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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현 변호사] 미국 건강보험개혁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2010) Ⅰ : 건강보험가입 의무조항 (Individual Mandate)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2.11.08 09:42 조회수 : 4037

미국 건강보험개혁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2010) I

: 건강보험가입 의무조항 (Individual Mandate)

 

 

법무법인 세승

김보현 미국변호사

 

미국 대통령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 중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 될지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선거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거 운동과정에서 양 후보가 극명하게 대립하는 입장을 보여줬던 미국 건강보험개혁법 (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2010)의 향후 향방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2010년도에 통과되었던 미국 건강보험개혁법은 의료지출의 효율성 제고·의료접근성 향상·공공보건 강화를 기본 방향으로 설정하며 900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걸쳐서 광범위한 건강보험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필자는 본고에서 4회에 걸쳐 미국건강보험개혁법의 내용을 다루고자 한다. ⑴ 보험가입의무화 조항(Individual Mandate), ⑵ 저소득층 무보험자 지원 (Medicaid) 가입 확대 조항, ⑶ 비영리 의료기관의 연방 소득세 비과세 혜택 수혜 기준 강화 조항을 차례로 다루고 마지막에는 ⑷ 미국 건강보험개혁법의 내용이 한국의 보건의료제도에 가지는 함의를 논하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서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쟁점이 되었던 국민의 건강보험가입의무화 조항의 내용과 쟁점 및 연방대법원의 판결 논거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건강보험가입의무화 조항은 미국 국민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며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개인에 대하여는 연차적으로 증액되는 비용 (개인당 연간 $95 혹은 소득의 1% (2014년), $325 혹은 소득의 2% (2015년), $695 혹은 소득의 2.5% (2016년))을 국세청 (Internal Revenue Service: IRS)에 지불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항은 미국이 5400만명 가량의 공공·민간 보험 미가입자가 있는 것과 의료기관이 환자의 지불 능력과 관계없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발생하는 프리미엄 인상 등의 비용전가 (cost-shifting)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써 제시된 것이다. 연방 정부는 해당 법안으로 인하여 2014년에는 공공·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했던 3,200만명의 미국인이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해당 법에 대하여 대법원에서 쟁점이 되었던 부분은 연방 정부가 개인의 건강보험 가입을 강제할 헌법상의 권한이 있는지 여부이다. 미국 헌법은 연방 정부에게 “제한되고 열거된” 권한을 위임하였을 뿐이며 (McCulloch v. Maryland),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명시된 바와 같이 헌법에서 명시적으로 위임하지 않은 권한은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 (State)나 개인에게 귀속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주정부의 관할 권한이 폭넓게 인정되는 것과 달리 연방정부는 그 개입에 있어서 명확한 헌법상 근거규정을 갖추고 있을 것이 요구되는 것이다. 연방 대법원은 당해 판단 (NFIB v. HHS, 567 US __ (2012))에서 연방정부가 해당 조항을 설치할 수 있는 헌법상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를 통상조항 (Commerce Clause) (U.S. Const. Art. I, §8, cl.3)과 조세조항 (Taxing Clause) (U.S. Const. Art.I, §8, cl.1)을 중심으로 판단하였다.

 

통상조항은 연방정부가 외국·주간 (Interstate) 또는 인디언 등과 관련된 “통상과 관련된 사항(related with Commerce)”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하며, 해당 권한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연방 대법원은 Wickard v. Filburn 판례에서 지역 농민이 상품 판매 목적이 아닌 자체 소비의 목적으로 밀(Wheat)을 기르는 것이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결국 시장의 밀 수급 및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므로 당해 농민이 자체 소비 목적에서 밀을 기르는 행위가 “통상과 관련이 된 사항”이며 연방 정부는 통상조항에 근거하여 이를 규제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판시하였다.

연방 정부는 같은 맥락에서 건강보험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개인의 결정 역시 전체적인 관점에서는 건강보험시장에서 프리미엄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며, 건강보험을 구입하지 않겠다는 결정 자체가 “통상과 관련된 사항”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연방정부는 해당 사안을 규제할 수 있는 헌법상 권한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상과 관련된 사항”이 관례적으로 넓게 해석되어 왔던 것은 인정하나, 기존의 판례에서는 “기발생행위”를 규제했던 것과 달리 건강보험의무가입조항은 가입하지 않은 행위 다시 말해, “미발생 행위(Inactivity)”를 규제하는 것이므로 규제의 대상을 미발생 행위까지로 확대하는 것은 헌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시한다.

 

다만 대법원은 연방정부가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수 있는 헌법상 근거가 조세조항(Taxing Clause)에 있다고 판단한다. 우선 법원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개인이 국세청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을 “벌금”이 아닌 “세금”이라고 판단했다. 해당 지불금이 직접세가 아니고, 세금을 활용하여 국민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며, 해당 지불금의 처벌적 성격 유무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재량을 넘어서는 내용이라고 설명하며, 조세조항에 근거하여 건강보험가입 의무화 규정을 두는 것은 헌법상 근거가 있다고 판시한다.

 

시장 중심의 의료보험체제가 야기한 문제점을 국가의 개입으로 풀어가려는 미국의 사례는 요즘 한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및 민간보험 확대 등의 논의에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필자는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서 미국 건강보험개혁법 일부 조항에 대한 글을 쓰고자 하는데, 이 작업이 한국의 건강보험개혁 및 보건의료제도 전반의 개혁 방향에 대해 균형 있는 관점을 갖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출처 : 헬로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