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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국민건강보험법상 현지조사 규정의 위헌성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2.11.21 09:11 조회수 : 3841

국민건강보험법상 현지조사 규정의 위헌성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정혜승

 

  보건복지부가 시행하는 현지조사는 행정처분을 하기 위한 사전 조사 작업이다. 행정청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하여 국민이 적극 협조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무리한 현지조사는 의료인들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더 넓게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며 법적으로 평가되지 아니하는 여러 불편까지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현지조사의 근거는 국민건강보험법에 있다. 동법 제97조 제2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은 요양기관에 대하여 요양, 약제의 지급 등 보험급여에 관한 보고 또는 서류 제출을 명하거나, 소속 공무원이 관계인에게 질문하게 하거나 관계 서류를 검사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동 조항을 근거로 현지조사를 수행한다. 그러나 현지조사의 막강한 사실상 권한을 생각할 때 위 조항은 근거조항으로 삼기에 매우 미흡할 뿐만 아니라 다음과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1. 사실상의 압수수색이 행해질 가능성

 

  헌법 제12조는 모든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규정하며 “누구든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압수, 수색을 받지 아니함”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압수 수색이 필요한 경우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함을 헌법에 직접 명시하고 있다. 현지조사는 행정청의 행정처분에 앞서 행해지는 것이므로 형사절차보다는 완화된 기준이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현지조사가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행해지는 경우 사실상 국민의 자유가 침해되는 결과는 동일하다.

 

  그리고 현지조사라는 미명 하에 요양기관의 서류를 제출받고, 그 서류 상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그 서류가 수사기관으로 넘겨져 수사의 대상이 된다면 이것은 사실상 형사절차를 무시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2. 현지조사 시 서류제출, 검사 범위의 불명확성

 

  위 국민건강보험법은 현지조사 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서류에 관하여 “요양, 약제의 지급 등 보험급여에 관한 보고 또는 서류” 라고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조항으로는 대체 어떤 서류를 어느 정도 공개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실무상 행정청의 내부 기준으로 제출하여야 할 서류 목록이 정해져 있기는 하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부 기준일 뿐, 일반 국민으로서는 사전에 알기 어렵고 그러한 내부 기준을 내부에서 변경하는 경우에는 더욱 예측이 불가능할 것이다.

 

3. 형벌규정의 존재

 

  위 국민건강보험법의 현지조사 근거규정에 위배하는 경우 형사 처벌도 받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 제116조는 위 제97조 제2항을 위반하여 보고 또는 서류제출을 하지 아니한 경우, 검사나 질문을 거부, 방해, 기피한 경우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느 서류를 어디까지 제출하여야 하는지도 불명확한 규정, 그리고 그 규정에 위배하여 서류제출을 하지 않거나 질문에 거부하기만 하여도 전과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러한 규정 형식은 형벌을 부과하는 규정은 수범자가 사전에 구성요건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헌법상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행정청의 업무 수행을 위한 국민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행정청의 편의를 위하여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출처 : 월간 안과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