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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섭 변호사] 면허명의대여계약과 구상책임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2.02.14 15:49 조회수 : 4818

면허명의대여계약과 구상책임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신태섭

 

사무장병원에서 의료인에게 요구되는 법적 책임은 그 강도가 매우 크다. 우선 형사적으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행정적으로는 의사면허자격정지 3월의 처분을 받게 된다.

 

아울러 사무장병원에서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은 부당청구에 해당하여 의료인은 요양급여비용의 환수처분 및 업무정지처분 또는 5배 이하의 과징금처분을 받게 된다.

 

특히 의료인에게 내려지는 위 요양급여비용의 환수처분은 그 금액이 적지 않아 이에 대한 사무장병원의 의료인과 비의료인 간의 법적 책임 공방이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이러한 환수처분이 내려진 요양급여비용에 대해 의료인과 비의료인 간에 합리적인 책임분담을 새로운 법리를 통해 제시한 의미 있는 하급심 판결이 최근에 선고되었다.

 

이 사건은 의료인인 원고가 자신에게 내려진 요양급여비용에 대해 사무장병원의 비의료인인 피고1과 의료인인 피고2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한 사건으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고1(비의료인)는 2002. 11.경부터 타 의사 명의를 순차적으로 빌려 사무장 병원을 개설하였고, 피고2(의료인)를 고용하여 진료하도록 하였다. 피고1은 2003. 8.경 원고(의료인)에게 병원개설자 명의대여를 요청하였고, 원고는 월 3백만 원을 지급받되 의료행위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피고1에게 의사면허증을 대여하였다.

 

원고는 2004. 2.경 위 병원이 사무장 병원인 사실을 알고, 피고1에게 병원개설자 명의변경을 요구하였으며, 피고1는 병원개설자 명의를 타 의사로 변경하였다.

 

그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10. 4.경 원고에게 1억 원의 요양급여비용 환수결정 처분을 하였고, 원고는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청구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

 

이에 원고는 피고1과 피고2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여, 피고1은 소송에서 원고에게 5천2백만 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됐으며, 원고는 위 1억 원 중 8천5백만 원을 납부한 상태였다.

 

원고는 공동불법행위에 기한 구상금, 기망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 동업관계에 따른 손실분담금 청구 등을 선택적으로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 법원은 ‘면허명의대여관계에서는 대외적인 관계에서 명의대여자만이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경우, 명의대여자와 명의차용자 사이의 내부적인 관계에 있어서 명의대여자가 대외적인 관계에서 부담한 법적 책임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명의차용자가 구상해주는 것’이 관행이고 이는 사실인 관습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인 관습은 법률행위 해석의 기준이 되고, 당사자의 묵시적 의사를 추단하는 보충 기능을 하며, 경험칙으로서 법원이 직권 판단할 수 있음을 아울러 밝혔다.

 

이에 따라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 ‘원고가 대외적으로 병원 개설명의자로 법적 책임이 부과되는 경우에 피고들은 그 책임의 일정 부분을 분담한다’라는 의사면허대여의 내용이 인정되고, 이러한 묵시적인 약정 내지 의사합치가 존재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2에게 면허명의대여 당사자에게 귀속된 이득의 정도, 면허명의대여자가 대외적으로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된 원인의 발생에 관한 귀책사유의 정도나 관여도 등에 따라 원고가 현실적으로 납부한 금액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구상권으로 행사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기존의 사무장병원의 법률관계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위해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였다는 점, 사무장병원의 개설자로 명의를 대여한 의료인이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에 따라 부담한 법적 책임에 대해 사무장인 비의료인과 병원 진료를 담당한 타 의료인에게 면허명의대여관계 법리에 따른 구상책임을 인정하였다는 점 등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라 할 수 있겠다.

 

(출처 : 데일리메디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