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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변호사] 의료민사소송의 최근 동향 분석 (위자료)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08.24 16:39 조회수 : 4563
 

의료민사소송의 최근 동향 분석(위자료)


                                                            김선욱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사례:

A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이다. 최근 안면윤곽수술을 한 환자 B가 얼굴이 비대칭이 되어 수술 전보다 못하다고 하면서 컴플레인이 심하다. 환자 B는 방송에 가끔 조연으로 출연하는 연기자인데 이 번 수술이 잘못되어 방송출연도 못하고 너무도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면서 2억원이 넘는 금액을 요구하고 있다. A원장이 그 내역이 무엇이냐고 했더니 방송출연을 하지 못하여 손실을 본 금액이 5천만원이고 재수술비가 2천만원 그리고 나머지 1억3천만원은 위자료라고 한다. A원장은 B와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위자료냐고 의아해하고 있다. 의료사고에 대하여도 위자료가 있나?


위자료에 대한 오해

흔히들 "위자료"라고 하면 이혼할 때 부인이 남편에게서 받는 돈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법률적인 관점에서 "위자료"를 정의하면, 불법행위로 인하여 사람에게 발생한 정신적 손해에 대한 배상금을 말한다. 손해는 크게 적극적 손해와 소극적 손해로 구분할 수 있고, 적극적 손해에는 치료비나 수술비 등 적극적으로 손해를 없애기 위하여 드는 비용과 정신적 충격에 따른 위로금(위자료)를 들 수 있다. 소극적 손해에는 신체 등에 피해가 발생하여 일을 하지 못하고 입원을 하였거나 몸에 장애가 발생하여 예전과 같이 업무를 100% 볼 수 없는 것을 평가하여 계산하게 된다. 따라서 위자료라고 하면 적극적 손해 중 무형(정신)의 손해에 대한 배상금을 말하는 것이다. 이혼소송으로 돌아와서 보면, 이혼을 하게 되면 유책배우자(바람을 피거나 학대 등을 하여 이혼사유를 만든 배우자)가 있기 마련이고, 유책배우자에 의하여 혼인관계가 파탄이 나게 되면 상대방은 큰 정신적 고통을 당하게 된다. 이 때 상대방 배우자에게 입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는 것을 위자료라고 하고, 그 외 부부가 공동으로 쌓은 재산을 나누는 것을 재산분할이라고 한다.


위자료 산정의 어려움과 그 기준

위자료는 그 액수를 산정함에 있어 과학적인 기준이나 이를 증명할 객관적인 증거가 있을 수 없다는 특징이 있다. 무형적 손해이고, 사람의 슬픔이나 정신적 고통을 보편타당하게 평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소송이 제기되면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정신적 손해가 얼마이다라고 주장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법원도 결국에는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도 판단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법원은 이에 대하여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의료사고가 발생한 경우 대략적인 위자료는 얼마로 판정되고 있을까?


의료사고는 의료행위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나 정신에 일정한 손해가 발생한 사회적 사실(사건)을 가지고 조정이나 소송이 진행된다. 사람의 신체나 정신에 피해나 손해가 발생하는 사건은 의료사고 이외에도 앞서 본 이혼사건, 교통사고나 산업재해, 폭행사건 등 다양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인신사고는 교통사고이다. 따라서 교통사고로 인한 사람의 신체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에 관한 판결이 가장 많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교통사고 사건에서 책정되는 위자료 가이드라인이 결국 의료사고 분쟁에 대한 판결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2009년 대한의료법학회의 정기 세미나에서 법원이 최근 10년간 의료과실이 인정될 경우 통상적으로 교통사고나 산재사고에서와 마찬가지로 사람이 사망시 약 6,000만원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산정해온 것으로 분석된 것이 발표 되었다. 한편,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교통사고 위자료가 현실과 동떨어지게 너무 낮다는 지적에 따라 교통사고 위자료 산정기준을 8,000만원으로 증액해 2008년 6월 이후 발생한 교통사고와 산재사고의 경우 증액된 기준에 따라 위자료를 산정해오고 있다. 따라서 의료사건의 위자료 상한 금액도 같이 상승하게 된 것이다. 1970년대 말 이후 우리 나라에 국산차가 양산되고 이에 따라 차 보급대수가 늘어나게 되자 교통사고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당시 교통사고에 대한 소송에 있어 일정한 위자료 기준이 없어 서울지방법원 교통사고 단독판사들이 모여 위자료액의 대략적인 기준을 정한 것이 사망시 5000만원을 상한으로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의 화폐가치를 생각하여 볼 때 지금의 위자료 8000만원 상한은 과거에 비해 많이 상향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의료과오 소송으로 돌아가서 보면, 법원은 대체로 의사의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8,000만원을, 설명의무만을 위반한 경우에는 2,000만~3,000만원을 위자료의 일응의 기준으로 정한 다음 환자의 노동능력상실률과 과실비율을 감안해 위자료 금액을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이 이른바 신정아 누드게재사건에서 피고인 문화일보에 1억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하는 등 유명인 등에 대한 초상권 침해 사안이나 위자료 청구 사안에 대하여는 명예훼손으로 인한 위자료가 1억원이 넘는 경우도 발생하는 등 고액화 되어가고 있는 추세가 있다. 이를 반영해 의료사고로 인한 위자료도 좀 더 현실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의료사고는 그 성질상 명예훼손과 같이 고의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명예훼손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 평가 내용과 위자료 금액 산정에 있어 특수성이 있다고 본다. 최근 1·2심 판결들 가운데는 의료행위의 특수성과 환자의 체질적 소인을 고려해 의사의 책임을 대폭 제한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따라서 하급심 판결들 중 의사에게 비교적 소액의 손해배상책임만을 인정하는 경향에 따르는 판결들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무에서는 환자가 청구하는 위자료 액수의 50% 이상을 법원이 인정한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의료사고는 환자 측에도 과실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환자 측의 과실 외에도 많은 책임제한사유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나 산재사고의 경우에는 건강한 사람에게 장애나 사망이 발생한 것에 비하여, 의료사고는 이미 건강상의 문제점이 있는 환자에게 발생하였고, 외과수술 등 의료행위 자체가 가지는 위험성이 있는 특징이 있다. 또한 환자에게 발생한 악결과가 의료행위자체의 부작용인지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입증책임의 전환이나 추정이론으로 일단 의사의 과실을 추정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볼 때, 구체적인 소송에 있어서는 법원은 일단은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하지만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의사에게 지우는 것은 가혹한 경우가 발생할 소지가 있음을 염두에 두어 두고 최종적인 손해배상 액수를 정하는 실정이다.


반면에, 의사나 병원 측에서 현저한 주의의무를 기울이지 아니한 경우 의학적인 차원에서도 과실이 인정되는 사건에 대하여는 과실비율을 높게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당초에는 환자에게 없었던 증상임에도 의료진이 부적절하게 대응해 새로운 질병이나 악결과가 발생하였거나 처음부터 존재하고 있던 증상이라도 적절히 치료했다면 개선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명백히 오진하고 간과해 아무런 치료도 하지 않는 통에 환자에게 중증의 결과가 새롭게 발생한 경우에는 의사에게 70~80%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례도 있다. 또한 소아나 유아의 경우 의료진의 명백한 의료과오로 인하여 평생 장애를 가지고 살아야 하는 경우 어린이로서 즐겁게 생활을 하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 정신적 고통이 성인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하여 위자료를 1억원이상 배상하여야 한다는 판례도 등장하고 있다.


사례의 해결

사례에서 환자 B는 합의가 되지 아니하여 결국 손해배상 소송을 법원에 제기하게 되었다. 법원은 의사에게 안면 비대칭의 가능성을 사전에 명확하게 설명하지 아니한 것을 지적하게 되었다. 그러나 환자 B에게 발생한 얼굴 비대칭을 노동능력상실의 사유로 보지는 않았고, 결국에는 수술비에 500만원을 보탠 금액으로 위자료만을 지급하기로 하여 합의조정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