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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우 변호사] 사무장병원의 덫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10.27 10:11 조회수 : 4187

 

사무장병원의 덫

법무법인 세승 정선우 변호사

최근 사무장병원에 고용되어 근무하거나 명의대여, 동업 등의 형태로 사무장병원에 연관된 의사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부당금액 환수처분에 대하여 행정법원에 그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러한 의사들은 구제받을 수 없다. 최근 법원은 "요양기관이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는 당해 요양기관 즉 의료법에 의하여 의료기관을 개설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또는 조산사 등에 대하여만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을 뿐, 이들과 공동하여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제3자는 요양기관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그에 대하여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에 의하여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이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비단 부당금액 환수처분 뿐만 아니라 사무장병원의 폐해는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는 사무장병원이 심심치 않게 존재한다. 게다가 요즘에는 사무장병원의 형태가 더욱 다양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 사무장병원에 연관된 의사들에게 어떠한 법적 불이익이 가해질 수 있는지 정리해 보았다.

우선 사무장병원의 개념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사무장병원"이라 함은 의료기관의 개설에 비의료인이 관여한 경우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의료인이 아니면 개설신고 또는 개설허가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개설자가 의료인인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러므로 이는 결국 "의료기관 개설"의 법적 의미가 무엇인지와 연관되어 있다. 의료법은 "의료기관 개설"의 의미에 관하여 별도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의 개설"이란 단순히 의료인 등이 의료기관 개설신고를 하거나 개설허가를 받는 형식적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충원, 자금조달과 운영성과 귀속 등에 대해 주도적 입장에서 이를 장악하는 경우"라고 해석되고 있다. 이와 같은 "의료기관 개설"의 의미를 고려해 볼 때, 결국 "사무장 병원"인지 여부는 의료인과 비의료인 중 누가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충원, 자금조달과 운영성과 귀속 등에 대해 주도적 입장에서 이를 장악하고 있는지 여부 즉, 의료기관 개설 및 운영에 관한 주도권을 누가 갖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할 문제이고, 구체적으로 의료기관 개설에 있어서 무자격자가 투자한 금액, 인사관리권, 투자금의 회수 방법, 병원 수익의 귀속, 의료장비 등에 대한 소유권 귀속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할 문제이다.

이러한 사무장병원은 의사로부터 면허를 대여 받거나 고용의사의 명의로 개설한 경우, 병원경영지원회사가 의료인을 고용하거나 의료인과 동업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병원 수익의 일정부분을 경원지원이나 금융지원에 대한 대가(수수료, 리스료, 임대료 명목)로 취득해 가는 경우, 요건을 갖추지 못한 의료법인, 사회복지법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경우 등 그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사무장)에 고용된 경우는 면허정지 3개월, 면허증을 대여한 경우는 면허취소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또한 행정처분과는 별개로 형사처벌(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병과된다. 이에 더 나아가서 사무장이 일정한 의료행위까지 하게 되면, 부정의료업자의 공범이 되어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에 따라 징역형 처벌(대개는 집행유예를 받게 된다)과 더불어 면허취소까지 될 수 있다.

그 다음 생각해 볼 것이 국민건강보험법상 각종 재제규정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의료법에 위반하여 의료기관의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실시한 다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지급받은 행위는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의 부당청구에 해당하므로 일체의 요양급여비용이 부당금액으로 환수되게 된다. 특히 사무장이 입원 및 내원일수 증일 청구, 미실시 행위료ㆍ약제비ㆍ치료재료대 청구 등의 허위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부당이득금의 4배 내지 5배에 해당하는 과징금 처분을 받게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행정처분의 경우 사무장이 아닌 개설명의를 빌려준 의사가 모든 책임을 부담한다는데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개설자 외에도 사무장 또는 개설명의자가 아닌 고용의사에게도 연대책임을 지우고 있으나, 이는 국민건강보험법상의 환수처분이 아닌 민법상의 불법행위 청구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경우는 이미 사무장이 재산을 빼돌린 후여서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 이외에 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하여 결국은 명의 의사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고, 의료기기 구입 채무나 약값도 결국은 명의 의사가 떠안게 되는 수가 있다. 노동법적인 책임도 있다. 사무장이 맘대로 해고한 직원에 대하여 사용자로서 근로기준법 위반 때문에 곤혹을 치루는 경우도 있다. 사무장 병원은 영리병원과 다름이 없기 때문에 매출액이 높을 수 있다. 그 내용을 세무적으로 볼 때, 매출액에 따른 과세가 모두 실제 명의 의사의 소득과 달리 과표가 높게 매겨져 따로 개업을 하여도 세금이 계속하여 높게 책정되어 자칫 실제 매출이 적어 신고가 낮아졌을 때에 세무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사무장병원에 고용되거나 비의료인과 동업을 하게 되는 사유는 천차만별이지만, 대개는 공중보건의사를 막 마치고 큰 병원이나 개원 병원에 취업하는 것이 여의치 않으나 막대한 개업자금이 감당이 되지 않는 경우나, 나이가 많아 투자를 하기 어려운 때이다. 경제적으로 몰리다 보니 잘 확인을 해보지 않고 사무장병원에 연루되는 경우가 있으나, 사무장병원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조금이라도 빨리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또한 사무장병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격 있는 의료인만이 피해를 보고 정작 위법행위의 핵심에 서 있는 사무장은 요리조리 법망을 피할 수 있다는데 있다. 그러므로 사무장병원의 페해를 뿌리 뽑기 위해서는 사무장에 대한 형사처벌 강화, 부당금액의 환수 등 입법적 조치가 행해져야 할 필요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