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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선 변호사] 면허대여의 법률적 관계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0.12.27 14:16 조회수 : 4431

면허대여의 법률적 관계

 

법무법인 세승

이기선 변호사

 

 

최근 약사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판결이 있었습니다. 바로 면허약국에 대한 건강보험공단의 환수조치에 관한 행정법원의 판결입니다. 의사들의 경우 이미 수차례 유사한 판결이 있었지만 약사에 대한 이러한 행정처분이나 판결은 최초였기 때문에 큰 논란거리가 되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위 판결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관련된 법률적 쟁점에 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사건의 개요

 

A약사는 2003년 2월 약사가 아닌 B씨를 만나게 되었고, A약사 명의로 약국을 개설하되 B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며, A약사가 출근하여 약국에 근무하면서 월 400만 원의 급여를 받기로 약정하였습니다. A약사는 2005년 5월 위 약국을 그만두었는데, 2009년 위 약국의 실질적 업주가 B씨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보통 개설명의자인 약사가 약국에 근무하는 경우 면허대여나 무면허자에 의한 약국개설로 적발되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사안에서 B씨가 실질적인 업주라는 사실에 대한 다툼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이미 위 약국의 금융거래내역 등 면대약국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충분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A약사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지급받았다는 이유로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에 따라 A약사가 근무한 기간 동안의 요양급여비용 약 6억 원을 환수하는 처분을 하였습니다. 보험청구금액뿐 아니라 환자본인부담금까지 환수조치하였습니다. A약사는 행정법원에 위 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소송의 주된 쟁점

 

원고(A약사)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원고가 비록 약사법을 위반하였다 하더라도 약사면허를 소지한 자로서 처방전에 의해 적법하게 조제한 것이므로 국민건강보험법의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둘째, 요양급여를 실질적으로 지급받은 자는 B이므로 환수처분의 상대방은 B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보험청구액뿐 아니라 환자본인부담금 부분까지 환수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입니다.

 

판결의 이유

 

결론적으로 원고의 청구는 기각되었습니다.

 

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에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경우’란 요양기관이 요양급여 비용을 받기 위하여 허위의 자료를 제출하거나 사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관련 법령에 의하여 요양급여 비용으로 지급받을 수 없는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청구하여 지급받는 행위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는 이유로 원고의 행위가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에서 정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 지었습니다.

 

또한 “원고는 요양기관인 이 사건 약국을 그 명의로 개설하고 피고(건강보험공단)에게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이를 지급받은 사람인 점, 이 사건 약국의 개설명의인인 원고와 이 사건 약국의 실제 운영자인 업주 B씨 사이의 내부정산문제는 이 사건 처분과는 별개의 문제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에 기한 이 사건 처분의 상대방은 원고라 할 것이다.”고 하여 환수처분의 상대방은 개설명의자임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양기관이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로부터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때에는 피고가 당해 요양기관으로부터 이를 징수하여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에게 지체없이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한 요양급여비용 전부와 본인 부담금 부분을 환수하는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거나 위법․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보험청구금액뿐 아니라 환자본인부담금까지 환수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판시하였습니다.

 

판결의 의미

 

약업계는 대체로 면대약국에 대해 강력한 금전적 제재를 가했다는 측면에서 이 판결을 환영하는 분위기인 듯합니다. 실제로 이 판결의 논리대로라면 면허를 대여한 약사는 약사법에 의한 면허정지 및 형벌뿐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에 의한 환수조치까지 받게 되어 3중적인 고통을 받게 됩니다. 그만큼 면허대여를 한다는 것이 위험해지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이 면허대여 약국이 생기는 것을 막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미 면허대여로 운영되고 있는 약국의 경우 개설약사가 약점을 가지게 되어 쉽게 업주와의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고, 더욱 음성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약사와 업주와의 결속도 더욱 강해지게 될 것입니다. 결국 면허대여 약국을 적발하기란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법원이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에서 정한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경우’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함으로 인하여 사소한 약사법 위반까지도 환수조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예컨대 비약사가 조제를 했다거나 유효기간이 지난 약을 사용하여 조제한 경우까지 모두 부당청구로써 환수당할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본인부담금부분까지 환수되므로 개설약사의 손해는 더욱 가중됩니다.

 

업주와의 관계

 

개설명의자인 약사가 업주에게 환수된 금액에 대한 손해를 보전받기도 어렵습니다. 과연 업주가 수억 원에 달하는 돈을 선뜻 지급해 줄까요?

 

만약 업주가 환수금액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어떤 방법으로 받아 낼 수 있을까요? 이 역시 쉽지 않습니다. 먼저 약사와 업주간의 계약이 약사법 위반을 목적으로 한 반사회적인 것으로서 무효가 될 여지가 있습니다. 만약 위 계약이 반사회적인 것으로 취급되어 무효가 된다면 약사가 자신의 명의로 지급받은 보험급여나 본인부담금을 업주와의 계약에 따라 업주에게 지급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없습니다. 사회질서에 반하는 계약에 따라 지급된 금원은 불법원인급여로서 계약이 무효라는 이유로 반환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약사가 업주에게 부당이득청구를 할 수 있다고 하여도 일단 환수금액을 지급해야 할 책임은 자신에게 있으므로 업주에게서 돈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되어도 공단에 환수금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약사가 업주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으나, 약사 자신의 과실도 상당하므로 환수된 금액을 전액 배상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결론

 

법원의 약사법, 국민건강보험법 등의 해석에 있어 “약사에 관한 업무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보건을 향상”,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실화를 도모하고 그 운영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요양급여비용에 관하여 엄격하게 통제․관리할 공익적 필요성” 등을 내세워 비교적 행정청의 처분에 대하여 관대합니다. 그만큼 약사들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가혹한 셈입니다.

 

이 때문에 이 판결이 면대약국을 없앤다는 약업계의 염원과 부합하는 면이 있더라도 무턱대고 환영할 수는 없습니다. 약사법의 불합리하거나 지나치게 가혹한 규제조항, 처벌조항들을 개선해 나가고, 약사가 억울한 행정처분이나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합리적인 구제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작업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위 판결 또한 약사들이 감내해야 할 또 다른 굴레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