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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재 변호사] 환자의 보호자가 진료기록 열람을 요청하는 경우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1.10.17 17:21 조회수 : 4954

환자의 보호자가 진료기록 열람을 요청하는 경우

 

법무법인 세승

류경재 변호사

 

얼마 전 필자의 지인으로부터 의료법 위반 여부를 문의하는 전화가 왔다. 그 내용은 정신과 전문의가 자신이 진료한 환자 A의 병력을 환자의 시어머니인 B에게 알려주었는데, 알려주게 된 이유가 A의 정신적 질환으로 인해 그 가정이 파탄에 이르게 될 지경이어서 B가 이를 막기 위해 A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알고 A와 함께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러한 경우, 즉 환자의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해 환자의 보호자를 비롯한 다른 사람에게 환자의 상태를 알려주는 경우에도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느냐는 것이었다.

 

필자의 대답은 간단했다. 의료법 제19조에서는 의료를 하면서 알게 된 다른 사람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발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환자 치료를 위한 경우에는 특별히 누설해도 된다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으므로, 결국 위 사안은 의료법 제19조 위반이고 이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위 사안에서 비밀 누설 금지 위반 이외에도 한 가지 더 살펴볼 것이 있다. 만약 정신과 전문의가 B에게 A의 병력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B로 하여금 A에 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한 경우에는 의료법 제21조 위반에 해당하고 이 또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혹시 A의 진료기록을 열람한 사람이 시어머니인 B가 아니라 A의 남편인 C였다면 어떻게 될까? 결론은 동일하다. 즉, 환자가 사망하거나 의식이 없는 등 환자의 동의를 받을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환자 본인인 A의 동의가 없는 한 환자가 아닌 다른 사람(배우자, 직계 존속·비속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 대리인)은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 이는 의료법 제21조 제2항에서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보호자(일반적으로 배우자 또는 자녀)인 경우에는 환자 본인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가족관계만을 확인한 후 진료기록 사본을 내어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의료법 제21조에는 환자에 관한 기록 열람에 대하여 상세하게 규정되어 있다. 참고로 의료기관에 대한 세무조사 때 세무공무원이 환자의 진료기록을 열람하는 행위는 위법하다는 유권해석도 있는데 이는 의료법 규정상 당연한 것이다. 즉, 의료인으로서는 의료법 제21조 제2항 각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진료기록을 열람하게 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 반대로 그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는 절대로 다른 사람에게 환자에 관한 기록을 열람하게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환자의 진료기록 열람과 관련해서는 의료법에서 상세하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이러한 규정을 잘 알지 못하여 또는 잘 알면서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정상 편의, 신속한 절차, 환자의 프라이버시 등도 좋지만 사소한 법위반으로 인해 의료기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점도 반드시 유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