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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섭 변호사] 합의서, 꺼지지 않은 분쟁의 불씨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2.08.16 16:27 조회수 : 3945

합의서, 꺼지지 않은 분쟁의 불씨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신태섭

 

의료과실에 대한 피해자의 권리구제는 통상적으로 소송, 조정 등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이 있는 반면에 피해자와 가해자 간에 원만한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사례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당사자 간의 원만한 합의로 분쟁을 종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합의과정에서의 몇 가지 부주의로 또 다시 분쟁이 야기되는 악결과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합의서 작성에 있어서 충분히 발생될 수 있는 법적 쟁점에 관하여 재확인한 판결이 최근에 판시되었다. 동 판결은 의료과실에 대해 작성된 합의서로 인하여 발생된 법적 쟁점 등을 다룬 사안으로서 그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는 2009. 10. 1. 피고가 운영하는 K의원(이하 ‘피고 병원’이라 함)에서 필러(CRM DX)를 양쪽 코옆 골주름, 왼쪽 입꼬리밑 주름에 주입하여 팔자주름을 없애는 시술(이하 ‘이 사건 시술’이라 함)을 받았다.

 

그러나 원고는 같은 달 3. 코의 오른쪽 상처부위가 변색되고 열감 및 통증이 발생하자 피고에게 전화하여 진통해열제인 부루펜 복용을 지시 받았고, 같은 달 6. 증상이 완화되지 않자 피고 병원에서 항생제 주사를 맞게 되었다.

 

결국 원고는 같은 달 7. 피고로부터 이 사건 필러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게 되었고, 같은 달 10.까지 피고 병원에 입원하여 소독치료를 받은 후, 같은 달 13. 미국으로 돌아갔으나 오른쪽 콧구멍 부위에 큰 딱지가 발생하게 되었다.

 

한편 피고는 2009. 11. 17. 원고의 남편과 ‘이 사건 시술로 입은 피해와 관련하여 그 보상 및 합의금으로 5,172,800원을 수령하고, 향후 이 사건 시술과 관련하여 어떠한 법적 조치 및 추가적인 요구를 하지 않을 것을 확인합니다, 처와 합의사항임’이라 기재한 합의서를 작성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2009. 12. 16. 딱지 제거 후 콧구멍이 없어진 사실을 확인하였고, 2010. 9. 14.까지 미국소재 병원에서 총 4회에 걸쳐 코 재건 수술을 받은 후,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되었다.

 

이에 피고는 원·피고 사이에 2009. 11. 17. 부제소합의가 이루어졌음에도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부적법하다고 항변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 사건 합의서가 원고 본인이 작성한 것이 아니고, 합의서 작성에 관하여 원고가 원고의 남편에게 위임한 것이 아니며, 피고가 원고의 남편에게 합의서 작성 대리권이 있음을 믿는 데에 ‘정당한 이유’도 없는바, 동 합의서 내용이 원고에게 그 효력이 미친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위와 같은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법원은 합의서의 권리포기조항은 당사자 쌍방 간에 있어 손해의 대체의 범위가 암묵리에 상정되어 있고, 후에 생긴 손해가 위 범위를 현저히 일탈할 정도로 중대하여 당초의 손해금과 비교할 때 심히 균형을 잃고 있으며, 합의의 경위, 내용, 시기 기타 일체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처음의 합의에 의하여 후의 손해 전부를 포함하도록 함이 당사자의 신의, 공평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합의 당시에 예측하였던 손해만을 포기한 것으로 ‘한정적으로 해석’함이 당사자의 합리적 의사에 합치한다는 법리를 전개하였다.

 

이에 이 사건의 경우 원고의 남편이 합의서를 작성한 시점은 원고가 이 사건 시술로 인해 우측 콧구멍이 없어진 사실을 알기 전으로 딱지가 떨어지면 자연적으로 완치될 것으로 알고 합의를 한 것이므로, 위 합의의 효력은 원고의 우측 콧구멍 상실을 원인으로 한 이 사건 청구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결국 피고는 부주의하게 안면동맥 내로 필러를 주사한 과실과 시술 부위가 괴사될 수 있다는 등의 설명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인정되었다.

 

따라서 가해자가 합의서를 작성할 경우에는 가급적 피해자 본인과 합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만약 피해자의 가족 등과 합의를 하여야하는 경우 피해자의 위임장, 인감증명서 등을 통해 위임여부를 확인하여야하며, 위임여부가 불명확한 경우 위임사실을 피해자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는 등의 각별한 주의가 요청된다.

 

아울러 합의서의 권리포기조항은 후에 생긴 손해가 중대하여 당초의 손해금과 비교할 때 심히 균형을 잃은 경우에는 합의 당시에 예측하였던 손해만을 포기한 것으로 한정 해석될 수 있음도 주의하여야할 것이다. 끝.

 

(출처 : 데일리메디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