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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재 변호사]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하여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1.06.02 15:37 조회수 : 4097

의사의 설명의무에 대하여

 

법무법인 세승

류경재 변호사

 

사례) A는 거주지 인근 병원으로부터 폐렴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고 B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B병원 의료진은 A에 대한 흉부엑스레이촬영 및 흉부컴퓨터단층촬영 결과 폐암이 의심되자 이를 확진하기 위해 기관지내시경을 통한 조직생검을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B병원 간호사는 A에게 기관지내시경검사의 합병증(사망가능성 포함)이 기재된 안내문 및 신청서를 교부하였고, B병원 의사는 A의 보호자에게 기관지내시경검사의 합병증에 대하여 설명하였으나 사망가능성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관지내시경검사를 통한 조직생검 과정에서 대량의 출혈이 발생하여 A는 호흡부전상태가 되었다. B병원 의료진은 A에게 응급조치를 시행하였으나 A는 결국 저산소성뇌손상을 입었고 그 후 보존적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였다.

 

이 경우 B병원은 기관지내시경검사 합병증에 관한 설명의무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있을까

 

해설) 일반적으로 의사는 침습을 가하는 과정 및 나쁜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있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사망 등의 중대한 결과 발생이 예측되는 의료행위를 하는 경우에 있어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당해 환자에게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다. 이는 환자가 해당 의료행위의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설명의무를 이행할 주체는 의사이고 간호사가 이를 대신할 수는 없으며, 환자 본인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가 아닌 이상 설명할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환자 본인이다.

 

이러한 점에 기초해 보면 위 사례에서 B병원 의료진은 위와 같은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즉, B병원 간호사가 A에게 기관지내시경검사의 합병증이 기재된 기관지내시경검사 안내문 및 기관지내시경검사신청서를 교부하긴 하였으나, B병원 의사는 A에게 설명한 적이 없고 A의 보호자에게 설명했을 뿐이다. 더욱이 B병원 의사는 A의 보호자에게 사망가능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으므로 발생 가능한 모든 합병증에 대하여 설명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B병원은 A에 대한 기관지내시경검사를 함에 있어서 사전에 설명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A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였으므로 A에게 이로 말미암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B병원 입장에서 보면 기관지내시경검사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설령 임상현실에서 발생가능성이 희박한 합병증까지 설명하는 경우는 드물다 할지라도 그것만으로 의사의 설명의무 범위가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발생가능성이 희박한 합병증이라면 일단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다만 그 확률은 극히 적다는 점을 설명하면 될 것이다. 또한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합병증 발생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설명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도 일단 발생 가능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다만 환자의 상태를 고려할 때 발생가능성이 높다거나 낮다거나 등 추가 설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위 사례는 2009년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연명치료중단 사건(이른바 ‘김할머니 사건’) 관련 사례로, 최근 손해배상청구 사건의 1심 판결 내용을 일부 인용한 것이다. 그 동안 의사의 설명의무와 관련하여 대법원 판례도 많이 있었던 만큼 위 1심 판결은 설명의무와 관련하여 새롭거나 획기적인 내용이라기보다는 재확인하는 차원이라고 생각된다.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 누가, 누구에게, 어떠한 사항을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는 의사는 없을 것이다. 임상현실과 대법원 판례의 태도에 일부 괴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법적 위험을 안고 가는 것보다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더 현명한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