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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변호사] 조직검사에 있어서 병원의 주의의무 수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2.04.17 18:02 조회수 : 4555

조직검사에 있어서 병원의 주의의무 수준

 

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

 

의사는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러면 어느 정도로 진료해야 최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법원은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의료행위를 할 당시 임상의학 수준에서 실천 가능하고 필요한 조치를 다 하였다면 과실이 없는 거고, 그러한 조치를 다하지 못하였다면 과실이 인정되는 것이다. 그러면, 진단검사를 함에 있어서 의사의 주의의무 수준은 어떻게 될까? 2011년 대법원은 유방암 오진 사건이 참고가 될 만하다.

 

이 사건은, A대학병원에서 조직검사 결과 유방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정확한 진단을 얻기 위하여 B대학병원에 재검사를 의뢰하였다. B대학병원에서는 초음파와 유방 MRI 검사를 실시하였는데, A대학병원에서의 검사결과와 일치되는 소견을 보였다. 그래서 B대학병원은 조직검사를 다시 하지 않고 유방암절제수술을 하였는데, 떼어낸 종양조직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 암세포가 검출되지 않았다. 그래서 환자에게 A대학병원에 가서 조직검사 원본 슬라이드를 대출받아 오도록 하였고, 그 과정에서 A대학병원 병리과 의료진이 환자의 조직검체와 다른 암환자의 것을 뒤바꾼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에 따라, 환자는 A대학병원과 B대학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여기에서 환자의 조직검체를 뒤바꾼 A대학병원의 과실을 인정하는데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는데, 문제는 B대학병원에도 과실이 있는지 여부이다.

 

재판 진행 중에 실시한 진료기록 감정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어느 대학병원에서 환자에 대한 조직검사를 시행하여 암의 확정 진단을 하고, 그 환자가 다른 대학병원에 전원하면서 종전 대학병원에서의 조직검사 결과를 기재한 조직검사 결과지를 제출하였다면, 새로이 환자를 진찰하게 된 대학병원의 의사가 종전의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대출받아 병리판독을 다시 시행하게 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조직검사 자체를 다시 시행하는 경우는 원칙적으로 없다.

 

- 조직검사를 위하여 채취된 조직이 불충분하거나 부적합한 경우에는 병리판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다시 조직검사를 시행하게 되나, 한 번의 조직검사로 암진단을 할 수 있으면 조직검사를 반복하여 시행할 필요는 없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갈렸다.

 

제1심 법원은, 동일한 제3차 의료기관의 지위에 있는 A대학병원 의료진에 의해 암으로 확진된 조직검사 결과를 신뢰한 것에 대해 B대학병원은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환자가 A대학병원의 진단 결과를 믿지 못하고 다시 한 번 정확하게 진단을 받기 위해서 B대학병원에 내원하였고, 조직검사는 조직의 채취, 파라핀 블록 및 슬라이드 제작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으므로, B대학병원으로서는 새로이 조직을 채취하여 재검사를 실시하거나, 최소한 A대학병원에서 실시한 조직검사 원본 슬라이드와 함께 파라핀 블록을 대출받아 재검사했어야 했는데, 이를 하지 아니한 것은 과실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진료기록감정촉탁 회신에 드러난 조직검사와 암 확정 진단 과정의 특수성에다가, A대학병원의 조직검사가 수술 직전에 이루어졌고 A대학병원에서 암 확정 진단의 근거가 된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보관하고 있었으므로 필요할 경우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대출받아 재판독할 수 있었던 점, B대학병원이 수술을 하기 전에 유방초음파 및 유방 MRI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도 A대학병원의 검사결과와 거의 일치하였다는 점,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과정에서 조직검체가 뒤바뀔 가능성 등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근거로, B대학병원이 환자로부터 새로이 조직을 채취하여 재검사를 실시하거나, 파라핀블록을 대출받아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다시 만들어 재검사를 시행한 이후에 유방절제술을 시행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결국 B대학병원의 과실을 부정하였다.

위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을 요약하자면, 조직검사 슬라이드 제작 과정에서 조직검체가 뒤바뀔 가능성 등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 대비하여 새로이 조직을 채취하여 재검사를 실시하거나 원래의 병원으로부터 파라핀 블록을 대출받아 조직검사 슬라이드를 다시 만들어 재검사를 시행한 이후에 유방절제술을 시행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위 판결을 모든 사건에 일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유사 사례에서 충분히 참고가 될 만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