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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우 변호사] 수술동의서에는 반드시 자필 서명을 해야 할까?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1.04.27 10:34 조회수 : 5572

수술동의서에는 반드시 자필 서명을 해야 할까?

 

법무법인 세승

정선우 변호사

 

최근 의료기관에서는 수술동의서, 수혈동의서 등 진료 관련 동의서를 컴퓨터 화면에 띄워 놓고 의료진이 설명한 후에 전자패드 펜이나 터치스크린 펜을 사용하여 환자의 서명을 받는 방식이 의무기록 전산화의 일환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필자가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위와 같이 환자들로부터 받은 전자서명이 법적으로 효력이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의료법상 전자의무기록은 전자서명법에 의한 공인전자서명에 의하여 한다. 여기서 한가지 오해가 있는 점은 수술동의서, 수혈동의서 등 진료 관련 동의서가 의료법상 공인전자서명이 필요한 진료기록에 해당하는지 여부이다. 판례는 의료인 등이 보존하여야 할 진료기록부 등의 범위 및 보존연한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 제1항 각 호의 규정이 한정적, 열거적인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이를 한정적, 열거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의료법 제22조 및 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에 열거되어 있지 않은 “수술 동의서” 등은 비록 전자적 방법에 의하여 작성이 되거나 보관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공인전자서명을 기재해야만 하는 “전자의무기록”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수술동의서 및 그에 기재하는 서명의 법적 의미는 무엇일까. 수술동의서는 의사가 침습적인 의료행위 또는 환자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를 하기 이전에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관련 설명을 다했고 환자가 이에 따라 수술에 동의하였다는 사실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문서이고, 수술동의서에 의사와 환자가 서명하는 것은 문서에 표시된 의사표시의 내용을 보증할 수 있는 명의인을 명시하거나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행위이다. 즉, 의사는 수술동의서에 서명함으로써 동의서에 기재된 내용을 환자에게 자신이 설명하였음을 증명하도록 하는 것이고, 환자의 서명은 환자가 의사로부터 해당 내용에 관한 설명을 들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수술동의서에 의사가 서명을 하더라도 이는 의료법 제22조 및 제23조에 따른 서명(또는 공인전자서명)의 의미를 가지는 것은 아니므로 수술동의서에 의사가 서명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의료법의 관련 규정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한편, 설명의무는 민사법상의 손해배상책임에 있어서 의료진의 의무로 부과되고 있다. 따라서 수술동의서 등 진료 관련 동의서에 전자패드 펜이나 터치스크린 펜을 사용하여 환자의 서명을 받더라도 추후에 환자가 서명한 사실 자체를 부정하거나 서명이 조작되었다고 주장하는 경우에는 의사가 설명의무를 이행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입증책임의 문제가 제기된다. 이는 전자서명이 일반적인 종이문서에 기재하는 자필 서명에 비하여 위․변조가 용이하고 식별이 어렵다는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의료진의 입장에서는 결국 공인전자서명과 유사한 정도의 전자적 입증이 필요할 것인바, 의사가 모니터를 통하여 환자에게 설명하는 상황을 간단히 녹음 또는 녹화함으로써 향후 설명의무 이행에 관한 다툼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