인한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의료인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할 것이다”라고 판시하여 환자의 진료협력의무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결국 고등법원은 위 사례에 있어서 병원이 방사선 촬영을 지체함으로써 산모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지연된 것은 산모의 진료협력의무 위반으로 인한 것이지 병원측의 과실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


위 고등법원 판결은 환자의 진료협력의무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획기적인 판결이 아니라 지금까지 간접적으로 인정해왔던 환자의 진료협력의무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환자 입장에서는 질병의 치료를 위해서 뿐만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전문가인 의사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사의 지시를 충실히 따라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