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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청희 변호사] 환자의 협조의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2.04.26 16:10 조회수 : 3961

환자의 협조의무

 

법무법인 세승

최청희 변호사

 

의료인이 환자를 진료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환자의 진료에 대한 협조는 절대적이다. 환자의 협조 없이는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없고, 만족할 만한 결과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의료현실은 어떠한가? 환자들은 의료진의 협조 요청에 대해 다양한 사유를 거론하며 각종의 검사, 처치 등을 적지 않게 거부한다. 그렇다고 의료진이 환자에게 강제로 위 검사 등을 강요할 수 있는가? 의료인으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위와 같은 현실에서 의료진이 검사 등을 시행하지 아니하여 환자에게 악결과가 발생한 경우, 의료인에게 진료상의 과실을 인정하여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임신 29주 무렵인 환자가 호흡 곤란 등을 호소하며 A대학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의료진은 환자에 대한 동맥혈가스분석검사 결과 저산소증에 대한 보상기전으로 과호흡이 유발된다고 판단하고 흉부 방사선촬영을 처방하였다.

 

그러나 환자는 임신부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으며, 의료진의 태아심음 모니터링 및 진통억제를 위한 분만실 입원에 대해서도 역시 거부하였다.

 

그 후 환자에게 호흡부전으로 인한 심정기가 발생하여 의료진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여 심박동이 회복되기는 하였지만, 쌍태아에 대해서는 응급제왕절개술을 하였으나, 남아는 분만 당시 이미 사망하였고, 여아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치료 도중 사망하였다.

 

위 사안에서 대법원은 “위와 같이 환자가 의료진이 권유하는 진료의 필요성과 그 진료 또는 진료거절의 위험성을 인식하면서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절한 경우, 의료진으로서는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고 판시하면서 의료진에게 설명의무 위반, 진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의료진의 진료 협조에 대하여 환자 스스로의 결정으로 진료를 거부한 경우에는 의료진에게 진료상의 과실을 인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과할 수 없다는 취지이다. 이러한 대법원의 판단은 진료에 있어 환자의 협조의무를 인정한 최초의 판시로 그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다만, 의료인으로서는 위 판례를 확대해석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아직까지 환자의 협조의무가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가사 인정된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마다 그 의미가 달리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인으로서는 최대한 환자에 대하여 충분하고도 진지한 진료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다하여야 할 것이며, 그럼에도 환자가 스스로의 진지한 결정에 따라 진료를 거부한 경우에는 이러한 점에 대하여 진료기록부 등에 상세하게 기재하는 방어적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출처:데일리 메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