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소개

기고문/칼럼

[류경재 변호사] 내원일수 허위청구에 대한 시각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2.03.08 15:17 조회수 : 3906

내원일수 허위청구에 대한 시각

 

법무법인 세승

류경재 변호사

 

의료기관의 이른바 내원일수 허위(증일)청구와 관련하여 얼마 전 서울고등법원에서 주목할 만한 판결이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이 판결이 기존 법원의 입장과 배치된다거나 내원일수 허위청구와 관련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의료기관 현지조사 결과 내원일수 허위청구가 밝혀진 경우의 대부분은 행정처분 및 경우에 따라서 형사처벌을 당연시 여겨왔던 행정청과 수사기관 그리고 법원의 기존 입장에 제동을 걸 수는 있을 듯하다. 그리고 의료인 입장에서는 허위청구 사안의 중요성 및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깨닫고, 만약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는지 참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해당 판결의 주요내용을 요약하면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의 본인부담금수납대장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으나 전자진료기록부에는 기재되어 있는 경우 이를 내원일수 허위청구로 판단하였다. 다만 그 중 일부는 본인부담금수납대장, 물리치료장부, 피검사결과지, 골다공검사결과지 등을 통해 실제 내원한 것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행정처분은 처분사유가 부존재하여 부적법하다’는 것이다.

 

즉, 본인부담금수납대장이나 물리치료장부 또는 피검사결과지나 골다공검사결과지 등에 기재된 수진자들은, 설령 전자진료기록부에 그와 다른 진료내역이 기재되어 있다 하더라도, 해당 서류의 작성주체나 작성경위에 비추어 볼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실제 내원하여 진료를 받았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위 판결에서는 인정되지 않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영상검사자료 및 그 결과지, 처방전, 원외처방의 경우 약국영수증 등도 환자가 실제 내원했다는 증거자료가 될 수는 있다.

 

물론 이러한 판단은 모든 경우에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고, 의료기관의 운영형태나 진료기록부 등의 작성방법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이다. 즉, 진료기록부 이외에 각종 장부나 검사결과지 등을 누가 작성하는 것인지, 어떻게 작성하는 것인지, 그리고 약국과 의료기관의 관계 및 지리적 접근성은 어떠한지 등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서 환자가 실제 내원한 자료로 볼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내원일수 허위청구에 대해서는 행정적으로는 환수처분, 업무정지처분(또는 과징금처분), 의사면허자격정지처분이 가능하며, 형사적으로는 경우에 따라서 사기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고의적으로 허위청구를 하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제재를 가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고 반드시 가해져야 한다. 그러나 고의가 아닌 과실로, 즉 업무처리나 행정처리상 부주의로 인해 허위청구로 오인 받게 된 경우에는 의료인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자신의 부주의가 있었으니 참작해달라는 하소연이 아니라 구체적인 근거를 토대로 허위청구가 아니었음을 입증하여야 한다.

 

물론 의료인 입장에서는 현지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현지조사에 익숙하지 않은 의료인들은 환자 진료에도 정신이 없는데 일일이 하나하나 조사방법이나 조사결과에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한 마음으로 현지조사 결과 사실확인서에 서명날인 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이렇게 작성된 사실확인서는 이후 재판과정에서는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하기 때문에 실제 그러한 사실이 없다 하더라도 이를 번복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모든 현지조사 절차나 그 결과가 틀렸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조사관들도 며칠 동안에 걸쳐 방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분석해서 부당청구 및 허위청구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사결과가 사실에 부합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의료인 입장에서는 현지조사 과정에서 그 조사결과를 일일이 확인하지 못한 채 조사결과를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내원일수 허위청구는 조사대상기간이 길게는 3년, 해당 수진자도 많게는 1,000여명에 이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한 경우 사실관계를 정확히 기억하거나 관련 자료를 찾는 것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앞서 본 고등법원 판결에 비추어 보면, 내원일수 허위청구 사례와 관련하여 정말 억울한 사정이 있다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그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객관적인 자료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 둘 포기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당연한 권리를 포기하게 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