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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변호사] 실족사고와 병원의 책임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2.11.15 10:15 조회수 : 4137

 

실족사고와 병원의 책임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박재홍

 

  절기가 입동(立冬)을 지나, 바깥 기온은 벌써 영하로 떨어지고 있다. 요즘과 같이 추운 겨울철의 미끄러운 빙판길, 가파른 계단, 어두운 주차장과 같은 장소에서는 실족사고가 흔히 발생한다. 그리고 의료기관 역시 이러한 실족사고 발생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한국소비자원의 2006년도 조사에 따르면, 병원의 안전관리 소홀로 인한 의료사고는, 수술 또는 고령으로 말미암아, 신체균형능력이 떨어진 환자가 병상에서 내려오거나 원내에서 이동하는 도중에 실족하여 발생하는 ‘낙상사고’라고 한다.

 

  고령, 유아, 수술환자 등 낙상 고위험군 환자의 경우, 담당 의료진이 해당 환자의 낙상을 예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낙상으로 인하여 환자에게 골절부터 사망에 이르는 심각한 악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의료기관 측에게 상당한 보호의무가 부과된다.

 

  따라서 의료기관이 이러한 환자들에 대한 보호의무를 소홀히 하여 낙상사고가 발생한 경우, 환자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음은 충분히 사회통념상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환자들과 달리, 증상에 비추어 실족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환자나, 병문안 기타 용무로 방문한 정상인이 의료기관 내에서 실족한 경우까지, 의료기관이 손해배상의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에 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의료기관의 시설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였다면, 민법상 해당 시설은 ‘설치․보존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 취급되고, 의료기관은 해당 시설의 관리자로서, 그 시설의 하자로 인하여 이용자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

 

  이 때, 의료기관은 관련 시설의 설치․보존에 있어서 항상 완전무결한 상태임을 유지할 필요는 없는 바, 해당 시설의 위험성에 비례하여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조치를 다하였다면, ‘설치․보존상 하자’는 인정되지 않는다.

  예컨대, 의료기관의 주차장을 이용하는 자가 주차차량에서 새어 나온 오일이나 낮은 턱에 걸려 넘어져 상해를 입었다고 하더라도, 의료기관이 주차장법 등 공법상 기준에 따라 시설을 설치하고, 인도 및 안내표지를 설치하는 등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를 다하였다면, 해당 주차장에 오일이나 낮은 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의료기관에서 이용자의 실족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부담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의료기관은 진료계약에 따라 환자의 안전을 유지할 의무가 있고, 여기서 환자의 안전이란 환자가 의료기관에서 처할 수 있는 일체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설령 ‘설치․보존상 하자’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의료기관의 각 시설을 이용하는 자가 주로 환자들이고, 환자들이 증상에 불문하고 정상인보다 실족할 위험이 높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법정에서는 의료기관에게 보통의 그것보다 높은 보호의무를 요구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라서 의료기관으로서는 실족사고 기타 안전사고와 관련된 법적 분쟁에 있어서, 주차장, 난간, 옥상, 계단 등 실족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장소에 경고문, 안내표지, CCTV 등 보호설비를 보다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병원관계자에게 실족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의식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등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노력하는 것만이, 실제 의료기관의 법적 책임까지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출처 : 의료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