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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재 변호사] 의료분쟁에 있어서 소멸시효의 문제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12.24 14:56 조회수 : 5073

의료분쟁에 있어서 소멸시효의 문제

 

법무법인 세승

류경재 변호사

 

시효란 법률적인 용어로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기간 계속된 경우에 그 상태가 진실한 권리관계에 합치되는가에 상관없이 그 사실상태를 존중하여 법률상 일정한 효과를 생기게 하는 법률요건’을 의미한다. 즉 소멸시효제도란 권리자가 권리행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정기간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경우 그 권리를 소멸하게 하는 제도를 말하는 것이다. 의료분쟁에 있어서도 소멸시효가 문제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병원측의 진료비채권과 환자측의 손해배상청구권이 가장 많이 문제될 수 있는 경우이다.

 

민법에서는 일반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을 10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며(제162조 1항) 일부 채권에 대하여는 1년, 3년 등 단기소멸시효기간을 규정하고 있는데, 진료비채권은 민법 제163조 제2호의 ‘의사, 조산사, 간호사 및 약사의 치료, 근로 및 조제에 관한 채권’에 해당하여 3년의 단기소멸시효에 걸리게 된다. 따라서 의사의 치료가 끝난 시점부터 3년이 지나게 되면 의사의 환자에 대한 진료비채권은 소멸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의 치료행위는 1회성에 그치는 경우보다는 계속적으로 시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계속적 치료행위’의 경우에는 소멸시효를 기산하는 시점이 언제인지가 문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원환자의 경우 치료비, 입원비 등 매일 비용이 발생하는데 통상 병원에서는 입원 중간에 이를 정산하거나 퇴원하는 시점에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이러한 계속적 치료의 경우에는 모든 치료행위가 종료되는 시점, 즉 입원환자의 경우에는 퇴원시점이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판례는 ‘의사의 치료에 관한 채권은 특약이 없는 한 그 개개의 진료가 종료될 때마다 각각의 당해 진료에 필요한 비용의 이행기가 도래하여 그에 대한 시효가 진행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입원 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퇴원시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의 진료 종료시로부터 진행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결국 병원측에서는 개개의 진료가 종료되는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진료비를 청구하거나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는 절차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병원측의 의료상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환자에 대하여 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가 하는 것도 문제될 수 있는데, 현재 판례는 그러한 경우에는 치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법리적으로도 의료상 과실이 있다는 것은 의사가 환자와의 진료계약상 채무를 불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두 번째로 환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대하여는 민법에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이라고 규정하고 있다(제766조). 즉, 이러한 소멸시효는 10년이나 3년의 둘 중 하나만 경과하면 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되고 이러한 시효가 경과한 소송의 제기는 의사의 과실유무와 관계없이 법원으로부터 기각판결을 받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불법행위를 한 날’은 의료상 과실이 있는 날로서 객관적으로 특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지만,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은 환자의 주관적인 사정에 따라 특정되는 것이므로 병원측에서 이를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즉, 의료사고의 경우에 환자측이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의 의미는 단지 의료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 아는 것이 아니라 그 의료사고가 의사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고 이러한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까지 아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물론 환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후 환자측이 병원측에 대하여 의료과실을 주장하며 보상 또는 배상을 요구한 경우에는 그 당시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볼 여지가 클 것이지만,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병원측 입장에서는 그에 대한 근거자료가 남아 있지 않는 이상 이를 입증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병원 입장에서는 분쟁을 조기에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위와 같은 사실을 진료기록부 내지는 환자 관련 자료에 간단히 기록해 두는 것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