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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우 변호사] 사무장병원에 면허를 대여한 의사의 책임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1.02.28 13:53 조회수 : 4060

사무장병원에 면허를 대여한 의사의 책임

 

법무법인 세승

정선우 변호사

 

A 원장은 후배 의사인 B가 채무관계 때문에 자신의 명의로 의원을 개설할 수 없다며 면허를 빌려달라고 요청하자 매월 300만원을 받되 진료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면허증을 대여했다. 당시 A 원장은 B가 의원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았으나, 몇 달후 면허를 대여해 준 의원의 실제 운영자가 비의료인 C라는 것과 B가 의원을 그만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A 원장은 C에게 개설자 명의 변경을 요구하였고 C는 개설자 명의를 다른 의사로 변경하였다.

 

A 원장은 사무장병원에 면허를 빌려준 사실이 적발돼 벌금형이 확정되었는데, 그로부터 5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A 원장이 개설자로 등록되어 있던 기간 동안의 요양급여비용 청구가 부당청구(면허대여)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1억여원의 환수처분을 통보받았다.

 

이에 대해 A 원장은 공단을 상대로 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최근 법원은 원고 패소판결을 선고하였다.

 

위와 같은 법원의 판결은 최근 사무장병원의 개설자들에게 부과된 환수처분에 관한 일련의 판결들과 궤를 같이 하고 있는 것이지만, 의료인들이 저지른 위법행위에 비하여 해당 의료인에게만 과도한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은 "사위 기타 부당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비용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 원장은 면허증을 빌려주고 월 300만원을 받았을 뿐, 요양급여비용을 받은 사실이 없고 요양급여비용 청구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또한 환수처분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내려지는 것인데 위 사례에서 요양기관의 실질적인 개설자는 비의료인 C이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의 개설자는 개설명의만을 놓고 형식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의료기관의 주도권을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실질적으로 판단하는바, 그렇다면 국민건강보험법상 환수처분의 대상이 되는 "요양기관"의 개설자도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

 

게다가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의 "부당청구"를 모든 의료법 위반사항으로 폭넓게 해석하게 되면, A 원장과 같이 의료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및 행정처분을 받았음에도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이득을 얻지도 않은 요양급여비용까지 환수당하는 등 현실에 있어서 매우 부당한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반면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불법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고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여 실제로 이득을 얻은 비의료인 C로부터 부당금액을 환수함으로써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의 입법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위 사건에 관한 판례에서와 같이 현재 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 제1항의 문언의 범위를 너무 넓게 해석하여 의료인들에게 과중한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위 사건의 관련자들 중 불법성이 가장 큰 자는 당연히 비의료인 C이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뒤따라야 사무장병원의 근절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공단과 법원이 기존의 입장을 견지하는 한, A 원장은 간접적이기는 하나 B와 C를 상대로 민사상 구상청구를 하여 구제받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