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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승 변호사]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가 의사의 조제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요건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2.12.05 18:04 조회수 : 4067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가 의사의 조제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요건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정혜승

 

  의약분업 시행 이후에도 예외적으로 입원환자 및 정신건강의학과 내원환자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약 처방과 조제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우에도 조제는 반드시 의사 또는 약사에 의하여 행하여져야 한다. 그러나 판례는 일정한 경우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조제행위를 하더라도 의사의 조제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면 약사법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한바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의사 1인, 간호조무사 3인이 근무하는 29병상의 A정형외과 의원에서 입원환자에게 간호조무사가 조제행위를 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그 조제행위가 의사의 조제행위를 보조하는 행위였기 때문에 약사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시하였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법원은 조제행위가 육체적 작업으로서의 물리적 요소, 정신적 작업으로서의 의사결정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다. 위 판시에 따르면 물리적 요소는 의약품을 배합하거나 일정한 분량으로 나누는 육체적 작업이고, 특정 질병을 치료, 예방하기 위하여 의약품의 종류, 투약 량, 배합금기에 위반되는지 여부 등을 판단하는 것은 정신적 작업으로서의 의사결정 요소이다. 법원은 위 A정형외과의 간호조무사는 단지 육체적 작업만을 수행했다고 보았고, 이는 의사의 조제 행위를 보조한 것이므로 약사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것이다.

 

  한편 대법원은 또 다른 B정형외과에서 입원환자에 대하여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품을 배합, 밀봉한 사안에서 약화사고로부터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처방 및 조제에 있어 의사와 약사 간에 협력을 이끌어내려는 의약분업의 취지, 의료기관의 규모, 입원환자의 수, 조제실의 위치, 의약품의 종류와 효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간호조무사가 조제하였다 하더라도 의사가 간호사 등을 기계적으로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면 약사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B정형외과의 경우 처방한 약의 종류가 10가지에 이를 정도로 다소 많고, 성분이 비슷한 약들이 섞여 있음에도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시 감독 없이 조제하였으므로 이는 간호조무사를 기계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라 하여 약사법 위반의 혐의를 인정하였다.

 

  위 판례들을 종합하여 볼 때 누가 조제행위를 하였는지 여부는 약사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결정적 요소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의료기관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의사가 직접 약을 담는 행위를 하지 못할 상황에서 의사가 실질적으로 간호사 등을 지시, 감독할 수 있는 상황이고 그러한 행위가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져올 우려가 없을 정도라면 간호사 등의 조제행위도 의사의 조제행위로 판단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고의 확률이 매우 낮다 하여도 의약과 관련된 사고는 국민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진료 및 조제행위 시 무자격자의 개입은 최소화되어야 할 것이다.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하여 의사 또는 약사가 직접 조제행위의 전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위 판례들의 취지와 같이 매우 신중한 지시 감독이 필요할 것이다.

 

(출처 : 데일리메디)