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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 변호사] 의료분쟁조정법의 주요 내용에 관하여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1.03.21 10:21 조회수 : 3858

의료분쟁조정법의 주요 내용에 관하여

 

법무법인 세승

김선욱 변호사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 지난 11일 국회에서 의결됨에 따라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고, 통과된 이후에도 환영하거나 아쉬움을 표하는 등 많은 논란있다. 법이 시행하기로 예정된 이상 법과 관련한 이해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위 법의 주요 내용을 숙지하여 이해하고 있을 필요가 있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분쟁으로 낭비되는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고 본다. 다툼으로 2-3년 이상 서로를 원망하면서 지내는 국민이 많을수록 사회가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판결은 누구의 편을 들 수밖에 없지만 조정은 서로 양보하는 것이어서 결정되더라도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만큼 조정은 판결에 비하여 평생 원수가 되지 아니하는 장점이 있는 제도이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조정제도를 내용으로 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의 주요 내용과 그 의미를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1. 조정의 신청

 

-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사고의 피해자를 위한 법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그 목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의사들을 위한 법이기도 하다. 분쟁의 조정을 신청할 수 있는 자도 ‘의료분쟁의 당사자’라고 규정하고 있다(27조 1항). 이 부분은 환자측이 의료사고라고 주장하면서도 민사소송을 제기하지는 않고 계속하여 의사나 병원을 괴롭히는 경우가 사실 분쟁이 지연되는 원인이 되어왔다. 이 경우 과거에는 일정한 명백한 증거(환자가 업무를 방해하거나 집단적으로 시위를 하는 등)가 있어야 의사입장에서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환자를 상대로 제기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분쟁조정법은 의사 입장에서 오히려 간이하게 환자측을 상대로 조정신청을 낼 수도 있다는 점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 일정한 경우(조정신청 전후에 법원에 소가 제기된 경우, 조정신청 전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이 신청된 경우, 조정신청 후에 의료인의 진료나 업무를 방해한 경우 등)에는 조정신청을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신청인 입장에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27조 3, 7항).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피신청인이 14일 이내에 조정절차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통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조정신청을 각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27조 8항). 이는 의료분쟁 조정절차가 당사자 간의 합의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점, 그리고 의료분쟁조정법이 신속·공정한 절차를 강조하고 있는 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만약 피신청인이 조정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다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조정중재원에 의사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할 것이다.

 

2. 의료사고의 조사

 

- 조정 절차에서는 필요한 경우 감정위원 또는 조사관이 의료기관에 출입하여 관련 문서 또는 물건을 조사할 수 있는데(28조 3항), 정당한 이유 없이 이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하면 형사처벌(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53조 2항).

 

3. 조정결과의 통지

 

- 조정이 이루어진 경우 조정결정서를 송달하게 되는데, 만약 신청인과 피신청인이 조정결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아무런 의사표시가 없는 때에는 조정에 동의한 것으로 보고(36조 2항), 이는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으므로(36조 4항) 주의해야 한다. 간혹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정 결정문을 받고도 무시하다가 병원의 주거래 통장에 집행이 들어오게까지 방치하는 것을 본 경험이 있다. 조정결정서에 규정된 언제까지 얼마를 지급하지 아니하면 그 이후에는 20%의 이자가 가산되고 언제라도 공단 보험금 통장이나 병원 보증금에 집행이 들어올 수 있으므로 조정 결정서의 기한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4. 소송과의 관계

 

-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른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더라도 소송은 제기할 수 있다(40조). 다만 소송이 제기된 경우에는 조정신청은 각하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5.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의 경우 보건의료인이 충분한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였다고 인정된 경우에는 조정중재원이 그 피해를 보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46조 1항). 이는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가 다른 의료사고에 비해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점을 반영하면서도 정책적으로는 예산상의 한계도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의료사고의 피해자나 과실이 없는 보건의료인 입장에서는 모두 환영할 만한 조항으로 볼 수 있는데, 다만 이를 분만에 따른 의료사고에 한정하는 것이 다른 영역의 의료사고와의 관계에서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6. 손해배상금 대불

 

- 조정이나 중재판정 이후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그에 따른 금원을 지급받지 못하였을 경우 조정중재원이 대신 지불할 수 있도록 하였다(47조 1항). 더욱이 이러한 손해배상금의 대불에 필요한 비용은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부담해야 하고(47조 2항), 그 비용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해야 할 요양급여비용 중 일부를 조정중재원에 지급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47조 4항). 이는 신속·공정한 피해 구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규정으로 해석되며, 소송의 경우 승소하더라도 상대방이 임의 지급하지 않는 이상 강제집행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손해배상금 대불 규정은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 입장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될 만하나 의료인 입장에서는 기한의 여유가 없이 바로 집행이 될 수 있으므로 조정을 할 때 조정금뿐 아니라 지급시기도 유리하게 협상을 할 필요가 있다.

 

7. 조정성립 등에 따른 피해자의 의사

 

- 의료사고로 인하여 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에도 조정이 성립되거나 조정절차 중 합의로 조정조서가 작성된 경우에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51조 1항). 즉, 조정에서 합의가 되면 형사처벌을 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라는 말이다. 이 규정은 보건의료인에게 안정적인 진료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규정으로 해석된다. 다만 ‘피해자가 신체의 상해로 인하여 생명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거나 장애 또는 불치나 난치의 질병에 이르게 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예외 규정(생명에 대한 위험, 장애, 불치, 난치)에 해당하는 사안인지 여부를 누가 판단할 것인지 애매하며 또한 판단주체에 따라 그 결과도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위와 같은 예외 규정을 조금 더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8. 시행일

 

- 의료분쟁조정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부칙 제1조). 다만, 제46조(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및 제51조(조정성립 등에 따른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는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부칙 제2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의료분쟁조정법은 신속한 분쟁해결과 조정에 의한 양보가 그 핵심 가치이다. 소송은 결론이 나면 누군가가 이기고 누군가는 진다. 서로 승패에 따라 다시는 화합될 수 없는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 조정은 이에 비해 서로 양보한다는 것이 전제가 되어 양당사자가 화합으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의료라고 하는 것에 명확한 줄을 긋기가 어려운 만큼 분쟁이 발생하면 의사도 환자도 서로 존중하고 공감하는 마음가짐을 통하여 분쟁이 해결되고 그 방법으로 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필자는 수년간 서울시의료분쟁조정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분쟁 조정을 하면서, 의료인이나 환자나 조정위원들이 조금만 더 시간을 내어 그들의 속상한 점을 인내를 가지고 들어 주고 공감을 하였을 때 양 당사자간에 조정이 더욱 잘 이루어진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경험이 거듭될수록 분쟁의 원인은 소통과 대화의 부족으로 상대방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한 미움이 큰 원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의료현장에서 분쟁이 발생하기 전에 이러한 이해와 소통이 더 잘 이루어진다면 의료와 관련된 분쟁이 더욱 줄어 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