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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분만사고의 보상주체는 국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2.01.30 13:40 조회수 : 3800

불가항력으로 발생한 분만사고의 보상주체는 국가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정혜승

 

국가가 국민에게 대가를 제공하지 않고도 금전 등을 거둬들이는 방법 중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세금을 걷는 것이고 또 한 가지 방법은 법률에 규정을 둔 특별부담금을 걷는 것이다.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고 이 세금은 모든 국민을 위하여 쓰인다. 특별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을 위하여 경비가 필요한 경우 특정 집단에게만 걷는 것이므로 세금과는 구분된다. 2012. 4. 8. 시행이 예정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분만 중 불가항력적 의료사고로 인한 보상금의 일부를 보건의료기관개설자에게 부담하게 하는 규정의 성격을 굳이 분류한다면 특별부담금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재산권은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이므로 법률로 규정된 합리적인 근거 없이 국가가 국민의 재산을 박탈할 수 없다. 게다가 특별부담금은 특정 목적을 위하여 특정한 사람들에게만 거두어들이는 금전이므로 세금보다도 더욱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만 부과가 가능하다.

한 때 공동주택(아파트 등)을 지을 때, 공동주택 부지 내 학교용지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공동주택 수분양자들에게 부담금을 징수한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학교용지의 확보는 국가의 기본적인 공익사업인데 단지 공동주택을 분양받았다는 이유로 수분양자들에게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은 재산권 및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특별부담금의 징수가 허용되기 위하여는 부담금으로 수행하고자 하는 경제적, 사회적 과제와 특별히 밀접한 사안에 관하여 그러한 과제의 수행에 책임이 인정되는 집단에 대하여 부과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먹는샘물 제조업자들에게 지하수자원 보전 및 먹는 물 수질개선이라는 입법목적 달성을 위하여 수질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린바 있는데, 지하수의 보전과 수질개선이라는 과제는 결국 먹는샘물 제조업자들의 이익으로도 귀결되기 때문에 특별부담금을 부과하여도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시행될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제46조에서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분만 중 사고까지도 보상하기로 규정한 입법취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하여 산모가 안심하고 출산할 수 있는 환경조성 등 출산 친화적 사회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저출산 문제는 사회적으로 매우 심각하고 마땅히 그에 대한 해결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아기를 낳지 않는 원인이 출산 중에 있을 사고가 염려되어서일까? 게다가 분만과정에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도 보상금을 지급하고, 그 보상금 중 일부를 보건의료기기관 개설자들에게 분담시키는 것은 과연 저출산 극복이라는 사회적 과제와 연관이 있는 집단에 분담시키는 것일까?

 

저출산 경향이 지속되고, 산모의 연령이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하여는 분만을 담당하는 병원이 더욱 산모와 태아의 관리에 힘써서 해결할 문제이다. 그리고 의료기관에 과실이 있다면 마땅히 밝혀서 정당한 배상을 구해야 할 것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은 의료기관과 환자와의 분쟁을 공정하게 조정하기 위하여 도입되는 법률이다.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관하여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국가가 보상하여 주는 정책은 매우 환영할 일이지만, 보상금의 기금 마련을 위하여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안전한 출산을 위하여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의료기관에게까지 부담금을 부과한다면 국가의 책임의 일부를 의료기관에게 돌려버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